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소는 한 번쯤 들어본 이름일 것입니다. 치약 광고에도 오르내리고, 수돗물과 관련하여 좋다 나쁘다 말도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불소가 무엇인지, 왜 좋고 나쁘다고 하는지 물으면 할 말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불소일 것입니다. 광고에서 늘 듣지만 아리송한 불소, 이 글에서 해결하세요. 알고 먹으면 더 좋은 불소 이야기입니다.
오늘 알아볼 내용
불소(플루오린, fluorine)
‘불소(F)’는 상온에서 연한 황록색 기체인 비금속 무기질로, 화합물에서 불소를 처음으로 분리한 사람은 프랑스 과학자 앙리 무아상(Henri Moissan, 1886년)입니다. 이후 미국에서 이 물질이 치아우식증(충치)을 예방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원소 기호는 ‘F’입니다.
불소, 플루오린(fluorine)
동일한 물질을 ‘불소’라 부르기도 하고, ‘플루오린(fluorine)’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불소(弗素)’는 일본식 이름으로, 일본에서 독일어 이름 ‘플루오르(Fluor)’의 첫음절 음가에 원소를 뜻하는 ‘소(素)’ 자를 붙여 만든 것을 가져온 것입니다. ‘플루오린(fluorine)’ ‘대한화학회’에서 정한 공식 명칭으로, 영어식 이름입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서도 ‘불소(fluorine)’로 부르는 등, 여전히 ‘불소(fluorine)’라 부릅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이 글에서는 ‘불소(플루오린)’로 표기합니다.
불소(플루오린, fluorine)의 건강 효과
1901년, 미국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지역 치과의사인 ‘프레데릭 매케이(Frederick McKay)’는 그 지역 주민의 치아에 갈색 반점이 많은 것이 섭취하는 음식이나 음용수 때문이라고 보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이와 관련한 연구가 다각도로 진행돼 30년 후인 1931년에 그 원인으로 밝혀진 것이 바로 미네랄 ‘불소’입니다. 그 지역 음용수가 다른 지역 음용수보다 불소 농도가 높다는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후 지속적인 연구에 따라 불소(플루오린)와 치아우식증(충치) 간의 상관관계가 규명되었습니다. 고농도의 불소를 장기간 음용하면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지역 주민처럼 치아에 갈색 반점이 생기지만, 적정 농도의 불소는 치아에 반점을 만들지 않으며 충치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불소(플루오린, fluorine)의 건강 효과
불소(플루오린)의 건강 효과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치아 건강이고 다른 하나는 뼈 건강입니다.
불소(플루오린)는 치아 예방의학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불소(플루오린)가 치아 법랑질을 단단하게 해 치아우식증(충치) 예방에 도움 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국가에서는 수돗물에 적당량의 불소를 첨가해 공공 보건을 도모하고, 치과에서는 치아에 불소(플루오린)를 도포하는 시술을 하고, 가정에서는 불소를 첨가한 치약이나 불소용액을 사용해 치아 건강을 도모합니다. 특히 불소는 예방 효능이 높아 성인보다는 소아나 청소년에게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적당한 농도의 불소는 칼슘 이용률을 높여 골다공증 예방 등 뼈 건강에도 기여합니다.
수돗물 불소화
‘수돗물 불소화’는 수돗물에 적당량의 불소를 첨가해 지역 사회 치아 건강을 도모하고자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는 공공보건위생 사업입니다. 관련 연구 결과는 수돗물 불소화 지역 주민의 충치 발생률이 그렇지 않은 지역 주민보다 60% 이상 감소한 것을 보여줄 정도로 그 효과가 입증되었습니다.
수불화 사업 중단
우리나라에서도 ‘구강보건법’에 ‘수돗물 불소화’를 넣고 1982년부터 ‘수불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행해 치아 건강에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안전성 논란이 일어나면서 지금은 사업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수불화 사업 중단
안정성 논란은 음모론 수준의 논란도 있고, 의학계에서 제기된 실제 건강 문제도 있습니다. 그런 건강 문제 중 하나가 2019년 캐나다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으로, 요약하면 불소를 첨가한 수돗물이 아동의 IQ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논문이 발표되면서 수불화 사업에 관한 불안감은 고조 되었고, 수불화 사업에 앞장섰던 미국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 8월에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독성학 프로그램(NTP)’은 그간의 연구를 취합해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요약하면, 1L당 1.5mg 이상의 불소가 함유된 식수는 아동의 IQ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미국 공공보건국(USPHS)의 불소 권고안은 음용수 1L당 0.7mg이며,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불소 안전 한계량은 1L당 1.5mg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대한소아치과학회’에서는 0.7~1.0ppm 정도의 불소 농도는 안전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불소 충분 섭취량 및 상한 섭취량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은 불소 하루 섭취량을 ‘권장 섭취량’이 아닌 ‘충분 섭취량’과 ‘상한 섭취량’으로 제시합니다. 아래는 ‘섭취량’ 관련 규정입니다.
