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건강에 좋을까? 버터와 마가린을 비교하면 어떤 것이 몸에 더 좋을까?

이 질문은 과자나 빵을 먹을 때면 심심치 않게 듣는 질문입니다. 버터가 좋다는 말도 있고 나쁘다는 말도 있으며, 마가린은 매우 나쁘다는 말도 있고 요즘은 버터보다 더 좋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그러면 그 답은 무엇일까요? 버터 그 자체가 건강에 안 좋은지, 마가린과 비교하면 어떤지 그 답을 알아봅니다.

버터(butter)

버터는 우유에서 분리한 지방(유지방)으로 만든 유제품의 일종으로, 대부분 젖소 우유로 만들지만, 양 염소 야크 버팔로 등 다양한 가축의 젖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대개 옅은 노란색이지만, 짙은 노란색도 있고 흰색에 가까운 버터도 있습니다. 유지방 함량이 80% 이상인 버터를 ‘천연 버터’라 하는데, 전체 무게 중 유지방이 약 80%를 차지하고 수분이 약 15%를 차지하며 약간의 단백질이 들어 있습니다. 냉장 보관하면 고체 상태지만 실온에서는 반고체 상태여서, 녹여서 빵에 바르거나, 제과 제빵 및 튀김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합니다.

먹거리가 흔하지 않던 예전에는 누가 영어를 하면서 혀를 좀 굴린다 싶으면 ‘혀에 빠다 발랐냐’고 할 정도로 이국적인 음식 또는 귀한 음식 대접을 받았지만, 요즘은 건강을 따지며 먹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마가린(margarine)

버터
마가린은 ‘귀한 음식’ 버터 때문에 태어난 음식입니다. 19세기 중엽, 버터를 즐겨 먹던 프랑스에서 버터 공급량이 충분치 않아 군대와 노동자를 위한 버터 대용품이 필요했답니다. 이때 한 화학자가 생선 기름으로 만든 대체품을 내놓으면서 마가린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초기에는 맛과 향은 물론 색도 버터와는 달리 회색이었지만, 이제는 생선 기름이 아닌 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사용하고, 맛과 향은 물론 색도 버터와 비슷하게 바뀌었습니다.

지금도 마가린은 버터 대용품으로 널리 쓰입니다. 제과 제빵은 물론 우리가 즐겨 먹는 길거리 음식에서도 흔하게 사용됩니다. 가격이 버터 가격의 절반 정도인 이유도 있지만, 버터와는 달리 고온 요리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전체 무게 중 약 70%가 지방이며 약 26%가 수분입니다.

동물성 기름과 식물성 기름

동물성 기름이냐 식물성 기름이냐를 따지는 것은 바로 건강 때문입니다. 동물성 기름은 건강에 해롭고, 식물성 기름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 때문이지요.

버터는 우유를 기반으로 한 유제품으로 동물성 기름입니다. 마가린 역시 초기에는 생선 기름으로 만들었으므로 동물성 기름이었지만, 이제는 대부분 식물성 기름으로 만듭니다. 동물성 기름이냐 식물성 기름이냐 만을 본다면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 마가린이 동물성 기름으로 만든 버터보다 건강에 더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하게 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포화 지방산과 불포화 지방산

동물성 기름은 건강에 좋지 않고 식물성 기름은 건강에 좋다고 말하는 이유는 대개 동물성 지방에는 포화 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고, 식물성 지방에는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물성 지방이라고 해서 모두 포화 지방산인 것이 아니며, 식물성 지방이라고 해서 모두 불포화 지방산인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건강식품의 대명사처럼 말하는 오메가-3 지방산도 주로 생선에서 얻는 동물성 지방이지만 건강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식물성 기름이지만 건강에 나쁜 포화 지방산인 것도 있습니다. 코코넛 오일, 팜유(야자유) 등이 그렇습니다.

건강 때문에 동물성 기름인지 식물성 기름인지 따지는 것이라면, 그보다는 포화 지방산이냐 불포화 지방산이냐를 따져야 할 것입니다. 많은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포화 지방산은 성인병에 악영향을 미치고, 불포화 지방산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등 건강에 좋다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버터와 마가린 담론에는 숨겨진 것이 있습니다. 바로 트랜스 지방산입니다.

트랜스 지방산

버터와 팝콘
지방산은 크게 세 종류로 나눕니다. 하나는 포화 지방산이고, 다른 하나는 불포화 지방산이며, 나머지 하나는 트랜스 지방산입니다. 많은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포화 지방산과 트랜스 지방산은 건강에 해롭고, 불포화 지방산은 건강에 이롭다는 것입니다.

트랜스 지방산의 탄생

불포화 지방산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이며 포화 지방산은 고체 상태입니다. 상온에서 고체 상태인 포화 지방산이 장기간 보관에 유리하고, 필요에 따라 녹여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여러모로 편합니다.

동물성 포화 지방산인 버터의 강점 중 하나는 상온에서 고체/반고체 상태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생선 기름이든 식물성 기름이든 불포화 지방산은 액체 상태이므로 버터와 같은 물성이 나올 수 없습니다. 따라서 버터 대용품인 마가린을 만들 때 버터와 같은 물성을 내기 위해 불포화 지방산에 수소를 첨가해 ‘굳은 기름(경화유)’인 포화 지방산으로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부분 경화유’인 트랜스 지방산이 생성됩니다.

