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과 채소’는 건강 아이콘처럼 불립니다. 그런데 과일이라고 해서 다 같은 과일이 아니고, 채소라고 해서 다 같은 채소가 아닙니다. 과일 중에는 당분 함량이 너무 많은 과일도 있고, 코코넛처럼 포화지방산 함량이 너무 많은 과일도 있습니다. 당도가 높은 사과를 꿀사과라 부르며 좋아하지만 건강에는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채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채소도 ‘건강 먹거리’ 이미지가 강하지만 채소라고 해서 모두 같은 것이 아닙니다. 저마다 성분 조성이 달라 그에 따른 건강상의 작용도 다른데, 그런 성분 중 하나가 ‘전분(녹말)’입니다. 특별히 전분(녹말) 함량이 많은 채소를 ‘전분 채소’라 부르고, 전분 함량이 매우 적은 채소를 ‘비전분 채소’라 부릅니다. 이들은 쓰임새가 달라,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상관없지만, 혈당 등 전분 관련 문제가 있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오늘 알아볼 내용
전분(녹말)
전분(녹말)은 탄수화물의 일종입니다. 탄수화물(炭水化物)이라는 이름은 ‘카보하이드레이트, carbohydrate’를 번역한 것입니다. 이름이 ‘카보하이드레이트, carbohydrate’인 것은 처음 이 물질을 발견했을 때 이 물질을 ‘탄소(carbo)와 ‘물(hydrate)의 화합물’로 보았기 때문인데, 실제로는 ‘탄소, 수소, 산소’로 이뤄진 화합물입니다. 이렇게 이름을 풀어도 탄수화물이 무엇인지 쉽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당질(糖質)
탄수화물은 ‘당질(糖質)’이라고도 부릅니다. 당(糖)은 ‘엿, 설탕’을 뜻하고 ‘질(質)’은 ‘바탕, 본질’을 뜻합니다. 따라서 ‘당질’은 바탕(본질)이 엿(설탕)인 물질을 뜻하는데, 이렇게 보면 ‘탄수화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당질’ 즉 탄수화물은 ‘본래의 모습이 엿(설탕)인 물질’입니다.
단당류, 이당류, 다당류
탄수화물, 즉 당질은 ‘당 개수’에 따라 단당류, 이당류, 다당류 등으로 나눕니다. 단당류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당으로, 포도당 과당 갈락토스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당류는 단당류 2개가 결합된 것으로, 자당(설탕) 엿당 젖당(유당)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다당류는 단당류 여러 개가 결합된 것으로, 전분(녹말)과 섬유질(식이섬유)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당류 전분(녹말)
‘전분(澱粉)’이라는 이름은 ‘앙금 가루’를 뜻하고 ‘녹말(綠末)’이라는 이름은 ‘녹색 가루’를 뜻합니다. 영어권에서는 ‘스타치(Starchy)’라 부릅니다. ‘물에 불린 녹두(녹색콩)를 갈아서 가라앉힌 앙금을 말린 가루’여서 ‘녹말’이라 부르는데, 그 성분이 녹두에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식물이 광합성 작용으로 얻은 에너지를 저장한 것이기에 함량 차이는 있지만 식물에는 다 들어 있습니다.
고급 에너지원 전분(녹말)
전분(녹말)은 다당류의 일종입니다. 즉, 우리가 섭취한 전분은 당으로 분해 되는데, 이때 작용하는 효소가 ‘아밀레이스(아밀아제, amylase)’입니다. 아밀레이스는 침샘과 췌장에서 분비돼 전분(녹말)을 분해합니다. 밥이나 감자 같은 녹말이 많이 든 음식을 오래 씹으면 단맛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먹은 것은 ‘전분(녹말)’이지만 우리 몸은 그 전분(녹말)을 분해해 당분으로 받아들입니다. 전분(녹말) 함량이 많은 음식을 주의하라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전분(녹말)은 우리 몸에 필요한 고급 에너지원인 것은 맞지만,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면 살이 찌고 혈당 수치를 올리는 등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채소를 ‘전분 채소’와 ‘비전분 채소’를 구분합니다.
전분 채소 vs. 비전분 채소
상술한 것처럼 전분(녹말)은 탄수화물 다당류의 일종입니다. 가공식품이 아닌 자연 상태 식물성 식품에는 모두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함량은 천차만별이어서, 전분 함량이 많은 채소를 ‘전분 채소’라 부르고, 전분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은 채소를 ‘비전분 채소’라 부릅니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전분 채소
전분 채소는 에너지원인 전분 함량이 많아 열량이 높고, 혈당에 미치는 영향도 크며, 체중에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 완두콩, 팥, 비트, 카사바, 파스닙, 곡물류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비전분 채소
비전분 채소는 전분 함량이 적으므로 열량이 낮고, 혈당에 미치는 영향도 낮으며, 체중 감량 다이어트에 좋습니다.
- 상추, 시금치, 케일, 배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아스파라거스 등 잎채소
- 오이, 토마토, 파프리카 등 과채류
- 버섯류
비전분 채소의 건강상의 효능
아래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비전분 채소의 잠재적인 건강상의 효능입니다.
- 혈당 관리: 비전분 채소는 당분이 거의 들어 있지 않아 혈당 관리에 매우 좋습니다.
- 심혈관 건강: 비전분 채소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압을 개선하는 등 심혈관 건강을 도울 수 있습니다.
- 전반적인 건강 증진: 비전분 채소에는 대개 섬유질 함량이 많고 여러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도 많아 건강 증진을 도울 수 있습니다.
- 체중 관리: 비전분 채소는 칼로리가 매우 낮아 체중 관리에 좋습니다. 식단에 비전분 채소를 많이 추가하면 포만감도 커 간식 같은 추가적인 섭취도 막을 수 있습니다.
채소 구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시설 재배가 많아 제철이 아닌 채소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설 재배 채소보다는 제철 노지 재배 채소가 더 좋은 선택입니다. 또한, 유통 과정에 따라 영양소도 손실되므로 가능한 한 운송 시간이 짧은 채소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가능하다면 산지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 선택
먹을 것이 풍부해지면서 ‘건강 먹거리’에 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골라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지요. 하지만 ‘건강 먹거리’라 부른다고 해서 모두에게 다 좋은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건강에는 전분 채소도 필요하고 비전분 채소도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상황에 따른 판단과 ‘양 조절’입니다. 부족하지도 않고 과하지도 않은 적절한 선택, 이것이 필요합니다.
참고 자료
- ADA: Non-Starchy Vegetables for Blood Glucose Control
- Johns Hopkins: THE TRUTH ABOUT STARCHY VEGETABLES
- Nutr Metab (Lond): Associations of starchy and non-starchy vegetables with risk of metabolic syndrome: evidence from the NHANES 1999–2018
- UNIVERSITY OF UTAH HEALTH: NON-STARCHY VS.
STARCHY VEGETAB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