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은 우리 몸이 가장 좋아하는 에너지원이지만, 먹거리가 풍부한 요즘은 건강에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당분 문제’ 중 하나가 ‘첨가당’입니다. 하지만 첨가당은 종류도 많고 표기도 제각각이어서 구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첨가당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 알아봅니다.
가당 또는 첨가당
가당(加糖)과 첨가당(添加糖)은 같은 의미로, 한자를 보면 뜻이 분명해집니다. ‘가당’은 한자로 ‘더할가(加)’자에 ‘엿당(糖)’자를 쓰고, ‘첨가당’은 가당 앞에 ‘더할첨(添)’자를 하나 더 붙였습니다. 그러니까 가당과 첨가당은 ‘어떤 것에 추가한 당분’이라는 의미이며, 여기서 어떤 것은 ‘식품’입니다.
즉, 첨가당(가당)은 식품 제조 과정이나 조리 시에 첨가한 당을 말하며, 영어로는 같은 의미로 ‘애디드 슈거(Added Sugar)’라 합니다. 참고로, 식품에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당분은 ‘천연당’ 또는 ‘자연당’이라 합니다.
첨가당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미국 뉴스 채널 씨엔엔(CNN)에 의하면, 설탕이 우리 몸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무려 45가지에 달합니다. 이는 영국 의학저널(The BMJ)에 실린 논문 ‘설탕 섭취와 건강(Dietary sugar consumption and health: umbrella review)’에 따른 것입니다. 관련 논문 8601편을 분석한 이 연구에서 설탕은 당뇨병, 통풍, 비만, 고혈압, 뇌졸중, 심장병, 암, 우울증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만성질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설탕은 우리가 ‘설탕’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백설탕과 흑설탕은 물론 단맛을 위해 식품에 첨가한 모든 감미료를 말합니다.
설탕의 다른 이름
우리는 설탕이라고 하면 백설탕이나 흑설탕을 생각하고, 꿀이나 물엿 같은 감미료는 설탕이라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등 영어권에서는 단맛을 위해 식품에 첨가하는 모든 감미료를 ‘애디드 슈거(Added Sugar, 첨가당)’라 합니다. 이렇게 식품에 단맛을 내려고 넣는 성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첨가당을 알아봅니다.
설탕(자당, 슈크로스, Sucrose)
설탕은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짠 즙을 정제해 만드는데, 단당류인 포도당 한 분자와 과당 한 분자가 결합한 형태로, 이당류에 속합니다. 아이스크림, 과자류, 사탕류, 주스, 탄산음료, 제과 제빵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대표적인 첨가당입니다.
액상과당, 옥수수시럽, 고과당콘시럽(HFCS)
옥수수 전분(녹말)으로 만든 시럽으로,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한 형태이며, 설탕에 비해 값은 싸고 단맛이 강해 각종 식품에 널리 쓰입니다. 이름이 ‘액상과당’인 것은 액체 상태이기 때문이며, ‘옥수수시럽’이라 부르는 것은 옥수수 전분(녹말)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과당콘시럽(HFCS, High fructose corn syrup)이라 부르는 것은 과당 함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가베시럽, 아가베넥타
아가베시럽 또는 아가베넥타는 멕시코에서 자생하는 아가베의 즙으로 만듭니다. 주성분이 식물에서 추출한 과당이고,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설탕보다 낮다는 이유로 ‘건강에 좋은 천연감미료’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과당의 혈당지수(GI)가 설탕의 그것보다 낮은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혈당지수만으로 과당이 설탕보다 좋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대사 과정 전체를 놓고 보면 모든 당은 비슷하게 작용합니다. 또한, ‘천연당’은 자연 상태에서 들어 있는 당분을 말하는 것이지 가공 과정을 거친 당분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가베시럽이 식물에서 유래했다는 이유로 천연감미료라면, 사탕수수즙으로 만든 설탕과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옥수수시럽도 천연감미료일 것입니다.
황설탕, 흑설탕
흔히 흑설탕은 건강에 좋은 설탕이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흑설탕은 백설탕에 캐러멜 등 다른 성분을 넣어 착색시킨 설탕이어서 백설탕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영어권에서는 모두 브라운 슈거(Brown Sugar)라 하며, 연한 갈색 설탕을 라이트 브라운 슈거(Light Brown Sugar), 진한 갈색 설탕을 (Dark Brown Sugar)라 부르기도 합니다.
