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우유’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귀리 아몬드 등 곡물과 견과류로 맛과 질감을 우유와 비슷하게 만든 음료도 ‘우유(귀리 우유, 아몬드 우유)’라 부르고 있고, 거기에 ‘산양유’도 있습니다. 오랜 세월 ‘완전식품’으로 불리던 우유의 입지가 흔들리는 듯합니다. 특히 우유와 마찬가지로 동물성 식품인 ‘산양유’는 우유의 단점을 해결해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산양유가 어떤 우유이고, 어떤 점이 좋은지 알아봅니다.

산양유란?

우유(牛乳)는 이름 그대로 ‘소(牛)의 젖(乳)’을 말하고, 산양유(山羊乳)는 ‘산양(山羊)의 젖(乳)’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름을 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그냥 양이 아니라 산(山)에서 사는 양(羊)이니까요? 아침마다 산에 올라 경계의 눈빛이 영력한 산양을 어르고 달래 젖을 짠 것일까요? 그럴리가요!

산양(山羊)

산양(山羊)은 소과(科) 산양속(屬)에 속한 동물로, 이름처럼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등 기암절벽 산악지대에 서식합니다. 개체수가 적어 멸종위기종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귀한 동물입니다. 그런데 산양유라니요?

염소

현재 유통되는 산양유는 산에 사는 산양의 젖이 아니라, 우리가 잘 아는 염소의 젖입니다. 산양과 염소는 계통이 다릅니다. 둘 모두 소과(科)에 속한 동물이지만, 산양은 산양속(屬)에 속하고, 염소는 염소속(屬)에 속한 동물로, 둘은 속(屬)이 다른 별개의 동물입니다.

산양유

염소젖이라고 해서 모든 염소에서 젖을 짜는 것은 아닙니다. 우유를 모든 소가 아닌 홀스타인종 등 젖소에서 얻는 것처럼, 산양유는 염소 중에서 자넨종 등 젖을 많이 생산하는 ‘젖염소’에서 얻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염소를 ‘고트(goat)’라 하고, 젖염소를 ‘데어리 고트(dairy goat)’라 하며, 염소젖을 ‘고트 밀크(goat milk)’라 하는데, 바로 우리가 산양유라 하는 그것입니다.

염소의 젖을 ‘염소유’라 하지 않고 ‘산양유’라 한 이유는 불분명합니다. 염소는 고집이 센 동물이어서 거리감이 느껴지고, 양은 온순한 동물이어서 친근감이 느껴지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일본과 중국에서는 염소를 산양이라 부르는데, 그래서 일본 따라 중국 따라 산양유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산’을 ‘자연’과 연결시키고 ‘자연’을 ‘건강’ 또는 ‘웰빙’과 연결시키려고 염소젖을 산양젖이라 부르는 걸까요? 이유가 무엇이든 ‘사실은 설악산 산양젖이 아니라 염소젖’입니다.

산양유와 일반 우유의 영양 성분 비교

인터넷 쇼핑몰에서 최저가를 검색해보면 우유와 산양유는 가격차가 큽니다. 물론 산양유가 몇 배 비쌉니다. 하지만 산양유가 건강에 좋다는 소문과 함께 많은 사람이 산양유를 찾습니다. 일반 우유와 어떤 차이가 있길래 그럴까요? 미국 농무부 식품 데이터에서 제공하는 우유산양유의 영양성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칼로리

산양유 한 컵(244g)의 열량은 168kcal이며, 우유 한 컵의 열량은 146kcal입니다. 산양유의 열량이 더 높습니다.

2 단백질

산양유 한 컵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양은 8.69g이고, 우유 한 컵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양은 8g입니다. 산양유가 약간 더 많습니다.

3 지방

산양유 한 컵에 들어 있는 지방의 양은 10.1g이며, 이중 6.51g이 포화지방입니다. 우유를 한 컵에 들어 있는 지방의 양은 7.81g이며, 이중 4.54g이 포화지방입니다.

4 탄수화물

산양유 한 컵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유당)의 양은 10.9g이고, 우유 한 컵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유당)의 양은 11.4g입니다.

5 비타민류 (하루 권장 섭취량의 5% 이상)

산양유에는 비타민A, 비타민C, 비타민D, 티아민, 리보플라빈, 비타민B6, 판토텐산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산양유 한 컵에 비타민A는 하루 권장 섭취량의 10%가 들어 있고, 비타민C는 5%, 비타민D는 7%, 비타민B1(티아민)은 8%, 비타민B2(리보플라빈)는 20%, 비타민B6는 6%, 판토텐산은 8%가 들어 있습니다.

우유에는 비타민A, 비타민D, 티아민, 리보플라빈, 비타민B12, 판토텐산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우유 한 컵에 비타민A는 하루 권장 섭취량의 5%가 들어 있고, 비타민D는 24%, 비타민B1(티아민)은 7%, 비타민B2(리보플라빈)는 26%, 비타민B12는 18%, 판토텐산은 9%가 들어 있습니다.

6 미네랄류 (하루 권장 섭취량의 5% 이상)

산양유에는 칼슘, 마그네슘, 인, 칼륨, 나트륨, 아연, 구리, 셀레늄 등의 함량이 많습니다. 산양유 한 컵에 칼슘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33%가 들어 있고, 마그네슘은 9%, 인은 27%, 칼륨은 14%, 나트륨과 아연 그리고 셀레늄은 각각 5%, 구리는 6%가 들어 있습니다.

