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베 시럽은 ‘천연 감미료’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특히 설탕보다 건강에 좋은 ‘천연 대체 감미료’로 알려지면서 당뇨에 좋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오늘은 아가베 시럽 이야기입니다.

아가베 시럽은?

아가베 시럽은 이름처럼 ‘아가베(Agave)’라는 식물의 즙으로 만듭니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아가베’는 잎 모양이 알로에 베라(Aloe vera)처럼 길고 다육질이며, 가장자리 빙 둘러 가시가 있습니다. 밑둥치에는 ‘피냐(piña)’라고 부르는 공처럼 둥근 코어가 있고, 여기에 길이가 2m 정도인 잎이 마치 고슴도치처럼 나 있습니다. 잎이 잘린 피냐의 모양은 거대한 파인애플 같으며, 작은 것은 25kg 정도이고 큰 것은 75kg 정도로, 크기가 상당합니다.

알로에 베라는 잎의 수액을 이용하지만, 아가베는 코어인 ‘피냐(piña)’의 당질을 이용합니다. 10년 정도 자란 아가베의 ‘피냐(piña)’를 으깨 즙을 내고, 이 즙을 여과해 불순물을 제거한 후 가열하여 다당류를 단당류로 분해해 시럽을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호박색 시럽이 형성되는데, 주성분은 단당류인 과당(프럭토스, fructose)이며, 약간의 포도당도 들어 있습니다.

용설란과 테킬라

아가베의 우리말 이름은 용설란입니다. 용의 혀처럼 생긴 난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아가베는 난초가 아닙니다. 또한, ‘아가베’는 어떤 식물의 품종명이 아니라 아스파라거스과(Asparagus)에 딸린 ‘속명’입니다. 아가베속(Agave)에 약 300종에 달하는 품종이 들어 있는데, 이중에서 아가베 시럽은 주로 ‘블루 아가베(Blue Agave)’라 부르는 ‘아가베 테킬라나(Agave tequilana)’와 ‘세기의 식물(Century plant)’이라 부르는 ‘아가베 살미아나(Agave salmiana)’로 만듭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아가베 테킬라나(Agave tequilana)는 멕시코의 전통술 테킬라의 원료이며, ‘세기의 식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가베가 처음 꽃이 피기까지 10년이나 걸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100년에 한 번 꽃이 핀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아가베는 오래전 아즈텍인들이 ‘신의 선물’로 여겼던 식물이랍니다. 종교의식과 음식의 맛을 내고 고 술을 빚고 상처를 치료하는 데 사용했으며, 너무 질겨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아가베는 실과 천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했답니다.

설탕보다 건강에 좋은 당분

설탕 대체제
아가베 시럽이 설탕보다 건강에 좋은 당분으로 알려진 것은 그 성분 때문입니다. 설탕은 포도당(글루코스, glucose)과 과당(프럭토스, fructose)이 결합한 이당류인 자당(수크로스, sucrose)이지만, 아가베 시럽은 약 80%가 단당류인 과당이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포도당, 과당, 자당, 단당류, 이당류 – 복잡하지요? 이참에 간단하게 정리합니다. 그래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설탕 문제를 짚을 수 있고, 마트에서 무심코 집어 든 과자류나 주스의 성분표를 읽을 수 있으니까요. 진행 순서는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내려갑니다.

당질 또는 탄수화물

먼저, 당질 또는 탄수화물입니다. 당질이라 하면 잘 몰라도 탄수화물은 익숙할 것입니다. 탄수화물은 단백질 지방과 함께 3대 영양소 중 하나이며, 우리 몸에서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등 꼭 필요한 물질이니까요. 탄수화물의 다른 이름이 당질입니다. 탄소와 물이 결합한 형태이므로 탄수화물이라 부르고, 당 분자가 결합해 이뤄진 물질이므로 당질이라고 부릅니다. 이 당질(탄수화물)은 크게 단순 당질(단순 탄수화물)과 복합 당질(복합 탄수화물) 둘로 나눌 수 있는데, 단당류와 이당류를 단순 당질이라 부르고, 올리고당과 다당류를 복합 당질이라 부릅니다.

단당류, 이당류, 다당류

  • 단당류: 탄수화물의 가장 작은 단위로, 더는 분해되지 않는 당분을 말하며, 포도당 과당 갈락토스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 이당류: 두 개의 단당류가 결합해 이뤄진 당분을 말하며, 자당(설탕, sucrose) 젖당(유당, lactose) 엿당(맥아당, maltose)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 다당류: 단당류 세 개 이상이 결합해 이뤄진 당으로, 녹말 섬유질 셀룰로스 키틴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이런 다당류 중에서 단당류가 세 개 이상 열 개 또는 스무 개 이하로 결합해 이뤄진 당을 ‘올리고당(Oligosaccharide)’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올리고’는 ‘적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올리고스(olígos)’에서 유래합니다.

