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련 글을 읽다 보면 알쏭달쏭한 용어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 용어가 지칭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문맥을 통해 가늠할 수 있지만, 그게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몰라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베타카로틴(β-carotene)도 그중 하나인데, 어느 글에서는 베타카로틴을 카로티노이드라고 하고, 어느 글에서는 파이토케미컬이라고 하며, 어느 글에서는 비타민A라 하는 등 종잡을 수 없습니다. 어떤 것이 맞을까요?
베타카로틴(β-carotene)
베타카로틴(β-carotene)은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의 일종인 카로티노이드(carotinoid)에 속한 노란색과 주황색 그리고 빨간색 색소로, 우리 몸에서 비타민A로 전환돼 사용되는 프로비타민A의 일종이며, 강력한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물질입니다.
말이 어렵습니다. 베타카로틴 하나 설명하는 데 알다가도 모를 네 가지 명칭(파이토케미컬, 카로티노이드, 항산화제, 프로비타민A)이 쓰였습니다. 뭔가 거창하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별 것 아닙니다.
파이토케미컬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은 식물을 뜻하는 그리스어 ‘파이토(phyto)’와 화학물질을 뜻하는 ‘케미컬(chemical)’의 합성어입니다. 이름 그대로 ‘식물에 들어 있는 화학 물질’을 뜻하는데, 실제적인 뜻은 ‘식물에 들어 있는 화학 물질 중에서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의 필수 영양소는 아니지만, 건강에 도움을 주는 생리 활성 물질’을 말합니다. 여기에 카로티노이드, 페놀, 알카로이드 등이 있습니다. 파이토케미컬은 식물이 자외선과 병원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해 건강을 돕습니다.
카로티노이드
식물 화학물질(파이토케미컬, phytochemical) 중 하나로, 노란색 주황색 그리고 붉은색 색소명으로 쓰입니다. 눈에 띄는 특징이 ‘색상’이기 때문이겠지요. 여기에 600여종이 있으며, 그중 가장 흔하고 널리 알려진 것이 알파카로틴, 베타카로틴, 베타크립토잔틴, 루테인, 제아잔틴(지아잔틴), 아스타잔틴, 라이코펜(리코펜) 등입니다.
항산화제
항산화제는 이름 그대로 ‘산화’에 ‘대항하는 물질을 말합니다. 우리는 호흡과 음식을 통해 살아가고 햇볕과 다양한 유해 물질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몸 안에서 정상에서 벗어난 ‘활성 산소’가 만들어지는데, 이 활성 산소가 건강한 세포를 악성 종양 세포로 변질시키고, 세포 노화를 촉진하며, 염증을 유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파이토케이컬은 식물이 햇볕과 병원체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물질인데, 이 물질이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파이토케미컬을 항산화제라 부릅니다. 하지만 파이토케미컬이라는 명칭과 항산화제라는 명칭이 같은 것은 아닙니다. 비타민A 비타민C 비타민E 등 비타민과 마그네슘 아연 셀레늄 등의 미네랄도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하니까요.
프로비타민A
비타민A는 익숙하지만 ‘프로비타민A’는 낯설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프로(pro)’는 ‘이전, 앞선(before)’ 등을 뜻하는 접두사입니다. 따라서 ‘프로비타민A’는 ‘비타민A가 되기 전 단계에 있는 물질’을 일컽는 것으로, 같은 의미로 ‘비타민A 전구체’라 부르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 몸에서 비타민A로 쓰이는 물질은 자연에서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합니다. 하나는 비타민A 그대로이고, 다른 하나는 ‘프로비타민A’인데, 베타카로틴이 바로 ‘프로비타민A’입니다. 그러니까 식물의 색소인 베타카로틴은 그 자체로는 베타카로틴이지만 우리 몸에서 필요에 따라 비타민A로 변형돼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비타민A는 육류, 가금류, 생선, 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에 들어 있으며, 눈의 망막(레티나, retina)에 있는 색소여서 ‘레티놀(retinol)’이라 부릅니다. 프로비타민A는 식물성 식품에 들어 있는데, 그중 가장 흔한 것이 베타카로틴입니다. 주황색 색소명이 ‘카로틴(carotene)’인 것은 당근(홍당무, D. carota)’에서 추출했기 때문입니다.
베타카로틴 효능
비타민A는 우리가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미량 영양소입니다. 동물성 식품에서 섭취하는 레티놀이어도 좋고 식물성 식품에서 섭취하는 베타카로틴이어도 좋습니다. 우리 몸은 비타민A(레티놀)가 부족하면 필요한 만큼 베타카로틴을 비타민A로 바꿔 사용하니까요. 비타민A는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건강을 돕습니다.
- 노인성 황반변성 및 시력 개선 등 눈 건강을 돕습니다.
- 면역계 증진 효능이 있습니다.
- 피부 건강을 돕습니다.
- 인지력 개선 효능이 있답니다.
- 폐 건강을 도울 수 있답니다.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음식
베타카로틴은 식물의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 색소입니다. 당근, 단호박, 고구마, 망고, 파파야, 살구, 캔털루프, 오렌지, 시금치, 케일, 브로콜리, 순무잎 등에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시금치나 브로콜리 같은 녹색 채소에 주황색 색소인 베타카로틴이 많다고 하니 의아할지 모르겠습니다. 녹색 잎채소가 녹색인 것은 엽록소 때문입니다. 광합성 작용이 활발할 때는 엽록소가 많아 주황색 카로틴 색소가 가려지지만, 온도가 낮아져 엽록소가 파괴되면 엽록소의 녹색에 가려졌던 주황색이 드러납니다. 낙엽의 색이 누런 것이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낙엽의 누런색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녹색 잎채소에도 베타카로틴이 많습니다.
주의 사항
비타민A(레티놀)는 지용성 비타민입니다. 우리 몸에서 사용하고 남은 비타민A는 지방 조직이나 간에 흡수되어 저장되는데, 너무 많으면 독성으로 작용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답니다. 따라서 고용량 비타민A 영양제를 선택할 때는 의료 전문인의 적절한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음식으로 섭취한 베타카로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답니다. 우리가 섭취한 베타카로틴이 모두 비타민A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베타카로틴 다량 섭취와 관련한 문제라면 피부색이 노란색이나 주황색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섭취량을 줄이면 원래 피부색으로 돌아옵니다.
이 자료는 의료상의 정보가 아닌 일반적인 정보입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참고자료로 사용하시고,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약을 먹고 있거나, 특별한 상황이 있다면, 먼저 의료 전문인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참고 자료
- Mount Sinai: Beta-carotene
- Harvard Medical School: Vitamin A
- Stanford Medicine: Phytochemicals (Phytonutrients) as Part of Your Cancer Diet
- J Nutr: β-Carotene Is an Important Vitamin A Source for Hum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