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상식처럼 통하지요? 알코올은 건강에 해롭다는데, 와인은 왜 건강에 좋다는 걸까요? 오늘은 감미로운 와인 이야기입니다.
프렌치 패러독스
‘육류는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많아 심혈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육류를 즐겨 먹는 프랑스인의 심혈관 질환 발병률은 미국인보다 낮다. 그 이유는 프랑스인의 식단에는 미국인의 식단에 없는 와인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우리가 잘 아는 ‘프렌치 패러독스’의 골자입니다.
프렌치 패러독스는 1991년에 프랑스 학자 세르주 르노(Serge Renaud)가 미국 CBS TV의 뉴스쇼 60분(Sixty Minutes)에 출연해 언급한 후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알코올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 그간의 일반적인 견해였는데, 알코올을 즐겨 마시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었으니까요. 이후 줄어들던 미국의 포도주 판매량이 급증하고, 이와 관련한 학계의 연구 논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으며, 포도주는 건강에 좋은 알코올이라는 것이 상식처럼 통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물론 프렌치 패러독스에 대한 반론도 있습니다. 프랑스인들에게서 심혈관 관련 질병이 적은 것은 단지 포도주 때문만이 아니라, 프랑스인의 식단에 건강에 좋은 과일과 채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당시 미국인의 식단은 육류 위주였지만, 프랑스인의 식단은 지중해식 식단처럼 채소와 식물성 기름이 어우러진 ‘건강한 식단’이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반론에서도 인정하는 것은 포도주에 들어 있는 특정 성분의 효능입니다. 그렇다면, 건강에 해롭다고 알려진 알코올의 어떤 점 때문에 포도주를 건강에 좋다고 하는 것일까요?
와인의 종류
와인을 분류하는 방식은 다양한데,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분류 방식은 색상에 따라 분류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색상에 따라 나누면 포도주는 레드 와인(적포도주, Red Wine), 화이트 와인(백포도주, White Wine) 그리고 로제 와인(Rosé Wine), 이렇게 셋으로 나뉩니다. 입니다. 이름 그대로, 레드 와인은 짙은 붉은색 포도주이고, 화이트 와인은 연한 연둣빛이 감도는 포도주이며, 로제 와인은 장밋빛 선홍색 포도주를 말합니다. 이렇게 분류하는 것을 색상에 따라 나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제조 과정에 따른 차이이고, 그 방식에 따라 색상뿐만 아니라 맛과 성분도 달라집니다.
- 레드 와인(적포도주, Red Wine): 포도는 적포도를 사용하며, 껍질과 씨를 함께 넣고 발효한 뒤 껍질과 씨를 제거합니다. 발효 과정에서 포도 껍질과 씨앗에 있는 다양한 성분과 붉은 색소가 우러나옵니다.
- 화이트 와인(백포도주, White Wine): 청포도로 만들기도 하고 적포도로 만들기도 하는데, 껍질과 씨를 제거한 후 포도즙만 발효시킵니다.
- 로제 와인(Rosé Wine): 포도는 적포도를 사용하며, 적포도주를 만들 때처럼 껍질과 씨앗을 함께 넣지만, 붉은색이 장밋빛으로 알맞게 우러나오면 껍질과 씨를 건져내고 발효시킵니다.
차이는 껍질과 씨앗에 있습니다. 껍질과 씨앗에 들어 있는 성분을 얼마나 추출했느냐에 따라 포도주의 맛과 색은 물론 성분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레드 와인의 특별한 성분
껍질과 씨앗까지 함께 발효시킨 레드 와인에는 우리 몸에 좋은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NIA)와 미국 농무부(USDA)는 식품이 활성 산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측정하여 ORAC 밸류(ORAC, Oxygen Radical Absorbance Capacity)를 만들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레드 와인의 ORAC 밸류는 3607이며, 화이트 와인의 ORAC 밸류는 392이며, 로제 와인의 ORAC 밸류는 1005입니다. 레드 와인의 ORAC 밸류는 화이트 와인의 ORAC 밸류의 9배가 넘습니다. 물론, 와인은 원료인 포도의 품종과 제조 방법에 따라 성분 함량에 차이가 있겠지만, 이 자료를 통해 일반적인 상황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항산화 성분은 플라보노이드 안토시아닌 레스베라트롤 등이 있습니다.