설탕의 다른 이름
첨가당은 100가지가 넘을 정도로 종류가 많습니다. 이름에 슈거(sugar), 주스(juice), 시럽(syrup), 넥타(nectar), 과당(프럭토스, fructose), 포도당(글루코스, glucose), 유당(락토스, lactose), 말토스(maltose) 등이 들어 있다면 주의하세요.
무가당, 설탕무첨가, 무설탕, 제로 슈거, 무당
음료수를 보면 당분 관련 표기가 다양하고, 그게 그거 같아 헷갈리기도 합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무가당, 설탕무첨가
식품 표기에서 둘은 같은 의미입니다. 2023년 식약처 자료에 의하면 이 표기는 ‘당류를 첨가하지 않았으며, 당류가 첨가된 원재료와 꿀 시럽 등 기능적으로 당류를 대체하는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말린과일 농축과일주스 등 건조 또는 농축으로 당 함량이 높아진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효소분해 등으로 식품의 당 함량이 높아지지 않는 제품’에 쓸 수 있습니다. 주의할 것은 ‘무가당’이라는 표기는 당류를 첨가하지 않았다는 것이지 당류가 들어 있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재료에 들어 있는 천연당은 언급하지 않은 것입니다.
무설탕, 제로 슈거
우리는 설탕이라고 하면 백설탕이나 흑설탕처럼 ‘설탕(자당)’ 그것만 생각하고, 다른 첨가당은 설탕이라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무설탕’과 ‘제로 슈거(Sugar Free)’입니다.
‘무설탕’과 ‘제로 슈거(Sugar Free)’ 문구에서 설탕 또는 슈거는 감미료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는 제품명 ‘설탕’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이 문구는 그 제품에 우리가 아는 ‘설탕’을 넣지 않았다는 것에 불과합니다. 즉, 시럽이든 물엿이든 아스파탐이든 다른 당분을 넣었어도 ‘설탕’만 넣지 않으면 저 문구를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첨가당’의 영어권 표기 ‘애디드 슈거(Added Sugar)’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식품에서 ‘설탕(sugar)’을 모든 당분을 일컽는 것으로 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표기가 적혀 있다면 오히려 다른 이름의 당분이 들어 있는지 원재료명을 더 꼼꼼히 살피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무당
이 식품에는 당분이 들어 있지 않다는 의미로, 식품 100g에 들어 있는 당류의 양이 0.5g 미만일 때 쓸 수 있습니다.
첨가당 하루 섭취량
첨가당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각국 보건 당국은 첨가당 섭취량을 줄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 따르면 당류 하루 권고 섭취량은 총에너지 섭취량의 10~20%이내이며, 첨가당 하루 권고 섭취량은 총에너지 섭취량의 10% 이내입니다. 하루 섭취 열량이 2000kcal라면 첨가당에서 얻는 에너지를 200kcal로 제한하라는 것입니다. 탄수화물의 열량은 그램(g)당 4kcal입니다. 따라서 200kcal는 설탕 50g에 해당합니다.
미국의 권고량은 우리나라보다 적습니다. 미국 심장협회(AHA)는 성인 남성의 섭취 권고량을 9티스푼(36g) 이내로 제한하며, 여성은 6티스푼(25g)으로 제한합니다.
영국의 권고량도 우리나라보다 적습니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가 제시한 성인의 섭취 권고량은 하루 총에너지 섭취량의 5%이내로, 우리나라 권고량의 절반입니다.
종류가 아니라 양
흔히 과일에 들어 있는 과당은 좋은 당이라는 말을 합니다. 과당의 혈당지수가 낮기 때문에 생긴 말인데, 결과적으로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즉, 당 종류가 문제가 아니라 모든 당이 문제입니다.
물론, 과당을 과일째 먹는 것은 좋습니다. 이는 과당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과일에는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제 등 건강에 좋은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과당이 좋은 것이 아니라 과일이 좋은 것이며, 당 종류를 따질 일이 아니라 섭취량에 신경 써야 합니다.
참고 자료
- 보건복지부: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 CDC: Get the Facts: Added Sugar
- CNN: Eating too much ‘free sugar’ has 45 negative health effects, study finds
- Harvard School of Public Health: Added Sugar
- NHS: Sugar: the facts
- The BMJ: Dietary sugar consumption and health: umbrella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