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국민 음료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지요? 한 번 맛 들이면 쉽게 끊지 못하는 것이 커피인가 봅니다. 그런데 커피라고 해서 다 같은 커피가 아닙니다. 원료인 커피콩과 커피콩을 볶는 정도에 따라 맛과 향은 물론 성분도 달라지고, 추출 방식에 따라서도 다양한 커피가 나오니까요. 그 오묘한 맛과 향의 세계는 둘러보고 둘러봐도 끝이 없나 봅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커피 순례길을 멈추게 됩니다. 본인에게 딱 맞는 커피콩과 추출법을 찾았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언제까지나 순례를 즐길 수는 없으니까요. 이제 순례길을 멈추고 안식처로 삼을 한 가지 커피 레시피를 공개합니다. 그것은 누구나 잘 아는 콜드브루(Cold brew) 커피입니다. 여기서 콜드브루 커피의 차원이 다른 맛과 향 그리고 건강상의 이점을 확인하세요.

콜드브루(Cold brew) 커피

커피는 대개 92도 안팎의 뜨거운 물로 내립니다. 커피의 맛과 향과 성분을 고려할 때, 커피콩에 들어 있는 유효 성분이 92도 안팎의 물에서 가장 잘 추출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온도가 낮은 물에서는 커피의 유효 성분이 적게 추출됩니다.

핫브루(Hot brew) 커피

흔히 커피를 ‘내린다’고 하지요? 머그 위에 드리퍼를 올려놓고 그 안에 여과지를 깐 후 적당량의 커피 가루를 넣고 끓인 물을 붓습니다. 그렇게 부은 뜨거운 물이 커피를 통과해 아래에 있는 머그로 떨어져 내려오는데, 추출 시간은 대개 3~4분 정도입니다. 이렇게 직접 손으로 위에서 물을 부어(푸어오버 Pour-over) 내리지 않고, 통에 물을 붓고 바스켓에 커피 가루를 넣은 후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해주는 ‘커피 메이커’도 잠시 후면 커피를 통과한 물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커피를 내립니다. 뜨거운 물로요.

콜드브루(Cold brew) 커피

하지만 콜드브루(Cold brew)는 다른 방법을 씁니다. 이름 그대로 시원한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3~4분 정도인 커피 ‘내리기’로는 커피의 유효 성분을 충분히 추출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방법을 달리해야 하고, 그 방법은 오랜 시간 우리는 것인데, 대개는 커다란 유리병(카라페)에 적당량의 커피 가루와 시원한 물을 넣은 후, 오랜 시간 동안 놓아두고 우려냅니다. 상온에 둔다면 대개 12시간 전후로 두고, 냉장고에 둔다면 대개 16~24시간 정도 둡니다. 이렇게 하면 커피의 유효 성분이 우러나 맛있는 커피가 되는 것이지요. 물론, 시간은 커피 가루 양과 물의 양 그리고 좋아하는 커피 농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콜드브루 커피와 아이스 커피

아이스커피(Iced coffee)와 무엇이 다르냐고요? 간단하게 말해서, 더운 여름날 차갑게 마시는 아이스커피도 먼저 뜨거운 물로 진하게 추출한 후 얼음을 넣어 아이스커피로 만듭니다. 반면 콜드브루 커피는 처음부터 시원한 물로 장시간 커피를 우려냅니다. 그리고 이 차이에서 맛과 향의 차이는 물론 추출된 성분의 함량 차이도 일어납니다.

콜드브루의 두 가지 방식

위에서 본 것처럼 콜드브루는 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는’ 방식입니다. 물론, 네덜란드 사람도 모르는 ‘네덜란드식 커피(더치커피)’라는 콜드브루는 물을 한 방울 한 방울 오랜 시간 떨궈 ‘우려 내리는’ 방식을 쓰지만, 일반적인 콜드브루는 유리병(카라페)에 커피 가루와 시원한 물을 넣은 후 우려내는 방식을 씁니다. 이렇게 ‘우려내는’ 방식을 한자로 ‘침출식(浸出式)’이라 하고, 더치커피처럼 물을 점점점 한 방울씩 떨궈 ‘우려내리는’ 방식을 ‘점적식(點滴式)’이라 하지만, 요즘 대세는 유리병에 담아 우려내는 방식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점적식이라는 것은 물을 좁은 관을 통해 굽이굽이 한 방울 한 방울 오랜 시간 떨구다 보니, 위생 문제에 취약하니까요. 그러니 이제는 점적식이니 침출식이니 그런 말도 필요 없고, 네덜란드 사람도 모르는 ‘더치커피’라는 말도 필요 없고, 누가 들어도 다 아는 이름 ‘콜드브루(Cold brew)’ 하나로 통일입니다.