- 평균 필요량: 건강한 사람들의 일일 영양소 필요량의 중앙값으로 산출한 수치
- 권장 섭취량: 인구집단의 약 97~98%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영양소 필요량을 충족시키는 섭취 수준
- 충분 섭취량: 영양소의 필요량을 추정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경우 대상 인구집단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양을 설정한 수치
- 상한 섭취량: 인체에 해로운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최대 영양소 섭취 수준. 이보다 많은 양을 섭취하면 인체에 해로운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을 때 설정
불소 하루 충분 섭취량
- 0~5개월 영아: 0.01mg
- 6~11개월 영아: 0.4mg
- 1~2세: 0.6mg
- 3~5세: 0.9mg
- 6~8세: 1.3mg
- 9~11세: 1.9mg(남) / 1.8mg(여)
- 12~14세: 2.6mg(남) / 2.4mg(여)
- 15~18세: 3.2mg(남) / 2.7mg(여)
- 19~29세: 3.4mg(남) / 2.8mg(여)
- 30~49세: 3.4mg(남) / 2.7mg(여)
- 50~64세: 3.2mg(남) / 2.6mg(여)
- 50~64세: 3.2mg(남) / 2.6mg(여)
- 65~74세: 3.1mg(남) / 2.5mg(여)
- 75세 이상: 3.0mg(남) / 2.3mg(여)
- 임신부 및 수유부: 추가 없음
불소 하루 상한 섭취량
- 0~5개월 영아: 0.6mg
- 6~11개월 영아: 0.8mg
- 1~2세: 1.2mg
- 3~5세: 1.8mg
- 6~8세: 2.5mg
- 9세 이상: 10mg
상한 섭취량은 이보다 많이 섭취하면 인체에 해로운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을 때 제시되는 섭취량입니다. 즉, 이보다 많이 섭취하면 안 됩니다.
불소가 풍부한 식품
아래는 우리가 즐겨 먹는 식품 중 불소 함량이 많은 식품입니다. 함량은 식품 100g에 들어 있는 불소의 양(mg)입니다.
- 홍차: 0.373mg
- 녹차: 0.115mg
- 적포도주: 0.105mg
- 커피: 0.091mg
- 콜라: 0.078mg
- 옥수수전분: 0.051mg
- 백미: 0.035mg
- 체다치즈: 0.115mg
- 참치통조림: 0.031mg
- 쇠고기(등심): 0.022mg
- 쌀밥: 0.019mg
- 스파게티(건면): 0.018mg
- 고등어, 꽁치, 삼치, 참치, 민어 (구운 것): 0.018mg
- 고구마: 0.014mg
- 요구르트: 0.009mg
- 포도: 0.008mg
- 상추: 0.005mg
- 복숭아, 딸기: 0.004mg
- 사과: 0.0033mg
- 바나나: 0.0022mg
- 고추, 토마토: 0.002mg
- 수박: 0.001mg
- 옥수수기름: 0.001mg
불소는 치약이나 구강세정제 등 치위생 제품에도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불소에 관심이 있다면 치위생 제품을 구입할 때 불소 함량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의 사항 및 부작용
위에서 본 것처럼, 불소는 적정량을 사용하면 치아 법랑질을 단단하게 해 충치를 예방하고 뼈 건강을 돕는 등 대체로 안전하고 유익합니다. 하지만 고용량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불소가 들어 있는 치약이나 구강세정제를 사용할 때는 설명서에 따라 적정 사용량을 지켜야 합니다. 또한, 어린아이는 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 고용량 불소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치아 변색을 일으키는 ‘치아 불소증’입니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식수 검사를 통해 불소 함량을 확인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 고용량 불소는 관절 부위가 뻣뻣해지고 통증을 유발하는 ‘골격 불소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부작용은 본인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자료는 의료상의 정보가 아닌 일반적인 정보입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참고 자료로 사용하시고,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약을 먹고 있거나, 특별한 상황이 있다면 먼저 의료 전문인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적정수준
‘적정수준’은 삶의 지혜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게 무엇이든 ‘적정수준’을 지키면 탈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 적정수준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방심하는 순간 선을 넘게 되는 일이 많으니까요. 어느 정도 선을 넘어도 상관없는 일이라면 괜찮지만, 선을 넘었을 때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면 차라리 약간 부족한 것이 나을 것입니다. 문제는 불소가 아니라 ‘적정수준’을 넘지 않도록 단속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고, 그렇다면 ‘약간 낮은 수준’을 설정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기준이 1이라면 0.8이나 0.9로, 기준이 0.8이라면 0.6이나 0.7로 말입니다. 모르는 중에 먹는 것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건강에 좋은 불소, 적정수준을 지켜 건강하게 사용하면 좋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
- Cleveland Clinic: Fluoride
- Environment International: Fluoride exposure from infant formula and child IQ in a Canadian birth cohort
- Government of Canada: Expert panel meeting on the health effects of fluoride in drinking water: Summary report
- Government of Canada: Fluoride and Oral Health
- Harvard School of Public Health: Fluoride
- NIH: The Story of Fluoridation
- NIH: Fluoride & Dental Health
- NIH: Fluoridated Water
- USNTP: Fluoride Exposure: Neurodevelopment and Cognition
- 대한소아치과학회: 불소처리된 수돗물이 아이에 미치는 영향
- 보건복지부: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 배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