음식과 건강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 중 하나가 소금입니다. 요즘이야 흔한 것이 소금이고, 건강을 위해 어떻게든 섭취량을 줄이려는 것이 소금이지만, 사실 소금은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이름이 보여주는 것처럼 ‘소금(素金)’은 ‘하얀색 금’이었으니까요. 이는 우리만 그런 게 아닙니다. ‘급여’를 뜻하는 영어 단어 ‘셀러리(salary)’ 역시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살(sal)’에서 왔으니까요. 고대 로마 시대에 병사들에게 소금으로 급여를 지급했던 데에서 유래했다지요. 이렇듯 소금은 금처럼 통용되었고, 국가에서 그 가치를 보증했던 귀한 물건이었다는 것이지요.

하얀색 금, 소금

사실 금으로서의 소금의 역사는 근대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었고, 이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소금을 둘러싼 다툼도 많았고, 도시와 국가의 흥망성쇠에도 소금이 한자리했으니까요. 우리나라도 1961년까지는 소금이 국가가 독점하는 전매사업 품목에 들어 있었고, 중국은 2014년까지도 전매사업 품목에 있었다니, 이로써 소금의 가치가 어떠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소금

건강 5적 백색 식품

그러나 이제 상황이 변했습니다. 제염 기술의 발전으로 대량 생산되면서 소금은 더 이상 금의 위치에 있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음식을 맛나게 하는 그 신비한 작용 때문에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가고, 그 결과 건강에 문제를 일으켜 백미 밀가루 설탕 소금과 함께 ‘건강 5적 백색 식품’ 목록에 오르게 되었고, 어떻게 해서든지 피해야 할 대상이 되었으니까요. 그렇다 해도 소금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할 물질인 것은 변함 없습니다.

반드시 챙겨야 할 소금

‘금 없이는 살 수 있지만, 소금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금은 없어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지만, 소금이 없다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으니까요.

생명 숫자 0.9%

우리가 소금이라고 부르는 그 물질은 나트륨(Na)과 염소(Cl)가 결합한 ‘염화나트륨(NaCl)’으로, 염소와 나트륨 모두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입니다. 체액의 0.9%를 차지하는 나트륨은 체내 항상성 유지와 신경 전도와 근육 수축, 산과 염기의 균형 유지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소금 섭취량이 부족하면 체내 항상성에 문제가 생기는 등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결핍보다 과잉

물론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나트륨 결핍을 걱정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과잉이 문제입니다. 신문 기사를 검색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소금 섭취량은 세계 상위권에 속하며, WHO 권고량의 수 배에 달한다는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 문제는 과잉이지 결핍이 아니며, 나트륨 과잉 섭취는 신장 기능 이상, 고혈압 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이 소금은 다른 소금보다 건강에 더 좋다’는 주장인 듯 합니다. 그 소금이 어떤 소금이기에 건강에 더 좋을까요? 각각의 소금을 알아봅니다.

소금의 종류

소금은 제조 방식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립니다. 대표적으로 천일염, 자염, 정제염, 재제염, 맛소금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1 천일염

천일염은 염전에 바닷물을 가둔 후 햇볕과 바람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만든 소금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햇볕에 의존해 만든 소금이어서 ‘천일염(天日鹽)’이라 부릅니다. 이렇게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들다 보니 염분 외에 바닷물에 들어 있는 다른 성분(미네랄)도 그대로 남아 있으며, 생산지의 환경에 따라 질과 맛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중금속 문제나 위생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한때 식품이 아닌 광물로 분류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해 천일염 유해성 문제가 거론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온 말입니다. 마그네슘 등 나트륨 외에 다른 성분도 들어 있어서 약간 쓴맛이 있는데, 그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숙성 과정을 거치며, 이때 빠져나온 것이 ‘간수’입니다. 당연하게도 이렇게 숙성 과정을 거친 소금은 미네랄 함량도 적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천일염을 생산한 때는 일제 강점기인 1907년이며, 최초의 천일염 염전이 있던 곳은 지금의 인천 십정동 일대입니다.

