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중에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 것 중의 하나가 닭고기와 계란이지 싶다.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터지는 조류독감과 살충제 문제로 국민 먹거리인 양념 통닭을 멀리해야 하나 걱정하기도 하고, 작년에는 계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구하기조차 힘들기도 했다. 상점에서는 고객에게 수량 제한을 해서 팔기도 하고, 그나마 계란을 들이지 못해 팔지도 못한 상점도 수두룩했다. 흔하디흔한 것이 닭고기요, 더 흔하디흔한 것이 계란인 줄 알았는데.
사실 그렇다. 세계 어디를 가나 닭요리와 계란 요리를 접할 수 있다. 닭은 유태인도 먹고 무슬림도 먹고 힌두교인도 먹는다. 그래서 나라 안팎으로 종교로 인해 시끄러운 요즘, 모든 이들의 욕구를 달래주는 신은 ‘닭신’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고, 평화의 상징은 비둘기가 아니라 닭이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 닭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시작으로 따지면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우리가 닭을 아프게 한 것인지, 닭이 우리를 아프게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조류독감 파동으로 며칠째 곱게 튀김옷을 입힌 닭신을 접하지 못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아침상에 계란찜을 모시지 못해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백성들의 그 아픔을 달래려고 계란을 수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이런 말 저런 말이 나돌고, 그런 말들 중에 하얀계란 누런계란 논쟁도 있다. 역시 닭은 말이 많은 먹거리인가보다. 그래서 이참에 그렇게 떠도는 말들을 정리했다.
계란 QnA
1 어떤 계란은 갈색이고, 어떤 계란은 하얀색인데 왜 그러나?
닭의 품종에 따라 다르다. 동요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에도 있지 않나? 털 색깔이 갈색인 닭이 낳은 알은 갈색이고, 털 색깔이 하얀 닭이 낳은 알은 하얀색이다.
2 갈색 계란은 토종닭이 낳은 토종란이고, 하얀 계란은 외래종이 낳은 수입란이라고 들었다.
‘토종’의 사전적 의미는 ‘본디부터 그곳에서 나는 종자’로, 오래 전부터 그 지역에 서식하는 품종을 말한다. 우리가 ‘토종닭’이라는 말에서 드는 생각도 이와 같을 것이다. 그런데 닭은 다르다. 요즘 토종닭이라 부르는 닭은 ‘본디부터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던 닭’이 아니라, 외국에서 도입된 외래종이 우리 풍토에 적응한 닭이기 때문이다.
갈색이나 하얀색이나 산란계는 모두 글로벌 육종회사가 개량해 전 세계 농가에 납품한 품종으로, 우리에게는 모두 외래종이다. 본디 토종닭의 털 색이 갈색이었다고 해서 현재 털 색이 갈색인 닭을 토종닭이라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본디 토종닭은 멸종 위기종이고, 그 이유는 채산성이 떨어져 농가로부터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토종닭은 외래종 산란계보다 먹이는 더 많이 먹으면서도 일 년에 낳는 알의 개수는 절반에 그치고 그나마 크기도 작았으니까. 사전적 의미에서 토종닭이 낳은 계란이 시중 상점에 있을 리가 없다. 갈색란이 토종란이라는 것은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는 ‘신토불이’ 마케팅에 불과할 것이다. 참고로, 관련 당국에서는 90년대부터 재래종 닭을 수집해 ‘재래닭’을 복원하고 있다.
3 갈색란과 흰색란은 영양상 차이가 있다고 들었다.
세상 모든 생물은 다 다르다. 사람도 큰 틀에서는 같지만, 키도 다르고 얼굴 모습도 다르고 손 모양도 다르고 영양상태도 다르다. 같은 밭에서 재배한 채소도 실한 것이 있고 비실한 것이 있지 않나. 그 정도 차이다. 흰색란이 수입되면서 갈색란과 흰색란의 영양 차이를 말하곤 하는데, 이것은 ‘신토불이 마케팅’ 연장선이라 보면 된다. 현재 우리나라 양계 농가에 보급된 산란계가 거의 다 갈색이니까, 그게 좋다는 말인 거다.
4 영양 차이도 없는데 왜 우리나라 양계 농가는 갈색 닭을 들여왔나?
수입업자 마음이고 농가 마음일 거다. 하지만 그 이면을 읽어보면, 토종닭과의 연결점을 찾으려던 것 아니었을까 싶다. 처음 외래종 닭을 들여왔을 때 그동안 보아온 토종닭과 비슷하니 소비자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소비자들도 낯선 느낌을 받지 않을 테니까. 또한, 기술적인 면에서 보면 흰색란의 껍질이 갈색란보다 약간 얇아서 더 조심해야 하는 단점이 있고, 색깔 때문에 이물질이 눈에 쉽게 띄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5 이물질 말이 나와서인데, 세척한 계란과 그렇지 않은 계란에 관한 논쟁도 있다. 어떤 계란이 더 신선하고 위생적인 계란인가?
조금 복잡한 문제다. 역시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로 커진 논쟁이니까. 미국, 캐나다, 브라질, 일본, 스웨덴 등지에서는 포장 전에 계란을 물로 씻는다. 닭 분변에서 묻었을지 모를 살모넬라균 등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스웨덴을 제외한 유럽에서는 씻지 않고, 대신 산란계에 백신 접종을 의무로 하고 있다. 잘못된 방식으로 씻으면 오히려 더 나쁠 수 있으니까. 이렇게 합리적인 이유로 세척을 강제하는 나라도 있고 금지하는 나라도 있지만, 저마다 본질은 빼놓고 편한 대로 인용하는 게 문제다.