그런데 이 콜드브루에도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이것은 완성품을 만드느냐, 반제품을 만드느냐의 차이입니다. 내 입맛에 딱 맞는 상태로 우려서 언제나 그 맛 그대로 즐길 것인지, 진하게 우린 후 그때그때 희석해 다양한 커피를 즐길 것인지에 따릅니다.

1 커피라면 언제나 바로 그 커피

본인의 입맛에 딱 맞는 커피와 물의 비율을 찾았고 ‘언제나 한결같이 그 커피’라면 처음부터 커피와 물의 비율을 맞춰 우리는 것이 좋습니다. 대개는 커피 가루와 물의 비율을 1:15로 해, 상온이라면 12시간 정도, 냉장고에서는 20시간 정도 우립니다. 물론, 커피와 물의 비율 그리고 우리는 시간은 본인의 입맛에 따라 줄이거나 늘입니다.

커피

이렇게 준비하세요

  • 커피 가루와 물의 비율은 1:15입니다. 비율은 입맛에 따라 조절하세요.
  • 커피콩 100g을 중간 이상으로 거칠게 갈아 준비하세요. 곱게 갈면 거를 때 힘듭니다.
  • 물은 정수한 물로 1500g(1.5L) 준비합니다.

이렇게 만드세요

  • 깨끗한 유리병에 커피 가루 100g과 시원한 물 1500g(1.5L)을 넣습니다.
  • 잘 섞은 후 병뚜껑을 닫아 상온에 두거나 냉장고에 넣으세요.
  • 상온이라면 12시간 정도 후에, 냉장고라면 20시간 정도 후에 꺼냅니다.
  • 먼저 주방용 채(철망)로 걸러 커피 찌꺼기를 제거하세요.
  • 탁한 커피물을 드리퍼와 여과지(필터)로 거르세요.
  • 완성된 커피양은 1300~1350ml 정도입니다.
  • 유리병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며 즐기세요.

쉽게 만드는 팁

  • 주방용 저울을 이용하고, 단위는 g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은 무게(g)와 부피(ml)가 같습니다.
  • 처음 거를 때는 주방에서 사용하는 채(철망)가 좋습니다.
  • 더운 날 상온에 두는 것이 부담스럽고, 냉장고에 넣는 것도 싫다면, 커다란 진공 보온병(Growler)을 써보세요. 요즘 보온병은 성능이 좋아 12시간 후에도 물의 온도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 우릴 때 물의 양을 500g(0.5L)으로 하고, 우려서 필터로 거른 후에 물 1000g(1L)을 추가해도 됩니다. 이렇게 하면 거르는 일이 좀 더 쉽습니다.

맛있게 즐기는 팁

  • ‘온더락(on the rocks)’ 방식을 좋아한다면, 우릴 때 물의 양을 1000g(1L)으로 하고, 마실 때마다 먼저 유리컵에 얼음 130~150g을 넣은 후 얼음 위에 콜드브루 커피 200~210g을 추가하세요.
  • 셰이커를 써보세요. 셰이커에 콜드브루 커피를 넣고 흔들면 풍성한 거품이 만들어지고 한결 부드러운 커피가 됩니다. 얼음 몇 조각을 함께 넣고 흔들면 가슴까지 시원한 콜드브루 커피가 되겠지요?

2 기분 따라 상황 따라

본인의 입맛에 딱 맞는 커피와 물의 비율을 안다 해도 기분 따라 상황 따라 다른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진하게 뽑아서 그때그때 희석하거나 다른 첨가물을 넣어 다양한 커피를 만들어도 좋습니다. 진한 에스프레소를 내려 다양한 커피는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이렇게 내릴 때 커피 가루와 물의 비율은 대개 1:5로 합니다. 커피 가루가 100g이라면 물은 500g을 준비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물의 양을 줄이면 그만큼 더 진한 커피가 됩니다.

이렇게 만드세요

  • 만드는 법은 위 ‘한결같은 커피’와 같으며, 다른 것은 물의 양입니다.
  • 커피 가루 100g과 시원한 물 500g을 준비합니다.
  • 진한 그대로 병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며, 필요할 때 원하는 정도로 물을 섞어 희석하거나, 시럽이나 우유를 넣어 색다른 커피를 만들어도 좋습니다.

콜드브루 커피의 건강상의 이점

콜드브루라고 해서 커피콩에 없는 성분이 새롭게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콜드브루 커피의 효능이라고 하면 그것은 커피의 효능과 같습니다. 커피의 효능은 ‘커피가 건강에 좋은 아홉 가지 이유’에서 확인하세요. 그 아홉 가지 효능에 더해 아래는 콜드브루 커피만의 이점입니다.

식도암 위험이 없습니다.

