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가 주연인 영화 ‘노팅힐(Notting Hill)’이 있습니다. 영국의 거리 노팅힐을 배경으로 평범한 남자와 스타 여배우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입니다. 남자 주인공인 ‘윌리엄 태커’는 이혼 후 혼자 살아가는데, 주변에서 재혼을 종용하며 어울릴만한 여자를 소개를 합니다. 그렇게 만난 여자 중 한 명이 프루테리언입니다.

맛있는 음식이 가득 차려진 식탁을 앞에 두고 여자는 자기를 ‘프루테리언’이라 말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죽여서는 안 되기에 과일도 저절로 땅에 떨어진 것만 먹는답니다. 그것으로 둘의 만남은 끝납니다.

그렇게 20년 쯤 전 영화 ‘노팅힐’을 통해 ‘프루테리언’을 알게 되었고, 10년 쯤 전 영화 ‘스티브 잡스’로 다시 한 번 ‘프루테리언’을 접했습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한 때 ‘프루테리언’이었고, 잡스 역을 맡은 배우 ‘애쉬튼 커쳐’가 그 역을 제대로 하려고 프루테리언을 따르다가 병원에 가기도 했다지요. 프루테리언 다이어트는 이래저래 유명세를 탄 식이요법입니다. 어떤 식이요법이기에 그럴까요?

다양한 채식주의자

프루테리언 다이어트(Fruitarian Diet)는 이름 그대로 ‘과일만 먹는 식이요법’으로, 완전한 ‘채식 다이어트(Vegetarian Diet)’인 ‘비건 다이어트(Vegan diet)’의 일부로 간주됩니다. 사실 채식 식단(Vegetarian Diet)는 다양합니다. 크게는 육류를 완전히 금하는 베지테리언과 일부 육류를 허용하는 세미 베지테리언으로 나누며, 여기서 허용하는 음식에 따라 여러 방식이 있습니다.

1 베지테리언(Vegetarian)

이름 그대로 채식을 기본으로 하는 식이요법으로, 채소와 과일 그리고 유제품을 허용합니다. 이것을 기본으로 하여 추가로 허용하거나 금하는 방식에 따라 달리 부릅니다.

[비건(Vegan)]
육류와 생선은 물론 유제품과 달걀 그리고 꿀 등 동물에서 유래한 모든 음식을 거부합니다. 그래서 ‘완전한 채식 식단’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락토 베지테리언(Lacto-vegetarian)]
‘락토(Lacto)’는 ‘우유’를 뜻합니다. 락토 베지테리언은 채식 외에 우유와 꿀을 허용합니다.

[오보 베지테리언(Ovo-vegetarian)]
‘오보(Ovo)’는 ‘알’을 뜻합니다. 오보 베지테리언은 채식 외에 달걀을 허용합니다.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Lacto-ovo-vegetarian)]
채식 외에 우유, 꿀, 달걀을 허용합니다.

[프루테리언(Fruitarian)]
‘완전한 채식주의’인 ‘비건(Vegan)’에서 더 축소된 형태로, 채식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채소는 제외하고 생과일과 견과류 그리고 씨앗류만 허용합니다. 그래서 ‘극단적 채식주의 식단’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2 세미 베지테리언(Semi-vegetarian)

세미 베지테리언은 채식을 기본으로 하여 우유와 달걀은 물론 약간의 생선과 육류도 허용합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
페스카테리언(Pescatarian)’이라고도 부르는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은 채식을 기본으로 하여 생선 등 해산물을 허용하는데, 추가로 우유와 달걀을 허용하기도 합니다.

[폴로 베지테리언(Pollo-vegetarian)]
‘폴로(Pollo)’는 이태리어와 스페인어로 ‘닭고기’를 뜻합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에서 닭고기와 칠면조 등 가금류를 허용합니다. 즉, 일반 식단에서 붉은 고기만 제외한 방식입니다.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은 ‘유연한’ 또는 ‘융통성 있는’을 뜻하는 ‘플렉서블(flexible)’과 ‘채식주의자(vegetarian)’를 합친 것으로, 채식을 기본으로 하여 융통성 있게 어느 정도 육식을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융통성이 있어서 사회 생활에서도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프루테리언 다이어트(Fruitarian Diet)

일반적으로 프루테리언은 신선한 생과일과 견과류 그리고 씨앗류만 허용합니다. 물론, 채소 역시 금하지만, 토마토나 오이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과채류’라 부르는 것은 허용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식물의 꽃이 지고 난 후 씨방이 자라 맺힌 씨앗을 품고 있는 열매’라는 과학적 기준에 따라 ‘과일’에 해당하니까요.

