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채소와 과일이다. 채소와 과일은 탄수화물이나 지방 함량이 많은 음식에 비해 열량이 낮고, 혈당 수치에 미치는 영향도 적으며, 건강에 좋은 섬유질과 각종 비타민도 풍부하게 들어 있고, 우리 몸에서 활성 산소에 대항하는 항산화제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건강 전문가들이 앞다투어 권하는 지중해식 식단도 바로 채소와 과일이 풍부한 식단이다. 이렇듯 채소와 과일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지만, 어떤 점이 좋으며,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물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채소와 과일이 풍부한 식단의 이점

2021년 3월, 미국심장협회(AHA)의 저널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이와 관련한 연구 논문이 실려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루에 어떤 채소와 과일을 얼마나 많이 먹어야 건강에 좋은지, 어떤 건강상의 효능이 있는지에 관한 연구 결과이다. 이 연구가 눈길을 끄는 것은 어느 한 지역에서 수행한 소규모 연구가 아니라, 미국인 10만여 명을 포함하여 전 세계 약 200만 명의 사람이 30년에 걸쳐 제공한 건강과 식사에 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만성적인 염증

우리는 음식을 먹고 호흡하며 살아간다. 음식이 우리를 건강하게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음식을 소화하는 대사 과정에서 건강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부산물도 만들어지는데, 바로 활성 산소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다. 산화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서 건강한 세포를 악성 종양세포로 변질시키고, 노화를 촉진하며, 염증을 일으키는 등 다양한 형태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염증은 일반적인 면역 작용 중 하나지만, 만성적인 염증은 성인병을 비롯해 각종 질병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항산화제

채소와 과일에는 활성 산소에 대응해 건강을 돕는 물질이 있는데, 이를 ‘항산화제(antioxidants)’라 한다. 항산화제는 ‘식물에 들어 있는 화학 물질(파이토케미컬, phytochemical)’로, 필수 영양소는 아니지만 건강에 도움을 주는 생리 활성 물질을 말하는데, 블루베리와 관련하여 언급되는 안토시아닌도 여기에 해당하고, 눈 건강에 좋다는 루테인도 여기에 해당한다. 채소와 과일을 식단에 추가하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건강에 가장 좋은 채소와 과일

샐러드
건강을 위한 선택이라면 비타민 C와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예를 들면, 케일이나 시금치 등 녹색 잎채소, 당근, 감귤류, 베리류 등이다. 베타카로틴은 우리 몸에서 비타민 A로 전환돼 사용되는 프로비타민 A이다. 참고로, 비타민 C, 비타민 A, 비타민 E는 우리 몸에서 강력한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비타민이다.

또한, 채소와 과일은 서로 다른 영양소와 항산화제를 담고 있어서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당근이나 오렌지 같은 주황색 채소와 과일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들어 있고, 토마토나 수박 같은 빨간색 채소와 과일에는 리코펜이 풍부하며, 블루베리나 먹포도 같은 짙은 보라색 채소와 과일에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그런 이유로 건강 전문가들은 식단을 다양한 채소와 과일로 무지개색 식단으로 꾸미라고 권한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옥수수나 감자 같은 녹말 채소와 과일주스는 효과가 없다. 이런 녹말 채소와 과일주스는 다른 채소와 과일에 비해 혈당 부하가 높아 급격하게 혈당 수치를 높인다.

얼마나 먹어야 하나

연구 결과는 채소와 과일을 매일 5회 분량 섭취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산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래는 하루에 채소와 과일 5회분을 섭취한 사람과 2회분을 섭취한 사람을 비교한 건강상의 효과이다.

  • 어떤 요인으로든 사망 위험이 13% 낮음
  • 심장병이나 뇌졸중으로 사망할 위험이 12% 낮음
  •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10% 낮음
  •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35% 낮음

여기서 1회분은 채소나 과일 1/2컵 또는 샐러드 채소 1컵 분량이다. 채소와 과일 모두 비타민과 미네랄 그리고 섬유질이 풍부하지만, 채소가 과일에 비해 칼로리와 당분 함량이 조금 적게 들어 있다. 이런 이유로 과일보다는 채소를 더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상적인 배분은 매일 3회분의 채소와 2회분의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며, 이보다 더 많이 섭취했을 때 건강에 더 좋다는 증거는 없다. 물론 더 많이 먹는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은 하루에 채소 250g과 과일 200g을 섭취하는 것이다.

더 나은 선택

피망
전통적으로 우리의 식단은 서구와는 달리 육식보다는 채식 위주여서 채소 섭취량은 WHO 권고량을 훌쩍 넘기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식단이 서구화하면서 육식 비중이 늘어나고, 특히 패스트푸드를 선호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청소년 비만증과 당뇨도 늘어나는 실정이다.

채식을 즐겨 먹던 우리에게는 하루 섭취 권고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하루 500g 섭취를 목표로 하고, 채소는 300g 과일은 200g으로 나누자. 적당한 크기 당근도 100g을 훌쩍 넘기고, 계란만 한 토마토도 100g 정도이며, 청경채 1줄기도 50g은 된다. ‘백세 시대’라고 하는데, 아프면서 오래 살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 살자. 더 나은 선택이 필요한 때이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