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건강에 관한 관심 고조와 함께 업무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스탠딩 데스크입니다. 지금까지 사무직 종사자와 학생은 책상 앞 의자에 앉아서 일하거나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서 일하거나 공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때 필요한 것이 스탠딩 책상입니다.
스탠딩 책상(Standing Desk)
스탠딩 책상은 이름 그대로 서서 사용하기 편하게 만든 책상입니다. 말하자면 책상다리의 길이를 선 키에 맞게 늘려서 더 이상 의자가 필요 없습니다. 마치 주방 조리대처럼 서서 일할 수 있게 만든 것이지요. 일반적인 책상 대신 스탠딩 책상을 사용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스탠딩 책상의 잠재적인 효과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는 말이 보여주는 것처럼, 서는 것보다 앉는 것이 편하고, 앉는 것보다 눕는 것이 편합니다. 달리 말하면, 서서 일하는 것은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힘이 듭니다. 그런데 왜 스탠딩 책상을 찾는 사람이 많을까요? 그 힘든 것을 감수할 만큼 얻는 것이 있으니 찾겠지요? 맞습니다. 이것은 스탠딩 책상 광고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스탠딩 책상을 사용하면 다양한 이점이 있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아래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스탠딩 책상을 사용할 때 기대할 수 있는 잠재적인 효과입니다.
- 체중 감량
- 목과 허리 통증 완화
- 전반적인 건강 증진
- 분위기 개선 및 생산성 향상
위 잠재적인 효과 중에 ‘체중 감량 효과’가 눈길을 끕니다. 온종일 의자에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종사자 중에 체중 감량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즉시 사고 싶게 만드는 효과니까요. 물론, 그 외 다른 효과들 역시 스탠딩 책상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데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면, 실제 효과는 얼마나 될까요? 일반적인 책상에서 스탠딩 책상으로 전환하면 얼마나 살을 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건강상의 효과가 있을까요? 국내외 유수 관련 기관의 자료를 토대로 하나씩 차례로 살펴봅니다.
스탠딩 책상의 체중 감량 다이어트 효과
스탠딩 책상의 다이어트 효과는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서서 일할 때 에너지 소모가 더 많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많은 스탠딩 책상 제조사가 마케팅에 활용했습니다. ‘일하면서 살 빼는 책상’쯤으로요. 또한, 이런 광고에 따라 많은 사람이 스탠딩 책상을 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의견도 분분합니다. 한 편에서는 서서 일하면 힘이 더 드니 에너지 소비량이 더 많은 게 당연하다고 말하고, 한 편에서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합니다.
서 있을 때 소모 열량
미국 하버드의학대학원에서 이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컴퓨터 작업, TV 시청, 서 있기, 런닝머신에서 걷기 등의 활동을 수행할 때 각각의 에너지 소비량을 조사한 것입니다. 74명이 참가한 이 연구의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 앉아 있을 때 시간당 에너지 소모량은 80kcal이며, 타이핑하거나 TV 시청할 때도 에너지 소모량은 거의 같습니다.
- 서 있을 때 시간당 에너지 소모량은 앉아 있을 때보다 약간 더 많은 약 88kcal입니다.
- 런닝머신에서 걸을 때는 시간당 210kcal를 소모했습니다.
앉아 있을 때와 서 있을 때 시간당 에너지 소모량 차이는 8kcal에 불과합니다. 하루 8시간 동안 스탠딩 책상 앞에 서서 일한다면 책상 앞에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하루에 64kcal를 더 태울 수 있습니다. 이 숫자를 두고 어떤 사람은 많다고 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적다고 할 것입니다. 실제로 스탠딩 책상 관련 글 중에는 이 숫자를 언급하며 스탠딩 책상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숫자는 상대적입니다. 각자 본인이 생각하는 기대치에 따라 적게 보이기도 하고 많게 보이기도 해서, 단지 64라는 숫자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방법은 저 숫자가 실제 체중 감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로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체중 감량과 소모 열량
체중 1kg을 감량하려면 약 7,000kcal의 열량을 소모해야 합니다. 70kcal를 소모하면 몸무게는 10g 줄어듭니다. 즉, 8시간 동안 줄곧 서서 일한다 해도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약 9g 추가 감량 효과만 있을 뿐입니다. 물론 8시간 내내 서서 일하는 것은 불가능해, 실제 감량 효과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입니다. 무심코 마시는 라떼 한 잔의 열량이 약 200kcal라는 것을 생각하면 체중 감량을 이유로 스탠딩 책상을 선택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하버드의학대학원의 자료도 바로 그 점을 지적합니다. 체중 감량이 이유라면 편하게 앉아서 일하다가 점심 식사 후에 30분 정도만 걸어도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입니다. 30분 동안 걸었을 때 소모되는 열량은 약 100kcal로, 8시간 내내 서서 일했을 때 추가 소모되는 64kcal보다 훨씬 많으니까요. 더군다나 저 64kcal라는 숫자는 8시간 내내 서서 일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인데, 날마다 그렇게 8시간 동안 서서 일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 한다 하더라도 혈액 순환 등 다른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테니까요. 스탠딩 책상의 체중 감량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스탠딩 책상의 건강상의 효과
위에서 본 것처럼, 스탠딩 책상의 체중 감량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하지만 스탠딩 책상을 선택하는 이유가 체중 감량 하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체중 감량보다 더 실제적인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건강상의 효과입니다.