참고로, 토판염이나 장판염 그리고 타일염이라 부르는 소금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 바닥에 따른 것으로, 염전 바닥이 흙을 다져 만든 것이면 토판염, 염전 바닥에 장판을 깔았으면 장판염, 염전 바닥에 타일을 깔았으면 타일염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모두 천일염입니다.

소금

2 자염

자염(煮鹽)은 우리나라 전통 소금 제조 방식으로 만든 소금으로, 그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닷물을 염전에 가둬 햇볕과 바람으로 수분을 증발시키는 천일염 방식과 달리 바닷물을 끓여 수분을 제거해 소금 결정체를 얻습니다. ‘자염(煮鹽)’ 의 ‘자(煮)’ 자는 ‘삶다’는 뜻입니다. 이를 ‘전오(煎熬)’ 방식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전(煎)’자는 음식 부침개를 일컽는 ‘전’에도 쓰이는 한자로 ‘달이다’ 또는 ‘부치다’는 뜻이며, ‘오(熬)’자 역시 ‘볶는다’는 뜻입니다. 오랜 세월 우리나라 전통 소금 제조 방식이었지만, 1907년에 천일염 제조 방식이 도입되면서 쇠퇴했습니다.

3 정제염

정제염은 바닷물을 공장 집수장으로 끌어들여 여과와 정제 등 일련의 공정을 거쳐 만든 소금으로, 국내산으로는 한주소금이 유일합니다. 불순물이 거의 없는 고순도 소금이어서 짠맛이 강하고, 입자가 가늘고 농도도 균일합니다. 이렇게 정제 과정을 통해 만들기 때문에 불순물과 함께 다른 미네랄도 제거되는데, 이로 인해 천일염이 정제염보다 건강에 좋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4 재제염(꽃소금)

정제염과 혼동하기 좋은 ‘재제염(再製鹽)’도 있습니다. 이름이 보여주는 것처럼 재제염은 ‘다시 만든 소금’입니다. 즉, 재제염은 천일염을 물에 녹여 불순물을 제거한 후 다시 가열해 수분을 증발시켜 만든 소금입니다. 이 과정에서 불순물이 걸러져 천일염에 비해 불순물 함량이 현저하게 적습니다. 소금 결정이 눈꽃 모양이어서 ‘꽃소금’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5 맛소금

맛소금은 이름이 보여주는 것처럼 소금에 조미료를 섞어 맛을 낸 소금입니다. 즉, 맛소금은 순수한 소금이 아니라 조미료의 일종입니다.

건강에 더 좋은 소금

소금에 관한 글 중에 천일염이 정제염보다 좋다는 글이 많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자연에서 만든 전통염’이기 때문에 좋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제염보다 미네랄이 풍부해서 건강에 좋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따져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연구 결과는 소금 섭취량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니까요.

자연에서 만든 전통 천일염

‘자연’ 또는 ‘천연’은 건강식품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일 것입니다. 이는 ‘좋은 것’의 대명사로 쓰이며, 그 대척점에 ‘양식’과 ‘합성(제조)’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 또는 천연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며, 양식과 합성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닙니다. 사실 인류의 역사는 우리가 자연에서 어느 정도 거리 두는 것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 이유는 바로 안전 때문이고 건강 때문입니다. 자연 상태에는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것들이 무수히 많으니까요. 천일염에 토판염도 있고 장판염도 있고 타일염도 있는 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개펄 염전 바닥에서 만든 천일염이 위생적이지 못하다는 지적 때문에 장판을 깔고 타일을 깐 것이니까요. 자연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서 건강에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전통염은 자염]
문헌에 남아 있는 우리나라 소금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방식은 ‘자염(煮鹽)’ 또는 ‘전오(煎熬)’ 방식입니다. 우리나라에 천일염 방식이 도입된 것은 일제 강점기인 1907년으로, 그 역사는 100년을 조금 넘겼습니다. 물론 100여 년의 천일염 역사가 짧은 것은 아니어서,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전통’이라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 장구한 자염 역사에 비하면 짧은 것이 맞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천일염을 전통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마도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는 ‘신토불이’ 마케팅 때문인 듯합니다. 하지만, 우리 것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이 아니고, ‘좋은 것이 좋은 것’입니다. 특히 건강 문제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소금