레스베라트롤
레스베라트롤은 식물이 곤충 박테리아 자외선 등 외부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산하는 물질로, 우리 몸에서 강력한 항산화제로 작용해 산화 스트레스가 일으키는 각종 질병에 대응할 수 있답니다. 물론, 레스베라트롤은 포도에만 들어 있는 성분이 아니며, 블루베리, 크랜베리, 오디, 땅콩, 다크 초콜릿 등 여러 베리류와 씨앗류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의 일종입니다. 특히 이 성분은 프렌치 패러독스와 관련하여 널리 주목받은 성분으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포도에서 레스베라트롤 함량이 많은 부분은 적포도 껍질과 씨앗입니다. 따라서, 레스베라트롤의 효능을 위해서라면 적포도 껍질과 씨앗을 함께 발효 시켜 만드는 레드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플라보노이드
레드 와인에 들어 있는 특별한 성분 중 하나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플라보노이드입니다. 건강상의 효능과 관련하여 주목받는 성분은 케르세틴 프로안토시아니딘 안토시아닌 등입니다. 케르세틴은 채소와 과일 그리고 곡물 및 씨앗 등 다양한 식품에서 발견되는 성분으로, 우리 몸에서 강력한 항산화제로 작용한답니다. 케르세틴이 풍부한 식품에는 케일과 적양파가 있습니다. 프로안토시아니딘과 안토시아닌 역시 포도 껍질과 씨앗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성분으로, 우리 몸에서 강력한 항산화제로 작용한답니다. 안토시아닌은 다양한 과일과 채소에서 얻을 수 있는데, 널리 알려진 것은 블루베리와 적포도입니다. 이들 성분 역시 적포도 껍질과 씨앗에 풍부하게 들어 있으므로 적포도 껍질과 씨앗을 함께 발효 시켜 만드는 레드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 [건강상식] 항산화 성분과 ORAC 밸류에 관해 알아보세요!
레드 와인 & 레스베라트롤의 효능
프렌치 패러독스와 관련해 주목받은 특별히 주목받은 레드 와인의 성분은 레스베라트롤입니다. 물론, 레드 와인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어서 그런 성분들이 주는 효능도 있을 것입니다. 아래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레드 와인, 레스베라트롤의 잠재적인 효능입니다.
-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세포를 보호할 수 있답니다.
- 나쁜 LDL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효능이 있답니다.
- 좋은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효능이 있답니다.
- 혈전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답니다.
- 항염 및 소염 효능이 있답니다.
- 심혈관 건강 보호 효능이 있답니다.
- 항암 작용이 있답니다.
- 항균 작용이 있답니다.
- 뇌 기능 및 인지력 향상 효능이 있답니다.
- 정신 건강을 돕는 효능이 있답니다.
주의 사항
프렌치 패러독스와 함께 레드 와인에 관한 연구가 지속해서 이뤄졌고, 그에 따라 많은 연구 자료가 축적되었습니다. 그중에는 레드 와인의 효능을 지지하는 논문도 많고, 레드 와인의 특정 성분은 건강에 좋으나 그 성분을 섭취하기 위해 구태여 레드 와인을 마실 필요가 없다는 논문도 있으며, 프렌치 패러독스는 레드 와인 하나의 효능이 아닌 지중해식 식단처럼 채소와 과일이 풍부한 프랑스식 식단의 효능이라는 주장도 있고, 레스베라트롤의 효과적인 흡수를 위해 알코올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포도주의 효능을 인정하는 주장도 ‘적당히 마실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패러독스의 패러독스
프렌치 패러독스의 촛점을 와인에 둘 것이 아니라, 건강에 둔다면 다른 선택이 가능합니다. 레스베라트롤이든 케르세틴이든 안토시아닌이든, 그런 성분들은 알코올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채소와 과일 그리고 곡물 등에 들어 있는 성분이니까요. 알코올이 건강에 나쁜 것이라면 구태여 몸에 좋은 성분을 몸에 나쁜 알코올에 담아서 먹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런저런 변수를 제외하면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니까요. 이득이라면 그렇게 알코올을 마시면서 건강에 좋은 것을 마셨다는 마음의 위안 정도일 테고, 나쁜 것이라면 그렇게 마음의 위안을 받으며 한 잔 두 잔 양을 늘리면서 실제로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것을 나쁜 것에 담아 먹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패러독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건강 관련 전문인들이 조언하는 ‘적당히’를 지키며 마신다면 좋은 일이지만, ‘부어라 마셔라’식 술 문화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일 것입니다. 포도주와 관련하여 ‘적당히’는 남성은 하루 1-2잔, 여성은 하루 1잔 이내를 말합니다. 그리고 술 한 잔은 순수 알코올 함량이 12~14g인 상태를 말하는데, 일반적인 포도주는 5 온스(약 150mL)에 해당합니다.
다른 선택
위에 언급한 효능은 레드 와인에 들어 있는 항산화제 성분이 주는 효능입니다. 건강을 위해서 이런 성분이 필요하다면 다른 선택이 가능합니다. 이들 성분은 다양한 과일과 채소에 들어 있는 성분이니까요. 포도가 좋다면 적포도를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신선한 불루베리나 크랜베리를 선택하는 것도 좋고, 땅콩도 좋습니다. 또한, 요즘에는 몸에 좋은 성분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건강 보조식품도 많습니다. 포도라면 포도씨 추출물을 이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입니다. ‘메요클리닉‘은 이렇게 조언합니다. “적당히 마시거나, 전혀 마시지 마십시오.”
참고 자료
- Biomedicines: Resveratrol: A Double-Edged Sword in Health Benefits
- Heart: The French paradox: lessons for other countries
- Front Pharmacol: Resveratrol: French Paradox Revisited
- Mayo Clinic: Red wine and resveratrol: Good for your heart?
- Johns Hopkins Medicine: Diets Rich in Antioxidant Resveratrol Fail to Reduce Deaths, Heart Disease or Cancer
- Harvard University, School of Public Health: Alcohol: Balancing Risks and Benefi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