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란을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영양 성분과 효능에 관한 소문 때문일텐데요, 오늘은 청란이 무엇인지, 그리고 청란의 효능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청란이란?

청란은 껍질에 푸른 빛이 있는 달걀을 말하나 봅니다. 껍질이 하얀색인 달걀을 백란이라 부르기도 하고, 껍질이 갈색인 달걀을 황란이라 부르기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찾아보니 영어명도 같습니다. 영어권에서는 그런 알을 blue-shelled egg라 합니다. 그런데 소문을 들어보면 청란이 특별한 것 같습니다. 다른 달걀보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적어 고혈압 환자들에게 좋다는 말도 있습니다. 정말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일까요?

끝 없는 논란

인터넷을 두드리면 청란에 관한 글이 참 많이 나옵니다. 그런 글 중에서 청란이 껍질 색상 때문에 청란이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청계산닭이 낳은 알이라서 청란이라 부른다는 말도 있고, 청란을 낳는 닭이 우리 토종닭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청계산 토종닭? 갈색 달걀과 흰색 달걀 논란에 이어 이제는 청색 달걀 논란까지 일어난 듯 합니다.

얼마 전에 달걀 색깔과 관련하여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조류독감 파동이 있었을 때, 국내 달걀 수급에 문제가 생겨 외국에서 달걀을 수입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들여온 달걀이 껍질 색이 하얀색인 달걀이었는데, 이와 관련해서 많은 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논란의 중심에는 기존에 먹던 갈색 달걀이 토종닭이 낳은 달걀이고, 그 갈색 달걀이 수입산 흰색 달걀보다 영양분이 더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토종’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본디부터 그것에서 나는 종자’인데, 이런 의미에서 토종닭은 멸종 위기종입니다. 우리는 ‘토종’이라는 단어에서 오래 전부터 이 땅에 서식해온 닭을 떠 올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일반적으로 ‘토종닭’이라 부르는 그 닭 역시 외국 육종회사에서 채산성이 좋도록 개량해 세계 도처에 보급한 외래 품종으로, 우리나라에 도입돼 우리 풍토에 적응한 것에 불과합니다. 외래 품종을 도입하여 기르는 것이지 ‘본디’ 토종닭을 길러 달걀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날개 색이 울긋불긋한 닭이 알을 낳으면 그 알은 갈색 알이고, 날개 색이 하얀 닭이 알을 낳으면 그 알은 하얀색 알이랍니다. 토종닭도 날개 색이 울긋불긋하여 갈색 알을 낳는 것은 맞지만,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갈색 알은 본디 토종닭이 낳은 알이 아니라 외국에서 도입한 날개 색이 울긋불긋한 외래종 닭이 낳은 알이랍니다.

또한, 같은 사료를 먹였다면 달걀 껍질 색에 따라 영양 성분 차이도 없답니다.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같은 사과나무에서 딴 사과도 어느 것은 약간 더 달고 어느 것은 약간 덜 신것처럼 그 정도의 차이랍니다.

홍수나면 귀한 것은 물

수 많은 인터넷 글 중에서 바르게 적은 글을 봤습니다. 청란을 낳는 닭을 기르는 어느 양계 농장에서 올린 글인데, 그 글에는 청란을 낳는 닭을 ‘아메라우카나’라 했습니다. 그리고 ‘아메라우카나’는 칠레 원주민들이 기르던 푸른 색의 알을 낳는 ‘아라우카나’ 닭을 미국에서 개량한 닭이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아라우카나는 원산지가 칠레 아라우카나 지역으로 추정되는 닭으로, 푸른 빛이 도는 알을 낳는 닭입니다. 이 닭이 오래전에 미국과 유럽은 물론 호주에까지 널리 퍼져나가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랍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양계장에서 기르는 청계라는 그 닭 역시 외국에서 들여온 품종일 것입니다.

혹 모르지요. 인터넷에서 본 어떤 글처럼, 멸종 위기에 있는 우리나라 토종닭 중에서 푸른 알을 낳는 닭을 찾아 시중에 유통시킬 정도로 많은 알을 낳도록 길렀을지도 정말 모를 일이지요. 홍수가 나면 사방 모든 곳이 물바다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물 중에 정작 마실 물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해 지역과 관련한 기사를 보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생수차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혈압 환자에게 좋은 알?

현재 우리나라에서 팔리고 있는 청란이 아라우카나 혹은 아메라우카나 종과 관련이 있다면 그와 관련한 영양 성분 데이터와 효능에 관한 연구 논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등록된 논문 중에 ‘아라우카나 달걀의 단백질과 콜레스테롤 함량‘이라는 논문이 있습니다. 연구 결과 아라우카나 달걀이 하얀 깃털을 갖고 있는 레그혼이나 그 교배종보다 오히려 단백질 함량이 적고, 콜레스테롤 함량은 많았다고 합니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 대학교 자료 역시 아라우카나 달걀이 다른 달걀보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그것은 ‘신화’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7년에 한국 모 대학교에서 내놓은 연구 자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청란의 물리화학적 특성과 기능적 특성을 연구한 자료를 보면, 청란과 일반 계란을 비교할 때 영양 성분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그래도 효능이 있다!

연구 결과가 어떻든, 성분 함량이 어떻든, 그래도 청란에 효능이 있다고 믿는다면 효능이 있는 것이 맞습니다. 믿음의 데이터와 과학의 데이터는 영역이 다르니까요. 과학이 제아무리 분석하고 또 분석해도 자연의 이치를 다 분석해 내놓지 못했고, 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의 이름을 다 짓지도 못했으니까요. 청란 안에 아직 과학이 알지 못하는 신비한 그 무엇이 있을 수가 있겠지요. 믿음의 데이터는 그런 것을 축적합니다.

윗마을 갑돌이는 무엇을 먹고 현대 의학에서도 어쩔 수 없는 불치병을 고쳤다는 데이터, 아랫마을 김씨네 며느리는 뒷동산 솟대 바위에 백일기도 드리고 아들을 낳았다는 데이터, 그런 믿음의 데이터 말입니다. 이 영역은 과학이 뭐라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제가 저 믿음의 데이터를 무시하거나 폄훼하는 것이 아닙니다. 흔히 하는 말, ‘병은 약이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약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믿음이 고친다’는 말에 저도 어느 정도는 수긍하니까요. 줄탁동기라 했던가요? 약의 과학적 작용과 약에 대한 믿음이 안과 밖에서 상승 작용할 때 ‘특효’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의약품을 개발하며 효능과 관련한 과학적인 데이터를 뽑기 위해 대조군으로 차용한 위약에서 나타나는 ‘플라시보 효과(위약 효과)’가 그걸 보여주니까요.

마칩니다. 청란에 특별한 효능이 있다고 믿으신다면 이 글을 그저 따따부따로 여기셔도 좋습니다. 먹고 있는 청란이 특별한 성분이 강화된 사료로 키운 청계가 낳은 알일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청란이 청계산 토종닭이 낳은 알이라는 신화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것마저 믿음의 영역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요.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