미국 암협회(ACS)에서 주관한 한 연구에 따르면 뜨거운 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식도암에 걸릴 위험이 90%가 더 높답니다. 이 연구는 섭씨 60도 이상인 차를 하루에 700ml 이상 마시는 5만 명이 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세계 보건기구(WHO)도 날마다 섭씨 65도 이상인 차를 마시는 사람에게서 식도암 발병 위험이 높다고 경고합니다. 물론 이것은 뜨거운 음료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며, 뜨거운 국을 즐기는 우리나라 식문화에도 해당합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뜨거운 커피보다는 콜드브루 커피가 좋습니다. 참고로, 맛있는 국의 적정 온도는 60도랍니다.

산도가 낮고 신맛이 적으며 맛이 순합니다.

같은 커피콩으로 만들어도 콜드브루 커피가 뜨거운 커피보다 신맛과 쓴맛이 적습니다. 2018년에 네이처지(Nature)에 실린 한 연구 자료에 의하면, 콜드브루 커피는 뜨거운 커피보다 산도가 적어서 위에 주는 부담이 적을 수 있답니다. 게다가 신맛과 쓴맛이 적어 크림이나 설탕 등 첨가물을 덜 넣게 되는 이점도 있답니다. 커피가 위산 방출을 자극해 역류성식도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데, 콜드브루 커피라면 조금이나마 그 부담을 덜 수 있겠습니다.

클로로겐산과 카페인산 함량이 많습니다.

같은 커피콩으로 만든 콜드브루 커피와 뜨거운 커피에 들어 있는 클로로겐산과 카페인산 함량 비교에서 콜드브루 커피에 이들 성분이 더 많을 수 있답니다. 또한, 이들 성분은 같은 콜드브루 커피에서도 강배전(다크 로스트) 커피보다 중배전(미디엄 로스트) 커피에 더 많이 들어 있답니다. 클로로겐산과 카페인산은 커피에 들어 있는 항산화제로 혈압과 혈당 수치를 낮추는 등 다양한 작용으로 건강을 돕는답니다.

주의 사항

맛이 순하다지만 콜드브루 커피 역시 커피입니다. 오랜 시간 우리는 방식이기에 카페인 함량이 뜨거운 커피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답니다. 흔히 카페인은 ‘두 얼굴’의 성분이라고 말합니다. 항산화제로 작용해 건강을 돕지만 과하면 안 되니까요.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성인의 하루 카페인 최대 섭취 권고량은 400mg입니다. 이 양은 커피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8온스(약 236ml) 컵으로 3~5잔에 해당합니다. 임산부는 더 적어서 300mg입니다. 물론, 카페인 대사 능력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커서, 이보다 더 적게 먹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커피는 종이 여과지(필터)로 거르는 것이 좋습니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스톨(Cafestol) 성분은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하지만,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작용도 있답니다. 다행인 것은, 여과지로 거르면 대부분 걸러진다는 것입니다. 콜드브루 커피든 뜨거운 커피든, 더 건강하게 마시려면 종이 여과지(필터)로 충분히 거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콜드브루 커피 추출 도구

물통에 커피 가루와 시원한 물을 넣고 오랜 시간 우리는 것은 동일합니다. 다른 것은 그렇게 우린 후 커피 찌꺼기를 걸러내는 방식입니다.

드리퍼와 여과지(필터)

유리병에 커피 가루와 시원한 물을 넣고 우린 후 드리퍼와 여과지를 써서 커피 찌꺼기를 걸러냅니다. 먼저 주방용 채나 철망으로 커피 찌꺼기를 걸러낸 후 드리퍼와 여과지를 써서 다시 거르는 것이 좋습니다. 커피 가루가 고울수록 거르는 과정이 길어집니다.

프렌치 프레스

프렌치 프레스에 커피 가루와 시원한 물을 넣고 우린 후 플런저(거름망)를 눌러 커피 찌꺼기와 커피물을 분리합니다. 이렇게 한 후 드리퍼와 여과지(필터)로 한 번 더 거르는 것이 좋습니다. ‘커피 프레스’라고도 부릅니다.

콜드브루 메이커

즐기는 사람이 많으니 콜드브루 메이커도 다양합니다. 모두 물통에 거름망을 추가한 것인데, 망의 미세도에 따라 다르지만, 드리퍼와 여과지(필터)로 한 번 더 거르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도구를 추천하라면 저 위 ‘쉽게 만드는 팁’에서 언급한 1.8L들이 ‘진공 그롤러(Growler)’와 ‘드리퍼(Dripper)’입니다. 저녁 6시쯤 커피 가루 100g과 시원한 물 1500g(1.5L)을 그롤러에 담아 놓고, 다음 날 아침 6시쯤에 먼저 작은 주방용 채(철망)로 거르고, 드리퍼와 여과지로 한 번 더 거른 후 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습니다. 추출된 커피양은 1300~1350ml 정도입니다. 특별한 도구도 필요 없고, 만드는 재미도 있습니다. 아래는 콜드브루 커피 만드는 법 영상입니다. 참고하세요.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