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느 분과 이야기 중에 ‘야관문이 좋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분은 야관문이 TV에 나왔다고 하면서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알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숙제를 하나 떠안은 것이지요.

삼시세끼

 

이름이 독특합니다. 마치 무협지나 홍콩 영화 제목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이름의 뜻은 ‘밤에 빗장을 열어 놓는다’는 뜻이라 하는데, 혹자는 ‘밤에 문을 닫는다’가 맞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폐문초’나 ‘야폐초’로도 불린다는 설명과 함께요. 이름에 관한 설명이 이렇듯이, 약효에 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민간요법 중에는 그런 것들이 있지요. ‘누가 먹었더니 효과 있다더라!’ 식의 말들이요. 야관문도 어느 방송에서 누군가가 먹고 ‘남성에게 좋다’고 한데서 유명세가 시작된 모양입니다. 하지만 유명세와는 달리 효능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듯합니다.

야관문이 어떤 식물인가요?

비수리

야간문은 콩과에 속한 식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름이 낯설어 ‘어떤 식물일까’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막상 들에 나가 마주하면 ‘이게 야관문이야?’ 할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풀입니다. 우리 말 이름이 비수리니까요. 들판에서 흔하게 마주치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용도라야 오래전 시골에서 ‘빗자루’ 엮는 데 쓰였다는 바로 그 1m 남짓한 풀입니다. 그런데 이 풀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녹차처럼 잎을 말려 차로 우려 마시기도 하고, 술로 담가 마시기도 하고, 탕으로 달여서 마시기도 합니다. 바로 ‘누가 먹고 좋았다’는 ‘탁월한 효능’ 때문이지요.

어떤 효능이 있나요?

야관문
대개 야관문의 효능을 이렇게 말합니다.

  • 항균 작용이 있습니다.
  • 혈액 순환을 돕습니다.
  • 혈당 조절을 돕습니다.
  • 기침, 천식, 기관지염에 좋습니다.
  • 침침한 눈을 밝게 합니다.
  • 자양 강장제로, 남성에게 탁월한 효능이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남성에게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 어느 예능 프로그램 덕분에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던 비수리가 유명해진 듯한데, 이에 관한 대한한의사협회의 설명은 다릅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비수리는 방송에 나온 것처럼 자양강장제로 사용하기보다는 가축 사료나 빗자루 만드는 데 사용했습니다. 한의서에는 여기에 자양강장과 관련한 것이 없습니다.
  • 비수리는 한약재로 많이 사용하던 식물이 아닙니다. 한의학 고전에도 야관문을 널리 활용했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 비수리에 ‘간신’을 보하는 효능이 있어서, 간과 관련된 시력 감퇴나 안구 충혈 등에 효과가 있을 수 있고, 콩팥 관련 증상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답니다.
  • 약재로 많이 사용하는 식물이 아니어서 부작용에 관한 연구도 거의 없답니다.

많은 이들이 말하는 효능과 한의학에서 말하는 효능이 다릅니다. 그래서 연구 자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아직 그 효능을 모르는지 영어권 자료는 찾을 수 없었고, 우리나라에서 행한 연구 자료 십여 개를 살펴봤습니다. 주로 항산화 성분과 소염 성분의 작용에 관한 것, 그리고 피부 건강에 관한 것입니다. 야관문을 유명하게 만든 자양 강장 효과에 관한 것은 토끼를 이용한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항산화 성분은 우리 몸에서 활성산소가 일으키는 세포 변종에 대응합니다. 세포의 돌연변이를 막고, 변질된 세포를 고치는 작용을 하는 것이지요. 비수리에 관한 여러 연구가 이에 관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암에 대응하는 효능이 있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암세포 역시 변종 세포니까요.

소염 성분에 관한 연구도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염증에 대응하는 작용입니다. 연구 결과는 비수리에 항균 작용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기관지염과 위염에 좋다는 것이 아마도 이 작용 때문이겠지요.

피부 건강에도 좋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는 이 풀에 세포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고, 피부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항균 효과도 있어서 화장품 소재로 응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토끼를 이용한 실험 결과 자료는 ‘유의성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혈관과 음경해면체 수축’에 의미 있는 작용을 일으켰다는 것이지요. 대한한의사협회는 이에 관해서 ‘동물 및 세포실험단계인 초기 단계’라 말합니다.

부작용이나 주의 사항은 무엇인가요?

대한한의사협회는 야관문이 약재로 많이 사용되지 않아 부작용에 관한 연구도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아직 잘 모른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드러난 부작용이 있답니다. 그것은, 이 식물 성분에 자궁흥분 작용이 있어서 임산부는 섭취하지 말아야 한답니다. 그리고, 어떤 질병이 있다면 먹기 전에 의료 전문가의 조언에 따르라고 합니다.

건강하세요!

숙제를 하면서 두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이 질문은 숙제를 위해 저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입니다.

  • 야관문은 우리 곁에 흔하게 있는 비수리인데, 우리는 지금껏 이 식물을 눈여겨 보지 않았다. 왜일까? 발에 밟히는 질경이도 약초로 쓰는 우리가 아닌가? 왜 이 식물은 약재로 쓰기보다는 가축 사료로 쓰거나 빗자루 만드는데 썼을까?
  • 저에게 숙제를 내준 분은 항산화 성분과 소염 성분을 얻으려고 비수리를 먹으려는 것일까? 아니면, 아직 명확하지 않은 ‘남성에게 탁월하게 좋다’는 그 효과 때문일까?

오랜 세월 숱한 사람들의 손을 거친 약초라 하더라도, 지금껏 모르던 약효를 이제 알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요. 무엇이든 처음은 있으니까요. 하지만 ‘탁월한 효능’에 관해서는 아직 연구 결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합니다. 먹기 전에 이점을 고려해야겠지요. 물론, 일반적인 약효를 위해서 먹는 것이라면 좋은 선택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요.

가능한 한 깨끗한 비수리를 구하세요. 흔한 만큼 오염된 것도 흔할 테니까요. 길가에 있는 것은 피해야겠지요. 매연 등으로 요염되었을 테니까요. 농약을 많이 쓰는 논과 밭 근처에서 채취하는 것도 피해야겠지요. 흔한 식물이니 조금만 신경 써도 외딴곳에서 깨끗한 비수리를 채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건강하세요! 그리고 또 건강하세요!
건강이 최고의 자산입니다.

참고 자료

[한동하 웰빙의 역설]‘야관문’은 성기능강화 약초가 아니다
경향신문
news.khan.co.kr

한의사협회 “‘삼시세끼’ 야관문 男에 효과 無..예능은 예능일 뿐”
중앙일보
news.joins.com

이혜진 외, ‘비수리 추출물의 항균 및 항산화 활성’

박선영 외, ‘夜關門이 토끼의 혈관과 음경해면체 수축에 미치는 영향’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