[유기농 생과일]
프루테리언은 생식을 원칙으로 하며, 우유와 치즈 등 유제품은 ‘독(posion)’으로 간주합니다. 또한, 프루테리언은 일정한 식사 시간을 두지 않고 언제든지 배고플 때 먹는 것을 권합니다.

이 방식에도 ‘노팅힐’ 영화에 나온 것처럼 나무에 달린 열매를 따 먹는 것을 거부하고 오직 저절로 땅에 떨어진 열매만 허용하는 방식도 있고, 과일도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한 과일만 허용하는 방식도 있으며, 견과류와 씨앗류도 거부하고 오직 생과일만 허용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열량 배분]
일반적인 식단에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열량 배분률은 ’40, 40, 20’입니다. 하루에 필요한 열량 중 80%를 탄수화물(40%)과 단백질(40%)에서 얻고 나머지 20%를 지방에서 얻습니다. 이와 달리 프루테리언은 하루에 필요한 열량의 80%를 탄수화물에서 얻고 나머지 20%를 단백질(10%)과 지방(10%)에서 얻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생식과도 다릅니다. 채식 음식에 바탕을 둔 일반적인 생식은 하루에 필요한 열량의 60%를 지방에서 얻으니까요.

과일만 먹으면서 열량의 80%를 탄수화물에서 얻는다니 의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탄수화물 하면 대개 ‘쌀’이나 ‘밀가루’를 떠올리니까요. 하지만 가능합니다. 사과 100g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의 양이 약 13.6g입니다. 사과 100g에 들어 있는 수분의 양이 약 85g인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15g 중 거의 대부분이 탄수화물입니다. 오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이 100g 중 탄수화물의 함량은 약 2.8g이며, 수분 함량은 약 95.6g입니다. 수분을 제외한 4.4g 중 대부분이 탄수화물입니다. 과일에 이렇게 탄수화물 함량이 많으니 단백질과 지방에 할당된 10%가 이해 되기도 합니다. 물론, 탄수화물 중 상당량은 섬유질입니다.

프루테리언 식단의 효과

신선한 과일
과일은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알려졌습니다. 각종 영양소와 섬유질은 물론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으니까요. 프루테리언은 바로 그런 유익을 말합니다.

  •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으로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당 수치를 낮추고 장 운동을 촉진합니다.
  •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면역계 강화 및 신진대사 촉진 효과가 있습니다.
  • 과일에는 항산화제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세포 변질과 노화 및 염증으로 인한 만성적인 질환 걱정을 덜 수 있습니다.
  • 과일마다 다른 영양소를 갖고 있어서 다양한 과일에서 다양한 영양소 섭취가 가능합니다.

프루테리언 주의 사항

건강 전문가들은 ‘프루테리언 다이어트’는 단백질, 지방, 칼슘, 비타민B군, 불포화지방산 등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소 섭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영양소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처음에는 두드러지지 않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또한, 혈당과 비만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과일에 들어 있는 당분 역시 그것이 과당이든 포도당이든 당분이고, 섬유질이 흡수를 늦춘다 해도 그 효과는 일반적인 식단에서 누리는 효과이지 날마다 과일만 먹을 때 효과는 아닐 테니까요. 게다가 요즘 과일은 과일명 앞에 ‘설탕’을 붙여 말할 정도로 당도가 매우 높습니다. 물론, 그렇게 당도가 높도록 개량한 품종이 아닌 ‘태고적’ 품종 과일이라면 당도는 낮겠지요. 하지만 재래종 씨앗으로 직접 재배하지 않는한 그런 과일은 찾기 힘들 것입니다.

더 나은 방식

과일
‘생명 존엄’에서 프루테리언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그것이 동물이든 식물이든 일체의 살생을 금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육식을 금한다’는 취지 말입니다. 하지만 본인의 건강 또한 ‘생명 존엄’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더 나은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비건 다이어트’든 ‘플렉시테리언 다이어트’든, 절제의 한계 설정은 여전히 본인의 몫이겠지요. 건강을 생각하는 선에서 결정한다면 그것은 본인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도 더 좋은 선택일 것입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