포도당, 과당, 자당

  • 포도당(글루코스, glucose): 당질(탄수화물)의 가장 작은 단위인 단당류에 속하며, 우리 몸에서 혈류를 타고 각 세포로 전달돼 에너지원으로 쓰입니다. 그렇게 피에 녹아 있는 포도당을 혈당이라 부릅니다.
  • 과당(프럭토스, fructose): 당질(탄수화물)의 가장 작은 단위인 단당류에 속하며, 과일의 당분을 뜻합니다. 물론, 과일에 과당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일에서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당의 단맛은 당 중에서 가장 강합니다. 같은 양의 자당(설탕)의 단맛을 100이라 할 때, 포도당의 단맛은 약 70이며, 과당의 단맛은 약 170입니다.
  • 자당(수크로스, sucrose): 포도당 한 분자와 과당 한 분자가 결합한 당으로 이당류에 속하며, 사탕수수나 사탕무의 추출물을 정제해 만듭니다. 원료가 사탕수수여서 한자로 ‘사탕수수자(蔗)’자를 써서 ‘자당(蔗糖)’이라 부르고, 색이 ‘눈처럼 흰 당분’이어서 설탕(雪糖)이라 부르며, 알갱이가 모래 같아서 ‘사탕(砂糖)’이라 부릅니다. ‘당’과 ‘탕’의 한자는 같습니다.

이 외에도 이당류에 젖당(유당, lactose)과 엿당(맥아당, maltose)이 있습니다. 젖당은 단당류인 포도당 한 분자와 역시 단당류인 갈락토스 한 분자가 결합한 당으로, 우유에서 유래한 갈락토스의 특징을 따라 젖당(유당)이라 부르고, 엿당은 단당류인 포도당 두 분자가 결합해 이뤄진 당을 말합니다.

또한, 다당류에는 녹말(전분), 글리코겐, 식이섬유, 검(gums), 셀룰로스, 키틴 등 수 많은 당질이 있습니다. 셀룰로스는 식물의 구조(뼈대)를 이루는 성분이며, 키틴은 갑각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껍질(구조) 성분입니다. 우리 몸에서 소화되지 않는 이런 것도 당질(탄수화물)이라니, 놀랍지요?

아가베 시럽의 특징

아가베 시럽이 설탕보다 건강에 좋다는 것은 아가베 시럽의 주성분이 과당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당이 왜 설탕(자당)보다 건강에 좋다는 걸까요? 주된 이유는 혈당지수(GI, Glycemic Index) 때문입니다.

혈당지수(GI)

혈당지수(GI, Glycemic Index)는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연구팀이 당뇨병 환자의 식단을 위해 개발한 시스템으로, 당질(탄수화물)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얼마나 빨리 혈당 수치를 상승시키는지를 측정해 숫자로 나타낸 것입니다. 혈당지수(GI) 측정 방법은, 포도당 50g을 먹었을 때 혈당 수치가 상승하는 속도를 100으로 정하고, 섬유질을 제외한 소화 가능한 당질(탄수화물) 음식 50g을 먹었을 때 혈당 수치가 변하는 것을 측정하여 비교합니다.

아가베 시럽, 과당의 혈당지수

성분 대부분이 과당인 아가베 시럽의 혈당지수는 설탕(자당)에 비해 매우 낮습니다. 단당류인 포도당의 혈당지수는 100이며, 포도당 한 분자와 과당 한 분자가 결합한 설탕(자당)의 혈당지수는 68로, 거의 고혈당식품(70 이상)에 육박하지만, 과당의 혈당지수는 19로 저혈당지수 식품에 속합니다. 즉, 과당이 혈당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설탕(자당)의 약 28%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과당이 설탕(자당)보다 건강에 좋다는 것입니다.

아가베 시럽의 함정

시럽
흔히 과당에 관해 이야기할 때 혈당지수가 낮아 건강에 좋은 당이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되짚어봐야 할 문제입니다. 포도당과 과당은 대사 과정이 다릅니다. 장에서 흡수된 포도당은 바로 혈류를 타고 흘러 세포로 전달돼 에너지원으로 쓰이지만, 과당은 간으로 보내져서 저장 포도당인 글리코겐으로 변환돼 저장됐다가 필요할 때 포도당으로 분해돼 사용됩니다.

혈류를 타고 흐르는 것은 포도당이므로, 혈당수치에 반영되는 것은 포도당입니다. 반면 과당은 간으로 보내져 글리코겐으로 저장되기에 즉시 혈당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물론, 아가베 시럽에는 약간의 포도당도 들어 있어서 혈당지수는 약 25 내외로 순수 과당보다는 높지만, 설탕의 1/3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건강’을 말할 수는 없답니다.

대사 과정이 다릅니다.

설탕(자당)은 포도당 한 분자와 과당 한 분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설탕(자당)을 섭취하면 절반을 차지하는 포도당은 즉시 혈류로 들어가지만, 나머지 절반인 과당은 간으로 보내져 저장 포도당인 글리코겐으로 변환돼 저장됐다가 필요에 따라 포도당으로 분해돼 사용됩니다.