씻지 않은 계란은 계란 껍질에 큐티클이라는 보호막이 세균 침투를 막아주기에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다는 것과, 씻은 계란은 냉장 보관해야 한다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씻지 않은 계란이 씻은 계란보다 더 위생적이라는 주장이나, 씻은 계란은 이물질을 깨끗이 씻어냈기에 씻지 않은 계란보다 더 위생적이라는 주장은 한쪽만 말한 것에 불과하다.
세척을 강제하는 나라가 단지 세척만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보관 방법 등 유통에 관해서도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으며, 세척을 금지하는 유럽에서는 산란계에 백신 접종을 의무로 해서 살모넬라균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는 것도 말해야 한다. 이 논쟁은 기존 양계 업계와 신규 진출 업계의 영역 싸움으로 봐야 한다. 북미식으로 씻든, 유럽식으로 백신을 접종하든, 둘 다 규정대로 하면 문제없는 먹거리이다. 규정 준수 여부는 관련 관청에서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면 될 일이다.
6 듣고 보니 후련하다. 그러면 어떤 계란을 사는 게 좋은가?
이거야말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좋은 걸 사세요!’라는 말 외에는. 그래도 일반적인 선에서 알아두자.
1) 놓아 기르는(방사) 양계장이 있다면 거기서 사면 좋다. 닭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발로 땅을 헤집어 모이도 찾아 먹고 벌레도 잡아먹고 그런 닭이 낳은 알이 좋다. 그렇게 자라는 닭은 스트레스가 거의 없어 건강하고, 건강한 닭이 낳은 알은 더 좋을 테니까. 물론 제대로 놓아 기르는지 확인할 필요는 있다. 시중에도 ‘유기농’이라는 마크나 다른 인증 마크를 달고 있는 계란이 많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실제로 오가닉으로 기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은 관련 규정이나 규제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사료에 목초액을 약간만 섞어서 먹여도 ‘목초란’이라 표기하는 현실이다. 외국에서는 농부들이 자신이 유기농으로 생산한 먹거리를 가져와 함께 파는 주말 시장이 많다. 그런 농장이나 시장이 있다면 거기서 사는 것도 좋을 것이다.
2) 일반적인 선택 기준을 보자.
- 일단 색은 흰색이든 갈색이든 상관없다.
- 공장에서 찍어 나오듯 하니 대부분 품질도 좋다.
- 가능한 한 생산한 지 얼마 되지 않고, 60g 이상인 것으로 고르자.
- 세척란이라면 반드시 냉장 보관한 것이어야 한다.
7 보관 방법을 알고 싶다.
이것만은 지키자.
- 씻은 계란은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 포장지 그대로 냉장고에 넣자. 그 상태로 보관하는 것이 노른자의 위치도 바르게 잡아주고, 냉장고 안에 있는 다른 음식물의 냄새로부터 보호도 된다.
- 냉장고 안에서 보관 위치도 보통 문에 달린 계란 렉에 보관하는데, 그보다는 냉장고에서 가장 시원한 곳인 안쪽에 넣는 것이 좋다. 냉장고 문은 자주 여닫기에 선도를 보장할 수 없다.
- 씻지 않은 계란은 상온에서 보관해도 되나, 냉장고에 넣는 것이 더 낫다. 이때 주의할 것은 계란 껍질을 씻지 않았으므로 이물질이 묻어 있을 수 있다는 것. 별도 용기에 넣어 다른 음식과 접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씻은 계란은 냉장고에서 최대 45일까지 보관 가능하고, 씻지 않은 계란은 상온에서 30일 보관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산란일자를 확인하는 것이다.
8 얼려서 보관해도 되나?
가능하다. 단, 그대로 얼리지 말고 껍질을 깨고 내용물만 밀폐 용기에 넣어서 얼려야 한다. 흰자와 노른자를 함께 얼려도 되지만, 분리해서 별도의 용기에 담아 얼리면 요리할 때 수월하다. 얼린 계란은 4개월 이내에 소비하자. 스티커에 얼린 날짜를 적어 용기 겉에 붙여두면 편하다.
9 신선한 계란 구별법을 알고 싶다.
먼저, 계란 껍질에 찍힌 산란일자를 확인하자.
2019년부터 우리나라도 계란 껍질에 산란일자를 표기한다. 그 표기는 ‘0223M3FDS2’처럼 총 10자리의 숫자와 문자로 이뤄져 있는데, 맨 앞 네 자리는 ‘산란일자’이며, 다음 다섯 자리 영문은 ‘생산자 고유번호’이고, 마지막 숫자는 ‘사육 환경’을 나타낸다. 맨 뒤 숫자가 1이면 닭을 풀어 놓고 키우는 방사, 2는 축사 내 땅바닥에 닭장을 설치한 축사 내 평사, 3은 개선된 케이지, 4는 기존 케이지 사육 환경이다. 예를 들어, 계란 껍질에 ‘0223M3FDS2’로 적혀 있다면, 이 계란은 2월 23일에 고유번호가 M3FDS인 농장에서 축사 내 땅바닥에 닭장을 설치해 사육한 닭이 낳은 알이다.
- 가능한 한 산란일자가 최근인 계란을 구입하자.
- 흔들어보자. 흔들림이 느껴지면 선도가 떨어진 것이다.
- 삶으려고 물에 넣었을 때 물에 뜨면 선도가 떨어진 것이다.
- 깨뜨렸을 때 신선한 계란은 노른자가 중앙에 올라앉아 있고 탄력이 있으며, 흰자가 노른자를 탄탄하게 감싸고 있다.
- 삶은 계란인지 날계란인지 구별하려면 돌려보자. 삶은 계란을 잘 돌지만, 날계란은 속이 액체 상태라 잘 돌지 않는다.
편집자 주
이 글은 산란일자 표기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8년 5월에 발행했으며, 2019년에 변경된 산란일자 표기법에 따라 그 부분만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