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 효과’에 관해 들어보셨지요? 플라시보 이펙트(Placebo Effect)라 말하는 바로 그것 말입니다. 플라시보 효과는 가짜 약을 먹은 사람에게서 실제 그 약을 먹었을 때 기대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가짜 약으로 약효를 누릴 수 있다니, 실제 약을 복용했을 때 있을지도 모르는 약물로 인한 잠재적인 부작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약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그 유용성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가는 방식이 그렇듯, 음지와 양지는 함께 있는 것이니까요. 플라시보 효과와 반대 현상도 자주 나타나는데, 약의 부작용에 관한 설명을 듣고 위약을 복용한 사람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답니다. 즉, 치료나 약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 합니다.
노시보(Nocebo)
플라시보(Placebo)라는 영어 단어가 라틴어 ‘placēbō’에서 온 것처럼, 노시보(Nocebo)도 라틴어 ‘nocēbō’에서 왔답니다. ‘placēbō’의 뜻은 ‘나는 기쁠 것이다’이며, ‘nocēbō’의 뜻은 ‘나는 해로울 것이다’입니다. 그러니까, 플라시보가 긍정적인 의미인 반면, 노시보는 부정적인 의미입니다.
노시보 효과의 작동 방식
플라시보 효과는 널리 알려졌지만 노시보는 그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플라시보 효과가 기대감과 같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 일어나는 것처럼 노시보 효과 역시 심리적 요인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심리적 요인은 플라시보 효과가 기대감이라는 긍정적인 사고와 관련이 있다면, 노시보 효과는 부정적인 사고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요인들이 부정적 사고에 영향을 준답니다.
- 의사 또는 약사로부터 잠재적인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 의사 또는 약사를 신뢰하지 못할 때
- 비슷한 치료와 관련한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
- 치료 또는 약의 가격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지속적인 두통이 있어서 병원을 찾았다고 생각해보세요. 의사는 증상을 듣고 난 후 알약을 처방하면서 그 약에 관한 부작용을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이 약을 먹으면 속이 메스꺼울 수 있고, 현기증이 일어날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입니다. 그런 증상이 있으면 누워서 쉬라는 말과 함께요. 물론 그 약은 실제 약이 아닌 가짜 약(위약)입니다. 집에 돌아와 처방 약을 먹은 그 환자는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운 증상을 느낍니다. 그리고 환자는 ‘의사가 나에게 설명한 것이 바로 이 증상이었다’고 생각하며 자리에 눕습니다. 그런 증상이 일어날 리 전혀 없는, 설탕으로 만든 가짜 약을 먹었는데도 말입니다.
사실 우리가 ‘노시보 효과’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 이런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상담 중 의사의 태도가 불성실하게 느껴져 치료와 처방약에 관한 신뢰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약값이 너무 싸서 그 약효 또한 별로일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며,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약효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답니다. 실제로, 의료 선진국의 유명 제약회사에서 생산한 약과 의료 후진국에서 생산한 제네릭 약에서도 노시보 현상이 나타난답니다. 물론 플라시보 효과처럼 뇌 작용에 의한 영역에서 말입니다.
노시보 효과의 여러 증상
노시보 효과로 인한 증상은 다양합니다. 뇌 작용에 의해 조절되는 증상들인데, 이것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답니다. 일반적인 증상은 아래와 같습니다.
- 졸음
- 메스꺼움
- 복부 팽만감
- 복통
- 식욕 상실
- 현기증
- 집중 장애
- 두통
- 피로감
- 가려움
- 불면증
노시보 효과의 딜레마
노시보 효과는 플라시보 효과와는 달리 의료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있답니다. 플라시보 효과는 긍정적인 효과이기에, 그다지 약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게 ‘비타민’을 주면서 ‘이 약을 먹으면 즉시 나을 것’이라 말한다 해서 크게 문제 될 일이 없을 것입니다. 특히 그 증상이 심인성 문제라면 더욱더 그렇겠지요. 일종의 ‘선의의 거짓말(하얀 거짓말)’쯤으로 돌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노시보 효과에는 그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의료 현장에서는 치료나 약물로 인한 부작용을 가정해야만 하고, 그것을 환자에게 알려야 하니까요. ‘이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 있다’는 말도 들려줘야 하지만, ‘이 치료를 받았을 때 완치율이 몇 퍼센트이고, 이 치료로 인한 부작용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는 설명을 해야만 하니까요. 이때 어떤 환자는 플라시보로 기울기도 할 것이고, 어떤 환자는 노시보로 기울기도 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의료진이 잠재적인 부작용에 관해 설명하는 것이 그런 부작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작용 등 부정적인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설명해 줘야 하느냐는 딜레마가 있답니다. 물론, 환자에게 어떤 약의 효과와 부작용에 관해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가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겠지만, 환자라는 특수한 환경이 올바른 결정에 방해 요소가 되기도 하니까요.
정리
노시보 효과는 플라시보 효과와 함께 위약에 대한 반응을 일컫는 용어로, 노시보 효과는 부작용과 관련한 부정적인 효과를, 플라시보 효과는 효능과 관련한 긍정적인 효과를 말합니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설명이어도 어떤 사람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어떤 사람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니까요. 흔히 하는 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처럼 ‘생각이 씨가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정적인 상황을 검토해야 하지만, 그 검토가 긍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검토라면 우리의 마음과 발길은 노시보 효과가 아닌 플라시보 효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참고 자료
- Harvard Medical School: The power of the placebo effect
- Dtsch Arztebl Int.: Nocebo Phenomena in Medic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