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계기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 준다. 이런 정보 중에는 휘발유 잔량이나 타이어 공기압 같은 단순히 보충하면 되는 정보도 있지만, 운전자를 긴장하게 하는 엔진 이상 같은 정보도 있다. 이 모든 정보는 우리가 자동차를 별 탈 없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동차 건강 진단 보고서’이다.

이렇게 우리 몸의 상태를 알려주는 정보 창이 있으면 어떨까? 날마다 시동 걸듯 하루를 시작할 때 우리 몸의 상태를 체크해 보여주고, 저녁이면 온종일 직장과 학교에서 달려온 우리 몸의 상태를 체크해 보여주는 장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우리 몸도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몸의 상태를 알려주고 있다. 허기를 느끼는 것도 그중 하나고, 열이 나는 것도 그중 하나다. 그리고 그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사인 중에 ‘소변(오줌)’도 있다.

[소변 – 일일 건강 보고서]
미국 4대 종합병원 중 하나인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자료에 따르면, 신장이 혈액에서 걸러낸 물과 전해질 그리고 노폐물의 혼합물인 소변(오줌)은 의학 초기부터 건강을 살피는 도구로 이용되어 왔으며, 지금도 건강 상태를 살필 수 있는 좋은 ‘건강 보고서’이다. 그러면 소변(오줌)으로 어떻게 내 몸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을까?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자료를 통해 알아본다.

여러가지 소변(오줌) 색

정상적인 소변의 색은 흔히 ‘옅은 맥주색’ 또는 ‘맑은 황갈색’이라고 말한다. 맥주 반 컵에 물을 섞었을 때 볼 수 있는 그런 색이다. 하지만 소변 색이 늘 그런 것은 아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더 진한 노란색으로 변할 수도 있고,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더 연한 색으로 변할 수도 있다. 이것은 소변에 들어 있는 ‘유로크롬’이라는 노란색 색소의 농도 때문인데, 물을 마시는 것에 따라 일시적으로 변한 것이라면 물을 더 마시거나 덜 마시는 것으로 해결된다. 하지만, 소변이 핏빛이거나 거품이 많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 무색(투명)

소변(오줌) 색이 투명한 무색이라면 물을 너무 많이 마셨을 수 있다. 소변에 들어 있는 ‘유로크롬’의 농도가 엷어져 정상적인 소변색보다 연해지다가 무색으로 보이는 상태까지 이른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라면 물을 적게 마시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지만, 물을 적게 마셔도 계속 무색이라면 신장 문제나 당뇨와 같은 다른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의료 전문인을 만나 답을 찾아야 한다.

2 옅은 짚단 색에서 짙은 노란색

우연히 확인한 소변(오줌) 색이 옅은 짚단 색에서 짙은 노란색 사이에 있다면 정상 범위에 속한다. 옅은 노란색은 수분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건강을 뜻한다. 그럴 때는 물을 약간 덜 마시면 된다.

3 호박색 또는 꿀색

어두운 소변 색은 몸에 물이 더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몸에 필요한 만큼의 수분이 부족해 소변 속에 들어 있는 ‘유로크롬’의 농도가 짙어져 소변색이 정상보다 어둡게 변한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물을 더 마시면 된다.

4 시럽 또는 갈색 에일색

소변(오줌) 색이 시럽색이거나 갈색 에일색이라면 가능한 한 빨리 물을 마셔야 한다. 수분 섭취량이 너무 적어서 일어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을 마셔도 그 상태라면 담즙이 소변으로 유입되어 일어난 문제일 수도 있다. 물을 마셔도 소변 색이 옅어지지 않는다면 즉시 의사를 만나야 한다.

5 분홍색에서 핏빛

우연히 본 소변(오줌) 색이 분홍색이거나 핏빛이라면 당황할 수 있다. 하지만 잠시 여유를 갖고 전날 먹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비트나 블루베리 또는 강황 등을 먹었다면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선홍색 비트 색소가 소변으로 배출되어 일어난 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짙은 색소의 음식을 먹지 않았고, 분홍색 또는 핏빛 소변이 여전하다면, 혈뇨, 신장 문제, 요도 감염, 전립선 문제, 납이나 수은 중독 등 다른 문제일 수 있다. 가능한 한 빨리 의사를 만나야 한다.

6 주황색(오렌지색)

오렌지색 소변 역시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았거나, 짙은 색 음식이나 약물로 인한 것일 수 있다. 짙은 색 음식이나 약물을 먹지 않았다면 먼저 물을 충분히 마셔보자. 그래도 여전히 오렌지색이라면 의사를 만나야 한다. 간이나 담관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7 파란색 또는 녹색

유연히 본 소변(오줌) 색이 파란색이거나 녹색이라면 당황스러울 수 있다. 이럴 때는 전날 먹은 음식이나 약물을 생각해 보자. 하지만 소변색에 영향을 줄만한 음식이나 약물을 먹지 않았다면, 고칼슘혈증이나 요로 감염 등 다른 문제일 수 있으므로 의사를 만나야 한다.

8 탁한 소변

소변이 탁하다면 요로 감염과 신장 결석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탈수도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먼저 물을 많이 마시고 살펴본 후 증상이 지속되면 의사를 만나자.

9 거품 소변 또는 거품 터지는 소리

소변에 거품이 있거나 작은 거품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소리가 들린다면 평소보다 소변량이 많고 유압이 높아 일어난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소변량과 유압이 평소와 같다면 먹은 음식에 단백질이 과다하게 들었거나 신장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이렇게 거품 소변이 지속되면 의사를 만나야 한다.

1:29:300

숫자 ‘1:29:300’으로 표현되는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한 번의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29건의 작은 사고가 있고, 그 전에 300건의 이상 징후가 있다는 산업 재해 관련 법칙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산업 재해’에 국한되지 않는다. 산업 현장을 바라보는 그 눈과 그 관심이 우리 몸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소변색이 보여주는 것이 300건의 이상 징후일 수도 있고, 29건의 작은 사고일 수도 있다. 날마다 소변색을 관찰하는 것으로 혹시 있을지도 모를 사고를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건강 검진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을 되새길 일이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