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전문가들이 권하는 가장 좋은 운동 중 하나가 ‘걷기’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만든 대시(DASH)도 ‘걷기’를 권하고 있고,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도 ‘걷기’를 권합니다. 본인의 체력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하루 5Km를 걸으라고 합니다. 속도는 시속 5Km 정도로요. 그러니까 1시간 정도 걷는 것이지요.
하지만 날마다 이것을 챙긴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야 마음먹고 낸다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변수가 있으니까요. 먼저 날씨가 허락해야 해요.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너무 덥거나 추우면 할 수가 없지요. 또한, 걸을 만한 길이 있어야 해요. 바삐 걷는 이들로 가득한 거리에서 천천히 걷는 것은 흐름을 방해하기에 눈치를 봐야 할지도 몰라요. 대도시 거리는 바쁜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이런저런 여건을 따지다 보면 ‘걷기’는 작심삼일이 아니라 하루로 끝날지도 모릅니다.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에는 더욱 그렇지요. 건강 전문가들이 권하는 것이고, 비용도 들지 않는 아주 좋은 운동인데 말예요. 하지만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쇼핑몰’에서 걷는 것입니다.
처음 유학 나왔을 때 아침 일찍 우유를 사려고 집 근처 쇼핑몰에 갔다가 거기서 걷는 이들을 보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쇼핑몰에서 걷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것은 아침에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낮에 쇼핑몰에 가면 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걷는 것을 봅니다. 많은 직장인이 식사 후에는 의례 그렇게 걷습니다.
동료와 함께 걸으며 담소도 나누고, 혼자 걸으며 생각도 정리하고, 그렇게 걸으며 남은 점심시간을 보냅니다. 이것은 비가 와도 상관없고, 무더위 여름이어도 상관없고, 눈보라 치는 겨울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언제든지 시간만 내면 가능한 최상의 운동이지요. 그래서 쇼핑몰에서 걷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추렸습니다.
쇼핑몰에서 걷는 것의 장점
날씨와 상관없어요.
비가 오나요? 괜찮습니다. 폭염이 계속되나요? 괜찮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습니다. 쇼핑몰은 항상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서 언제나 쾌적하니까요. 그 어느 곳보다 걷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밖에 비가 와서 우울했던 마음도 몰 안에 들어서 몇 걸음 걷다 보면 이내 좋아질 거예요.
비용이 없습니다.
피트니스클럽 회원권을 사고 얼마 다니지 않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깝지요? 많은 이들이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몰에서 걷는 것은 비용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가벼운 옷차림과 걷기 좋은 운동화만 있으면 되니까요. 아, 그리고 하나 더 필요하네요. 그것은 ‘걷기가 가장 좋은 운동’이라는 믿음입니다.
안전해요.
쇼핑몰에서 걷는 것은 안전합니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앞에서 달려오는 자전거에 신경 써야 하고, 뒤에서 갑자기 내 옆을 휙 스쳐 지나가는 자전거에 놀라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주택가에서 걸으면 골목 어디서든 차를 마주쳐야 합니다. 게다가 여성이라면 어두운 밤이 무섭기도 할거예요. 하지만 쇼핑몰이라면 이 모든 것이 ‘프리’입니다. 스쳐 지나가며 놀라게 하는 자전거도 없고, 공 줍겠다고 앞도 보지 않고 달려오는 꼬마도 없고, 비켜달라고 빵빵거리는 차도 없습니다. 게다가 언제든 환하고, 경비원과 카메라도 있어서 안전하지요. 이 모든 안전이 무료예요.
쉴 수 있고, 난처한 일도 처리 가능해요.
걷다 보면 쉬고 싶을 때가 있어요. 뜻하지 않게 발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조금 앉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쇼핑몰이라면 걱정 없어요. 여기저기 쉬라고 준비된 벤치가 있으니까요. 어쩌다 물을 준비하지 않았어도 걱정 없습니다. 쇼핑몰 안 어딘가에는 식수대도 있으니까요. 이뿐만이 아니지요. 난처한 일이 생기기도 해요. 하지만 걱정 없습니다. 쇼핑몰에는 깨끗한 화장실도 있으니까요.
평탄해요.
길을 걷다 보면 조심해야 할 곳도 많습니다. 평탄하지 않은 곳도 있고, 비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면 질척이는 곳도 있고, 움푹 패여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발을 상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쇼핑몰에서는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디든 길이 평탄하니까요. 쇼핑몰에서 걷는 것은 스트레스를 덜 받는 걷기이고, 그래서 마음 건강에도 더 좋은 걷기일 거예요.
