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시보 효과 또는 플라세보 효과 – 약이나 치료와 관련하여 자주 듣는 말입니다. 어떤 효과를 말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플라시보 효과 이야기입니다.

플라시보(Placebo)란?

플라시보(Placebo)는 일반적인 의약품이나 치료처럼 보이지만, 실제 의약품이나 치료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플라시보는 실제로는 효과가 없지만, 효과가 있는 것처럼 가장한 약이나 치료를 말합니다. 즉, 플라시보는 약처럼 보이게 만든 위약(가짜 약)을 말합니다.

플라시보 또는 플라세보

이 용어에 관한 글들을 보면 플라시보라 적은 글도 많고 플라세보라 적은 글도 많습니다. 그리고 어떤 글에서는 영어 단어 Placebo를 적어 놓고 발음이 플라세보라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영어단어 Placebo의 발음을 우리글로 정확하게 표기하는 것이 힘들지만, 플라시보와 플라세보 둘 중에서 선택하라면 플라시보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플라세보’라 적혀 있습니다.

사실 영어 단어 플라시보(Placebo)는 라틴어에서 온 것입니다. 라틴어로 ‘나는 기뻐할 것입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 ‘placēbō’에서 왔답니다. 아마도 국어사전에 ‘플라세보’로 등재된 이유는 이 단어를 영어 단어가 아닌 라틴어 단어로 보았고, 그래서 라틴어 음가에 따라 ‘플라세보’라 적은 듯 합니다. 이 글에서는 영어 단어 음가에 따라 널리 쓰이고 있는 ‘플라시보’를 사용하겠습니다.

플라시보 효과 (Placebo Effects)

위약
플라시보 효과 (Placebo Effects, 위약 효과)는 약리적 또는 정신적 활성 특성이 없는, 다시 말해서 설탕으로 만든 것과 같은 약효가 없는 가짜 약(위약)을 먹은 후 그 약의 효과를 경험했다고 주장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현상과 관련하여 다양한 말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이것은 심리적인 현상에 의한 것이므로 효과가 아니라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효과가 있으므로 이 역시 효과’라는 주장입니다. 위약을 받은 세 명 중 한 명이 약효를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니까요. 약리작용이든 심리적이든 효과가 있다면 그 역시 효과라는 것이지요.

그렇답니다. 제품명이 없는 위약보다는 유명 상표가 적힌 위약을 먹은 사람에게서 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기도 한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실제로 위약을 받지 않고도 단지 의사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경험하기도 하니까요. 배가 아프다고 우는 아이의 배에 반창고를 붙이고 ‘호~’하고 입김을 불어주면 다 나은 듯 신나게 뛰어노는 것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사실 이것은 아이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2차 대전 중 의약품이 부족할 때 모르핀 대신 식염수를 맞은 부상병들에게서 이런 현상이 흔하게 나타났다니까요. 이렇듯 위약 효과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흔히 하는 말, ‘병은 약이 낫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약을 먹으면 나을 것이라는 믿음이 낫게 한다’는 말이 이 현상을 집약한 말일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플라시보 효과는 위약(가짜 약)을 먹은 후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와 반대되는 현상도 있는데, 그 현상은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 합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노시보 효과는 약의 부작용에 관한 설명을 듣고 약을 복용한 사람에게서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것과 같은 현상을 말합니다.

작동 방식

플라시보 효과를 ‘기대 효과’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것은 이 효과가 약을 복용하는 사람의 기대에 근거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답니다. 위약 효과에 관한 연구 중에 이런 연구도 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이들에게 위약을 주면서 각성제라고 말하자 약을 복용한 사람 중에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오르는 효과가 나타나고, 동일한 위약을 주면서 신경 안정제라고 말하자 그 위약을 복용한 사람들에게서 수면 효과가 나타났답니다.

그리고 이것이 단지 기대감에 의한 심리적 현상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신체적 변화를 일으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답니다. 통증에 대한 위약 효과 연구에서 기대감이 엔돌핀 생산 증가로 이어져 실제적인 효과가 나타났답니다.


결국 플라시보 효과는 마음과 몸의 연결에 관한 연구로 이어집니다. 플라시보 효과가 작동하는 모든 방법을 알 수는 없지만,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마음이 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플라시보 효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니까요. 사실 이것은 고대 주술사들이 병을 치료하는 방식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당시 주술사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동을 위약이 아닌 치료라 생각했겠지만,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치료가 아니라 ‘주술사의 치료가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환자의 강한 믿음에 기초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플라시보 효과는 환자의 기분을 좋게 하고, 두통 등 통증을 완화하는 것과 같은 뇌에 의해 조절되는 증상에는 효과는 있지만, 콜레스테롤을 낮추거나 종양 세포를 줄이는 것과 같은 근본적인 질병 치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있습니다. 플라시보 효과를 치료 과정에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유용성

플라시보 효과가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는 신약 개발 등의 임상 시험입니다. 새로운 약을 개발한 후 그 약의 치료 효과에 관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플라시보를 사용합니다. 무작위로 선정된 참가자에게 한 그룹에는 새로 개발한 약을 복용하게 하고, 다른 그룹에는 위약을 복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약을 받은 사람은 자신이 위약을 받았다는 것을 모릅니다. 일정 기간 복용 후 실제 약을 복용한 그룹과 위약을 복용한 그룹의 효과를 분석하여 그 차이를 보고 새로 개발한 약이 의약품으로 타당한지 가리는 것입니다.

물론 플라시보는 경우에 따라서는 치료 과정에도 적용할 수 있답니다. 2차 대전 중 모르핀이 부족할 때 식염수를 모르핀이라며 투약했던 경우나, 배 아프다며 칭얼거리는 아이의 배에 치료와는 전혀 상관없는 밴드를 붙여주는 경우, 그리고 치료받는 환자로 하여금 치료 과정과 약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하려고 약의 효능을 극대화하여 설명하는 방식 등이 여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약을 복용한다는 의식이 치료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답니다. 이때 적절한 치료와 투약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겠지요. 이런 차원이라면 플라시보는 치료제가 아니지만, 치료 과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리

‘플라시보 효과’ 또는 ‘위약 효과’는 ‘이 약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믿음(기대감)에 기초하므로 ‘기대 효과’로도 불립니다. 이 효과는 ‘병은 약이 낫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약을 먹으면 나을 것이라는 믿음이 낫게 한다’라는 말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대 효과 때문에 같은 위약이라 하더라도 널리 알려진 유명 상표가 적힌 위약에서 더 큰 효과가 나타난답니다. 유명 상표의 약이 효과가 더 좋다는 기대감이 작용했으니까요. 정리하자면, 플라시보는 뇌에 의해 조절되는 증상에 효과를 나타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치료제는 아니랍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