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 관련 글을 읽다 보면 ‘항산화 성분(항산화제)’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이지요? 건강식품 대부분 이 성분을 강조하는 것을 보셨을 거예요. 도대체 ‘항산화제(항산화 물질)’가 뭐길래!
오늘은 항산화 물질에 관해 간단히 알아봅니다. 이 글은 건강식품에 관한 궁금증 해소 차원의 글입니다. 쉽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학문적으로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항산화 성분(항산화제)이 무엇인가요?
말 그대로 ‘산화를 억제하는 물질’입니다. 산화는 어떤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여 전자를 잃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항산화 성분’은 어떤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여 전자를 잃는 것을 막는 성분이지요. 그러면 우리 몸에 그렇게 다른 물질에서 전자를 빼앗아가는 산소가 있다는 거네요.
그런 산소가 무엇인가요?
그런 산소를 ‘활성 산소’라 하고, 활성 산소에 의해 일어나는 일 (악영향)을 ‘산화 스트레스’라 합니다. ‘활성’이라는 말은 ‘활동이 활발해지고 반응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말해요. 그러니까 우리 몸에 있는 산소 중에는 일반적인 산소보다 활동이 더 활발하고 반응 속도도 더 빠른 산소가 있다는 거예요. 정상을 넘어선 활동을 한다는 거지요. 그래서 이게 문제입니다. 다른 물질 (세포)에 접근하여 산화 반응을 일으키니까요. 그러면 그 물질 (세포)는 손상을 입습니다. 산소와 철이 접촉하여 녹이 스는 것을 산화라 하는데, 활성 산소에 전자를 빼앗긴 세포에서 바로 그런 손상이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활성 산소는 우리 몸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우리 몸에서 활성 산소가 만들어지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우리는 호흡으로 살아가요. 산소를 마시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활성 산소’라는 부산물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우리 몸의 각종 신진대사와 음식물 소화 과정에서도 만들어지고, 피부와 눈이 햇빛에 노출되어 만들어지고, 우리 몸 밖 유해 물질을 통해서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것을 자동차 배기가스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그럴듯해요. 자동차가 휘발유를 먹고 힘을 얻어 달리지만 그 과정에서 해로운 가스가 나오니까요. 그런데 활성 산소는 그런 배기가스와는 다른 면이 있습니다. 나쁜 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점도 있을수 있다는 거예요. 생명체 수명 연장 등의 효과도 있을지 모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가요?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과정’이라 했던가요? 유기체의 특성이 바로 그렇지요. 도전이 있으면 그에 대응하는 응전이 있고, 그 응전에 응전을 거듭하게 되지요.
우리 몸은 활성 산소의 도전에 항산화 물질로 응전합니다. 문제는 균형입니다. 우리 몸에 활성 산소를 억제할 수 있을 정도의 항산화 물질이 있다면 활성 산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우리 몸에 항산화 물질이 부족하여 활성 산소 놀이터가 된다면 심각한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
활성 산소가 우리 몸에서 일으키는 문제는 다양합니다. 산소가 철에 접근하여 철을 파괴하는 것처럼, 우리 몸의 세포가 파괴됩니다. 세포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죽는 세포도 있고, 성질이 변하는 세포 (변종 세포)도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양한 질병과 노화로 나타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호흡과 음식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활성 산소를 피할 수 없습니다. 다른 요인을 배제하더라도 활성 산소는 호흡과 소화 과정에서도 만들어지니까요.
우리 몸은 그 도전에 항산화 물질을 만들어 응전합니다. 하지만 우리 몸이 항산화 물질을 필요한 만큼 만들지 못할 수도 있고, 활성 산소 생산량이 늘어나서 평상 수준의 항산화 물질로는 그 활동을 억제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항산화 성분을 더 만들 수 있도록 원료를 보충해야겠지요. 그것이 바로 음식입니다. 전문가들은 영양제 형태의 보충제로 섭취하는 것을 권하지 않습니다.
잠깐만요! 음식을 먹고 소화하는 과정에서 활성 산소가 만들어진다면서요? 그런데 항산화 물질을 보충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니, 그러면 활성 산소량도 늘어날텐데요.
맞습니다. 음식을 먹으면 활성 산소량도 늘어납니다. 그래서 골라야 합니다. 어떤 음식을 먹고 그 음식을 소화하면서 발생하는 활성 산소량보다 그 음식에서 얻는 항산화 성분량이 더 많은 음식을 먹으면 되겠지요.
그런 음식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이에 관한 연구가 있었고, 그 결과 식품에 들어 있는 항산화 성분을 표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항산화 성분 수치라고 부르는 것인데, ‘활성 산소를 흡수하는 능력 (ORAC – Oxygen Radical Absorbance Capacity)’을 숫자로 나타낸 것입니다. 이 측정법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NIA)와 미국 농무부(USDA)에서 개발했습니다. 식품은 100g을 기준으로 합니다.
아래 이미지는 사과의 ORAC 밸류입니다. 다양한 품종을 껍질이 있는 신선한 과일 그대로 측정하기도 하고, 껍질을 벗긴 후 측정하기도 했네요. 우리에게 익숙한 후지 사과의 밸류는 껍질째 먹을 경우 2589입니다.
물론 이 점수가 그 식품의 약리적 작용을 모두 다 담고 있는 것은 아니며, 그런 음식을 먹었을 때 얻는 효능에 관해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음식에는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고, 상호 다양한 작용이 있으니까요. 미국 농무부는 효능에 관한 논란과 건강식품 업계의 오용과 남용을 이유로 홈페이지에서 이 정보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항산화 성분의 효능에 관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고, 다양한 효능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ORAC 밸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어도, 건강식품을 고를 때 의미 있는 참고 자료는 될 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음식은 약입니다.
저는 ‘음식은 약’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우리는 음식을 먹고 살아가니까요. 하지만 모든 음식이 다 동일한 가치를 지닌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건강에 더 좋은 음식에 관심이 많고, 그렇게 얻은 정보를 함께 나누려고 이 블로그도 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글을 쓰면서 느낀 것은, 인터넷에는 무분별한 글이 참 많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방송에서마저 그런 모습이 보입니다. 만병통치약 같은 선전도 너무나 많고, ORAC 밸류가 절대적인 양 선전하는 것도 많고, 그 밸류마저 과장하여 선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추출물의 밸류를 신선한 과일 (채소)의 밸류인 양 선전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추출물은 고농축이라 신선한 과일의 수치와는 현저한 차이가 있는데요.
‘음식은 약’입니다. 그러나 ‘음식은 여전히 음식’입니다. 음식은 한 번 먹고 효능을 말하는 그런 특효약이 아니라, 오늘도 먹고 내일도 먹고 그래서 날마다 건강하게 살도록 하는 신실한 동반자 같은 약입니다. 하지만 음식이라 불리는 모든 것이 다 동일한 가치를 지닌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떤 음식은 좋은 동반자 같을 것이고, 어떤 음식은 그렇지 못한 것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고릅니다. 건강에 더 좋은 음식을 꾸준히 먹는다면 건강 또한 더 좋아지고 삶이 즐거울 테니까요. 저는 건강식품의 효능을 바로 이것이라 생각합니다. 날마다 누리는 건강의 즐거움!
참고 자료
- Nursing Times: Free radicals may actually be good for us
-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Free Radicals, Antioxidants in Disease and Health
- University of Michigan: Antioxidants
- PennState: Probing Question: How do antioxidants work?
- 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 Oxygen Radical Absorbance Capacity (ORAC) of Selected Foods, Release 2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