우유는 칼슘, 마그네슘, 인, 칼륨, 아연, 셀레늄 등의 미네랄 함량이 많습니다. 우유 한 컵에 칼슘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28%가 들어 있고, 마그네슘은 6%, 인은 22%, 칼륨은 10%, 아연은 7%, 셀레늄은 13%가 들어 있습니다.

요약

  • 산양유는 우유에 비해 칼로리가 높고, 단백질과 지방이 많으며, 탄수화물(유당)은 적습니다.
  • 산양유는 우유에 비해 포화지방 함량이 많으며 유당 함량은 적습니다.
  • 들어 있는 비타민과 미네랄의 종류는 비슷하나, 함량은 다릅니다. 비타민A 비타민C 칼슘 마그네슘 인 칼륨 등은 산양유에 더 많이 들어 있고, 비타민D 리보플라빈 비타민B12 셀레늄 등은 우유에 더 많이 들어 있습니다.

산양유 단백질과 유당

위에서 본 것처럼, 산양유의 영양성분 조성과 일반 우유의 영양성분 조성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주영양소에 있어서는 함량 차이도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타민류와 미네랄류는 함량에 차이가 있어서, 그로인한 건강상의 효과 차이도 있을 것입니다. 산양유의 건강상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되는데, 하나는 단백질과 알레르기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당과 소화에 관한 것입니다.

산양유 단백질과 알레르기 반응

산양유를 우유보다 좋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단백질 함량이 많으며, 알레르기 반응이 없다는 것입니다. 위의 성분 함량에서 본 것처럼, 산양유와 우유의 단백질 함량 차이는 한 컵 당 약 0.7g입니다. 체중이 50kg이라면 하루 단백질 권장 섭취량은 40g이므로, 0.7g은 큰 차이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산양유의 단백질을 주목하는 것은 단지 함량 차이가 아니라, 그 구조에 있습니다. 산양유의 단백질 구조가 우유의 단백질 구조와 다르고, 모유와 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에 우유보다 알레르기 반응이 적다는 것입니다. 여러 연구 결과는 우유 보다는 알레르기 반응이 적을 수는 있어도, 산양유 역시 알레르기 반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 연구 결과는 우유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어린이 중 90% 이상이 산양유에서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고 지적합니다.

산양유 유당과 소화

산양유를 우유보다 좋다고 말하는 또 다른 이유는 유당 함량이 적고 소화가 잘 된다는 것입니다. 위의 성분 함량에서 본 것처럼, 산양유 한 컵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유당)의 양은 10.9g이고, 우유 한 컵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유당)의 양은 11.4g이므로, 산양유의 탄수화물 함량은 우유 대비 95.6%로, 그리 큰 차이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산양유가 우유보다 소화가 잘 된다는 것은 유당 함량 뿐만 아니라, 지방산의 분자 구조도 관련이 있답니다. 산양유의 지방산은 우유에 비해 분자 구조가 작고 단쇄 및 중쇄 지방산 함량이 많아 소화가 더 쉬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산양유 역시 유당이 들어 있어서 유당불내증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을 것입니다.

산양유와 체중 감량 다이어트

체중 감량 다이어트 만큼 급변하는 트렌드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지금처럼 하루 세끼 먹고 살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계 역사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20세기에 들어서서야 점심이 ‘간단한’ 한 끼 식사로 자리잡았고, 지금처럼 ‘어엿한’ 한 끼가 된 것은 그 후의 일이니까요. 지금처럼 먹거리가 풍성해진 것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살과의 전쟁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체중 감량 다이어트’가 하나의 인기 상품이 되었고, 한 세기 동안 스쳐지나간 다이어트 종류만 해도 수 만 가지에 이른답니다.

산양유 역시 다이어트 열풍에서 빗겨가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운 먹거리라면 먼저 건강에 좋은 먹거리인지 확인하고 이어서 체중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생각할 테니까요.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산양유의 영양성분 조성과 일반 우유의 영양성분 조성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주영양소에 있어서는 함량 차이도 크지 않고, 칼로리는 오히려 더 높습니다.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산양유를 선택하는 이유

우유 대신 산양유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유당불내증 등 소화 관련 문제 때문에 산양유를 선택할 수도 있고,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산양유를 선택할 수도 있으며, 맛 때문에 산양유를 선택할 수도 있고, 우유와 산양유 1L를 생산하기 위해 소와 염소가 소비하는 목초와 물 그리고 배출하는 탄소량을 비교할 때 산양유가 더 친환경적이라서 산양유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든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우유와 비교해서 산양유의 소화율이 더 좋을 수 있고, 알레르기 반응도 더 적을 수 있으며, 우유보다 산양유가 친환경적이니까요. 하지만 산양유 역시 유당불내증과 알레르기 반응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은, 위에서 제시한 영양 성분 함량은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른 것이며, 시판 중인 산양유는 제품에 따라 첨가물이 달라 그 성분 함량과 기대 효과도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입할 때 제품 성분표에서 첨가물이 무엇인지, 어떤 성분이 강화되었고 그로인한 기대 효과는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