지루하지 않아요.
쇼핑몰에서 걷는 좋은 점 중의 하나가 아무리 걸어도 지루하지 않다는 거예요. 양쪽에 줄 이어 있는 가게들이며, 쑈윈도며, 게다가 쇼핑몰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날마다 그대로인듯하면서도 조금씩 바뀌며 지루할 틈을 남기지 않아요. 오늘은 저 가게에 새 물건이 들어왔고, 오늘도 저 가게에 손님이 많고, 오늘은 저 가게에 무슨 일이 있나 불이 꺼져 있네요. 게다가 쇼핑몰에서 걷는 이들의 표정은 대개 편합니다. 스트레스받는 공간이 아니니까요. 편한 이들 속에 있으면 절로 편해지지요.
정리가 잘 돼요.
옛날 중국 어느 분이 책 읽기 좋고 생각 정리가 잘 되는 곳이 세 곳이라 했다지요? 침상, 마상, 변상이라 했던가요? 맞아요. 잠자리에 들면 온갖 생각이 왔다 갔다 하며 정리가 되는 걸 느껴요. 오롯이 혼자만의 공간인 변상도 그래요. 저도 시험 시간 바로 전에 정리가 덜 됐을 때는 변상을 이용하곤 했지요. 집중력 치솟는 공간입니다. 마상이요. 이곳도 참 좋습니다. 물론 말 위라면 말이 가는 대로 가기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마상은 더 좋겠지만, 차를 몰고 드라이브할 때면 온갖 생각이 몰려왔다가 어떤 것은 버려져 내 머리를 떠나고, 어떤 것은 정리돼서 머리 한켠에 차곡차곡 쌓이곤 하지요. 걷기도 ‘마상’과 마찬가지입니다. 쇼핑몰에서 걷다 보면 풀리지 않던 과제가 풀리기도 하고, 산뜻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지요. 그래서 저는 더 자주 걸었습니다. 공부하다 뭔가 잘 연결이 되지 않으면 도서관을 나와 쇼핑몰에서 걷는 거예요. 그렇게 걷다 보면 연결점이 보이고, 그러면 다시 들어가서 남은 페이퍼를 쓰는 것이지요. 걷기가 몸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 건강과 ‘일(공부) 건강’까지 주는 것이지요.
쇼핑몰에서 걷는 것의 단점
물론 쇼핑몰에서 걷는 것이 모두 다 좋은 것은 아닐 거에요. 제가 걸으며 느낀 불편함 몇 가지 정리합니다.
샛길이 많아요.
푸드코트 앞을 지날 때는 갑자기 허기를 느끼게 되고, 과일 주스 가게 앞을 지날 때면 괜히 고개가 돌아가요. 그리고 어느 가게가 새단장 했다면 들어가 보고 싶어져요. 게다가 목적지가 있는 것이 아니니 적당히 출구로 향할 수도 있구요. 이런 샛길을 주의해야 해요. 가능한 한 푸드코드로 향하는 골목으로는 가지 않는 거지요.
푸름이 없어요.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산들바람, 그 선율에 따라 흔드는 나무들의 군무. 이런 것이 없어요. 하지만, 밖이라도 언제나 이런 즐거움을 누릴 수는 없을 테니, 참을만 합니다. 가능하다면 커다란 화분이 놓여 있는 쇼핑몰이라면 더 좋겠지요.
붐빌 수가 있어요.
어느 가게가 새로 열었다든지, 행사를 한다든지, 그리고 주부들이 쇼핑을 즐기는 특정 시간대에는 붐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길지는 않을 거에요.
정리
어떤가요? 쇼핑몰에서 걸어볼 마음이 생기셨나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TV 앞 소파를 박차고 일어나 쇼핑몰로 가서 한 바퀴 휑하니 돌고 오는 거예요. 아무리 궁리해도 연결점이 떠오르지 않는 페이퍼를 앞에 두고 있다면 잠시 책을 덮고 쇼핑몰로 가서 걸으세요. 그러다 보면 ‘유레카’를 외치고, 급히 책상으로 달려가 글을 쓰고 싶어질 수도 있어요. 제가 자주 경험한 것이니까요. 신나지 않나요? 비용도 없어요. 그런데 몸 건강, 마음 건강, 일(공부) 건강까지 얻어요. 이제 함께 걸어요. 그리고 여기 있는 일곱 가지에 더 많은 ‘몰에서 걷는 즐거움’을 추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