마가린의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생선 기름이나 식물성 기름은 불포화 지방산이기 때문에 건강에 좋은 기름이지만, 여기에 수소를 첨가해 포화 지방산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건강에 나쁜 트랜스 지방산이 생성됩니다. 트랜스 지방산은 우리 몸에서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좋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줄이는 등 포화 지방산보다 건강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공법을 달리해 트랜스 지방산이 거의 없는 마가린을 생산합니다. 이렇게 생산된 마가린은 식물성 기름으로 만들었고 트랜스 지방산도 거의 들어 있지 않으므로 건강에 좋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역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식품 법규에서는 기준량당 함량이 0.2g 미만인 성분은 0g으로 표기해도 됩니다. 즉, 어느 과자의 1회 제공량이 30g이고 30g 중 트랜스 지방산 함량이 0.15g이라면 성분표에 0g으로 표기해도 됩니다. 하지만, 그 과자 한 봉에 들어 있는 양이 120g이라면 과자 한 봉에 들어 있는 트랜스 지방산은 0.60g이 됩니다. 성분표에 0g으로 표기 되어 있어도 약간은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버터 몸에 안 좋나요?

이 질문은 버터 그 자체가 몸에 좋은지 아닌지를 묻기도 하고, 마가린과 비교해서 묻기도 합니다. 먼저 버터와 마가린의 성분 함량을 알아봅니다.

버터와 마가린의 대량영양소 비교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공하는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 버터와 마가린도 올라 있습니다. 제품에 따라 성분 조성과 함량이 다른데, 이중 ‘전국대표’로 표기된 버터와 마가린 100g에 들어 있는 열량과 대량영양소 그리고 지질의 종류와 함량은 아래와 같습니다.

[전국대표 버터 100g]
– 에너지: 761kcal
– 수분: 15.30g
– 단백질: 0.59g
– 지질: 82.04g
– 탄수화물: 1.81g

지질 82.04g 중 콜레스테롤 232.12mg, 포화 지방산 48.05g, 트랜스 지방산 3.09g, 불포화 지방산 17.80g이 들어 있습니다.

[전국대표 마가린 100g]
– 에너지: 714kcal
– 수분: 14.50g
– 단백질: 0.20g
– 지질: 72.41g
– 탄수화물: 12.06g

지질 72.41g 중 콜레스테롤 24.92mg, 포화 지방산 51.68g, 트랜스 지방산 1.78g, 불포화 지방산 16.44g이 들어 있습니다.

버터가 몸에 안 좋나요?

버터가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은 버터의 주 성분인 지질에 포화 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지질 82.04g 중 48.05g이 포화 지방산이며, 콜레스테롤도 약 232.12mg이 들어 있습니다. 많은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포화 지방산은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등 각종 성인병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물론, 포화 지방산은 버터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고기류는 물론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올리브유에도 어느 정도는 들어 있으니까요. 문제는 섭취량입니다. 올리브유 등 건강에 좋다는 식물성 기름에 들어 있는 포화 지방산의 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버터에 들어 있는 포화 지방산의 양은 상당하니까요. 우리가 즐겨 먹지만 건강에 나쁘다고 알려진 삼겹살 100g에 들어 있는 포화 지방산의 양이 약 13g인 것과 비교하면 ‘버터가 몸에 안 좋다’는 말이 이해될 것입니다. 즉, 버터의 건강 문제는 섭취량에 따른다는 것입니다.

버터가 마가린보다 몸에 안 좋나요?

마가린은 버터의 값싼 대용품으로 나왔지만 특유의 향미로 인해 나름의 영역을 구축해왔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조한 마가린은 트랜스 지방산 함량이 많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제조한 요즘 마가린은 트랜스 지방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가린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위에 본 것처럼 마가린도 포화 지방산 함량이 많으니까요. 지질 72.41g 중 51.68g이 포화 지방산으로, 오히려 버터보다 더 많습니다. 마가린이 식물성 기름에 들어 있는 불포화 지방산을 포화 지방산으로 바꾼 것이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버터의 포화 지방산이 문제라면 마가린의 포화 지방산도 문제이므로 건강 때문에 버터와 마가린을 비교하는 것이라면 큰 의미는 없을 것입니다. 건강이 중요하고 기름이 필요하다면 버터와 마가린이 아닌 건강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을 선택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지방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흔하게 듣는 말 중 하나는 ‘지방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포화 지방산이 우리를 아프게 하고, 트랜스 지방산이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반면, 불포화 지방산은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등 건강을 돕습니다. 버터와 마가린의 문제는 지방 문제입니다. 어떤 음식이든지 포화 지방산과 트랜스 지방산 함량이 적고,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많으면 건강에 좋을 것입니다. 또한, 한 가지 기억할 것은 불포화 지방산 역시 지방이며, 지방은 고열량 식품이므로 체중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과체중과 비만은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며 그 자체로도 질병이라는 것입니다. 불포화 지방산에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을 기억하면 좋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