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 기(杞) 나라에 걱정이 많은 사람이 있었다지요.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 땅이 꺼질까 걱정, 그런 걱정에 외출도 못했다네요. 여기서 나온 사자성어가 ‘기인지우(杞人之憂)’이고, 이걸 줄여서 ‘기우(杞憂)’라고 하며, ‘쓸데없는 걱정’을 뜻합니다.
[쓸데없는 걱정]
사실 요즘에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것 같은 걱정’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난데없이 하늘에서 돌이나 화분이 떨어지기도 하고, 멀쩡하던 길에 커다란 싱크홀이 생기기도 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외출 불가’를 외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달라도 과도한 생각과 걱정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도 많은 게 현실입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지?’
뫼비우스 띠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에 날마다 술에 취해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왜 술을 마시느냐’는 어린 왕자의 질문에 그 사람은 ‘부끄러운 것을 잊기 위해 마신다’고 답합니다. ‘부끄러운 게 무엇이냐’는 연이은 질문에 술꾼은 ‘술을 마시는 게 부끄럽다’고 답합니다. 뫼비우스띠 같은 대답인데, 걱정도 그와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걱정이 많아 걱정
생각이 그렇고, 걱정이 그렇습니다. 걱정이 걱정을 낳고 그 걱정이 걱정을 낳습니다. 그리고 걱정하는 그 자체가 걱정인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일과 관련되거나 미래의 삶과 관련된 것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소한 일에서도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집을 나설 때면 이런 걱정 저런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 오븐 불은 껐나?
– 수도는 잠궜나?
물론 불조심은 당연합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고 배웠으니까요. 하지만 집 밖으로 나오기 전에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생각이 들어 다시 집 문을 열고 들어가 확인하기도 합니다. 물론 어쩌다 한 번 그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빈도가 매번이라 해도 좋을 만큼 빈번하다면 문제가 분명합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유효한 걱정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걱정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비율이 8.6%랍니다. 100가지 걱정 중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은 9건 정도라는 거예요. 게다가 실제로 일어난 8.6% 중에서 1/3은 생각했던 것보다 결과가 더 좋았으며, 또한 연구에 참여한 사람 중 1/4은 걱정했던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답니다.
물론 모든 걱정이 다 나쁜 것은 아닙니다. 무엇인가 결정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면 올바른 선택을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변수를 분석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걱정이 수반될 테니까요. 걱정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지요.
위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100건의 걱정 중에서 실제로 일어난 것이 9건이라는 것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니니까요. ‘걱정하는 그것이 걱정’일 정도라면 걱정을 줄여야 하는 것이 분명한데, 이때 참고할 수 있는 숫자가 바로 8.6%입니다. 평소 하던 걱정 중에서 90%를 끊어내면 된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과도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5가지 방법
방법이 있습니다. 여러 관련 단체와 의료원은 과도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아래는 그런 방법을 정리한 것인데, 중요한 것은 이 방법을 아는 것이 아니라 이 실천하는 것입니다.
1 사소한 일에 힘을 쓰지 마세요.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내리는 수많은 결정 중 대부분은 그렇게 두뇌를 혹사시킬 만한 가치가 없는 일입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본인이 들고 있는 문제 중에서 신경 쓸 가치가 있는 문제를 고르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2 비판적 사고와 직관을 조합하세요.
결정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질문하고,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세요. 하지만 논리적인 문제 해결이 항상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최종 결정을 내릴 때는 직감도 사용하세요. 직감이나 직관을 따르는 것이 때로는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정확할 때도 있으니까요.
3 기한 설정을 하세요.
시간이 많으면 그만큼 더 많은 생각을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정해야 할 문제가 있으면 최종 결정을 내릴 기한을 설정하세요. 너무 부담스러울 때는 휴식을 취해 주의를 환기하는 것도 도움 됩니다.
4 행동으로 옮기고 버리세요.
어떤 문제가 있을 때, 더 건설적인 방식으로 결정을 내리거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세요. 더 건설적인 방식으로 진행할 수 없다면 그 문제는 이제 본인의 통제 밖에 있는 문제일 것입니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즉시 행동으로 옮겨 처리하고, 본인의 통제 밖에 있는 문제는 버리세요. 우리가 중력을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세상일 중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도 많습니다.
5 인정하고 휴식을 취하세요.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완전하게 해결하지는 못했어도 그 일을 위해 시도한 일들이 있고, 그런 시도가 다른 문제 해결에 자양분이 될 수 있으니까요. 시도했던 그 일들을 축하하고 휴식을 취하세요.
걱정 상자 또는 걱정 노트
중요한 문제일수록 더 깊이 생각해야 하지만, 걱정하는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걱정은 우리의 시간뿐만 아니라 에너지까지 고갈시켜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과 능력을 앗아갈 뿐입니다. 걱정거리가 생기면 메모지에 적어 걱정 상자에 넣거나 노트에 적었다가 어느 한 날을 정해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이 자료가 쌓이면 이전에 적어 놓은 수많은 걱정거리가 별거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여유 있는 웃음으로 그 걱정거리를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참고 자료
- ADAA: We Think Therefore We Are Thinking About Thinking: When Overthinking Becomes A Disorder
- American Behavioural Clinics: Break The Cycle of Overthinking
- Behavior Therapy: Exposing Worry’s Deceit: Percentage of Untrue Worries in Generalized Anxiety Disorder Treatment
- HBR: What to Do When Your Mind (Always) Dwells on the Worst-Case Scenario
- NIH: Anxiety Disord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