천일염과 정제염의 영양성분 비교

천일염은 정제염에 비해 덜 짜고 바닷물에 들어 있는 미네랄이 그대로 들어 있어서 건강에 좋은 소금이라는 주장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따져봐야 합니다. 아래는 우리나라 식약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천일염과 정제염의 영양성분입니다. 모두 100g당 함량입니다.

[천일염 100g 중 영양성분 함량]

  • 나트륨: 33,811mg
  • 탄수화물: 4.95mg
  • 단백질: 0.03mg
  • 수분: 3.20mg
  • 칼륨: 437mg
  • 칼슘: 128mg
  • 철: 0.69mg
  • 마그네슘: 828mg
  • 망간: 0.29mg
  • 몰리브덴: 6.23mcg
  • 셀레늄: 35.54mcg
  • 요오드: 14.65mcg

[정제염 100g 중 영양성분 함량]

  • 나트륨: 36,025mg
  • 탄수화물: 0.39mg
  • 지질: 0.01mg
  • 수분: 0.10mg
  • 칼륨: 552mg
  • 칼슘: 30mg
  • 인: 2mg

위 성분 함량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천일염 100g 중 나트륨 함량은 약 33.8g이며, 정제염 100g 중 나트륨 함량은 약 36g으로, 천일염이 약 2.2g 적습니다. 100g 중 함량에서 이 정도 차이라면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닐 것입니다. 더군다나 음식에 넣는 양으로 비교한다면 그 차이는 거의 없다시피 할 것입니다. 또한, 소금은 짠맛을 내기 위해 넣는 것이므로, 만약 덜 짠 소금이라면 덜 짠 만큼 음식에 더 많이 넣을 것이므로 결국 나트륨 섭취량은 같아질 것입니다.

정제염은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제 과정을 거치기에 천일염에 비해 들어 있는 미네랄의 종류와 함량도 적은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100g이 아닌 하루 소금 섭취량으로 비교하면 무의미한 숫자에 불과합니다. 그 정도의 미네랄이라면 다른 음식으로도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으니까요.

몸에 더 좋은 소금?

건강 전문가들은 모든 소금은 동일하다고 말합니다. 염화나트륨은 같은 염화나트륨이지, 천일염이든 정제염이든 자염이든,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제조 방식에 따라 차이가 나는 다른 미네랄 함량도 건강을 말하기에는 너무나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즉, 몸에 더 좋은 소금은 없으며, 어떤 소금이든지 섭취량이 많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게 특정 성분을 강화해 제조한 조미료가 아닌 소금이라면 같은 소금이므로 섭취량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루 소금 섭취량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는 소금 섭취량을 ‘충분 섭취량’으로 제공합니다. ‘충분 섭취량’은 영양소의 필요량을 추정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때 대상 인구집단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양을 말합니다.

소금

나트륨 하루 충분 섭취량

나트륨 하루 충분 섭취량은 연령대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없습니다.

  • 64세 이하 성인: 1,500mg
  • 65~74세: 1,300mg
  • 75세 이상: 1,100mg
  • 임신부, 수유부: 1,500mg

참고로, 미국 심장협회(AHA) 역시 대부분 성인의 이상적인 나트륨 하루 한계치를 1,500mg이라 말합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나트륨 하루 섭취 권고량은 2,000mg 미만이며, 소금으로 환산하면 하루 5g 미만입니다. ‘건강에 더 좋은 소금’을 찾기보다는 이 권고안을 따르는 것이 건강에 더 좋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