아가베 시럽의 대부분은 과당이며 약간의 포도당이 들어 있습니다. 포도당은 즉시 혈류로 들어가 에너지원으로 쓰이지만, 과당은 간에서 글리코겐으로 변환돼 저장됩니다. 아가베 시럽의 대부분이 과당이므로 혈당지수는 낮지만, 바로 이렇게 저장되는 글리코겐이 문제입니다.

문제는 저장입니다.

글리코겐은 우리 몸이 필요할 때 분해해 쓰려고 저장한 일종의 저장 포도당입니다. 하지만 먹을 것이 풍부한 요즘 우리는 날마다 필요한 양 이상의 포도당을 섭취하기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꺼내 쓰기는커녕 글리코겐의 저장량만 늘립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몸에 저장할 수 있는 글리코겐의 양은 한정돼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몸은 그 한정량을 채우고 남은 포도당을 중성지방(트리글리세라이드)으로 바꿔 저장하는데, 그렇게 저장된 중성지방이 비만을 야기하고,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며, 지방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과당이 위험합니다. 절반이 포도당인 설탕(자당)은 혈당수치를 급격히 올린다는 기겁할만한 사인이 있어서 주의한다지만, 과당은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좋은 당분이라 여겨왔으니까요. 하지만 소리 없이 중성지방으로 축적되는 과당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당입니다.

문제는 당이지 어떤 특정 당이 아닙니다. 혈당수치를 급격히 올리는 포도당과 설탕(자당)도 문제지만, 간에서 처리되는 과당도 문제입니다. 건강과 관련하여 말할 때 혈당지수 하나로 당을 평가할 수는 없으며, 그게 어떤 당이든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당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섭취하는 당이 너무나 많습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탄수화물이 바로 당질입니다. 우리가 먹는 매끼 식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흰쌀밥의 전분이 분해되면 포도당이 되고, 그 포도당은 혈당지수를 높이는 주범이라고 맹렬하게 비난하는 바로 그 당이니까요. 포도당, 과당, 자당, 유당, 맥아당, 그렇게 이름 붙은 당 중에서 어느 특정 당을 문제로 지목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당이 문제라면 그것은 포도당이나 설탕이라는 특정 당이 아니라, 이름이 무엇이든 당 자체입니다.

문제는 당이 아니라 양입니다.

하지만, 당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성분입니다. 특히, 우리의 뇌는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비타민이 우리 몸에 꼭 필요하고, 아미노산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것처럼, 당은 우리가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성분입니다.

그래서 설탕은 무척 억울할 거예요. 시원한 설탕물 한 그릇으로 피곤을 떨치던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명절 선물로 주고받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던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건강의 적으로 지목받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대체 감미료 광고를 보면 ‘천연 과당’과 같은 문구도 있는데, 그런 기준으로 ‘천연’을 말하는 것이라면, 사탕수수나 사탕무로 만드는 설탕 역시 천연 감미료니까요.

당은 잘못이 없습니다. 좋은 당이 따로 있고, 나쁜 당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그게 어떤 당이든 당 섭취량이 문제입니다. 즉시 혈당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소리 없이 우리 몸에 쌓이는 당도 문제니까요. 게다가 장기적으로 보면 혈당에 미치는 영향도 비슷하답니다. 하루에 필요한 양 만큼만 먹는다면 포도당이든 설탕이든 문제 될 것이 없는데, 날마다 그 양을 넘겨 쌓이고 쌓이니 그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답은 당 섭취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아가베 시럽을 위한 변명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정제 설탕 4g에 들어 있는 열량은 15.4kcal이며, 아가베 시럽 4g에 들어 있는 열량은 설탕보다 적은 12.4kcal입니다. 게다가 과당의 단맛이 설탕의 1.5배 정도 강한 것을 고려하면, 아가베 시럽 2.7g으로 설탕 4g 정도의 단맛을 낼 수 있을 것이고, 이때 아가베 시럽의 열량은 약 8.4kcal입니다. 또한, 아가베 시럽에는 적은 양이지만 설탕에는 없는 비타민C와 비타민B군의 비타민도 들어 있고, 약간의 미네랄도 들어 있습니다.

아가베 시럽이 천연 당분이고 혈당지수를 급격히 올리지 않아 건강에 좋은 당이라는 것은 맞지 않지만, 설탕 대신 감미료로 사용하는 것은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닐 것입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과당 역시 장기적으로는 설탕처럼 혈당에 영향을 미치고 중성지방 축적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며, 설탕양의 2/3만 넣어도 설탕과 같은 정도의 단맛을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주의해서 사용하면 당 섭취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정리

아가베 시럽은 아가베 추출물로 만든 시럽으로, 과당이 주성분입니다. 과당은 설탕보다 혈당지수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 건강에 좋은 당으로 알려졌지만, 장기적으로는 혈당에 미치는 영향도 비슷하며, 중성지방으로 축적되는 등 여러 문제가 있답니다. 설탕보다 건강에 더 좋은 당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단맛이 설탕의 약 1.5배여서, 주의해서 사용하면 당 섭취량을 줄이는 효과는 있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