하버드의학대학원의 자료도 그 점을 언급합니다. 비록 스탠딩 책상의 다이어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다른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1 목과 허리 통증 완화
미국 유수 의료원 중 하나인 휴스턴 감리회 의료원도 바로 그 점을 지적합니다. 스탠딩 데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체중 감량에는 도움 되지 않지만, 다른 건강상의 효과가 있는데, 바로 ‘허리 통증과 목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 혈액 순환 및 전반적인 건강 증진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행한 한 연구 결과는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이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 등 여러 건강상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와 같은 연구는 많고, 그 결과도 비슷합니다.
미국 심장병협회와 영국 레스터대학교의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앉아 있는 시간은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장거리 비행기 여행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은 혈액 순환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흔히 ‘의자 병’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있으면 소화불량, 하지정맥류 등 여러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 건강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을 피하고 적절히 자리에서 일어나 활동할 것을 권합니다.
3 분위기 개선 및 생산성 향상
서서 일할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건강상의 효과뿐만 아니라 기분이 좋아지는 등 심리적인 효과와 생산성 증진 효과도 있습니다. 텍사스 A&M 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탠딩 책상을 사용할 때 46%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있었답니다.
주의 사항
스탠딩 책상이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 서 있으면 몸에 무리가 가게 됩니다. 오랜 시간 서 있다 보면 자세가 틀어져 허리가 뻐근해질 수 있고, 체중을 지탱하는 다리와 발 역시 통증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8시간 동안 서 있어야 추가로 64kcal의 열량이 소모 되는 스탠딩 책상으로는 체중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오래 서 있다보면 체중 감량 효과 이전에 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캐나다에서 12년에 걸쳐 7320명이 참가한 한 연구 결과가 그것을 보여줍니다. 12년간 7320명을 추적한 결과 주로 서 있는 직업군의 심장병 발병 위험이 주로 앉아 있는 직업군보다 2배 높게 나타났답니다. 그래서 건강 전문가들은 줄곧 앉아 있는 것도 문제지만, 줄곧 서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중요한 것은 적당히
한 시간 중 45분은 의자에 앉아서 작업하고 15분은 스탠딩 책상을 이용하는 방법도 좋고, 30분 중 20분은 앉아서 일하고 8분은 서서 일하며 2분은 가볍게 스트레칭하거나 걷는 방식도 좋습니다. 본인에게 적당한 방식을 찾아 일반 책상과 스탠딩 책상을 번갈아 이용하면서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여전히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의자 역시 중요합니다. 건강이 문제라면 인체 구조에 따라 제작된 의자를 사용해야 하고, 스탠딩 책상도 본인의 키에 맞는 책상을 사용해야 합니다.
문제는 자세
문제는 책상이 아니라 자세입니다. 사실 목과 허리의 통증 완화는 책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세에 있습니다. 일반적인 책상을 사용할 때 자세를 바르게 하면 목과 허리의 통증을 줄일 수 있지만, 반대로 스탠딩 책상을 사용하면서 자세를 바르게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목과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탠딩 책상을 사용하면 무조건 목과 허리의 통증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자세를 바르게 해야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의자에 앉아 있을 때나 서 있을 때나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활동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정리
여러 연구 자료에 따르면,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이나 오랜 시간 서 있는 것 모두 심혈관 질환 등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킵니다. 또한, 널리 알려진 스탠딩 책상의 체중 감량 효과도 기대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하지만 스탠딩 책상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이유는 건강을 위해 앉기와 서기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앉아서 일할 때는 바른 자세에 도움 되는 의자를 사용하고, 서서 일할 때는 본인에게 맞는 높이의 스탠딩 책상을 사용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바른 자세와 활동입니다.
참고 자료
- Houston Methodist: Are Standing Desks Really Worth It?
- Harvard Medical School: The truth behind standing desks
- Annals of Internal Medicine: Sedentary Time and Its Association With Risk for Disease Incidence, Mortality, and Hospitalization in Adults
- Circulation: Lessons Learned From Epidemiological Studies Across Age, Gender, and Race/Ethnicity
- Diabetologia: Sedentary time in adults and the association with diabetes, cardiovascular disease and death: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 American Journal of Epidemiology: The Relationship Between Occupational Standing and Sitting and Incident Heart Disease Over a 12-Year Period in Ontario, Canada
- VitalRecord: Boosting productivity at work may be simple: Stand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