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알코올)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예나 지금이나 논란거리입니다. 어떤 사람은 약간의 술은 건강에 좋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약간의 술도 건강에 나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건강에 좋은 술’이 따로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같은 술인데 왜 이렇게 평가가 엇갈릴까요? 보건 당국과 건강 전문가들이 말하는 ‘건강에 좋은 술(알코올)’이 어떤 술인지 알아보고, 건강에 좋은 술의 양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봅니다.
오늘 알아볼 내용
약주(藥酒) 그리고 ‘건강에 좋은 술’
우리가 사용하는 술과 관련한 용어 중에 ‘약주’가 있습니다. 한자로 ‘약’을 뜻하는 ‘약(藥)’ 자와 ‘술’을 뜻하는 ‘주(酒)’ 자를 씁니다. ‘윗사람’과 함께 써서 술을 높여 부를 때 사용하기도 하지만, 원래는 ‘한약재’나 ‘과실’을 넣어 빚은 술을 ‘약주’라 부르며 ‘건강에 좋은 술’을 뜻합니다.
인삼주, 당귀주, 도라지주, 심지어 ‘뱀술’과 ‘노방봉주’까지, ‘건강에 좋은 술’이라 불리는 술은 많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널리 알려진 약재를 넣었거나 ‘세간에서 약효가 있다고 말하는 재료’를 넣은 술입니다. 이는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서구에서도 ‘레드와인(적포도주)’은 ‘건강 술’로 여기기도 하니까요. 이것은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건강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는 ‘지중해식 식단’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
‘프랑스인은 미국인만큼이나 건강에 해롭다는 육류를 즐겨 먹는데 프랑스인의 심혈관 질환 발병률은 미국인의 그것보다 훨씬 낫다. 그 이유는 프랑스인의 식단에 레드와인(적포도주)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프렌치 패러독스의 요점입니다. 건강에 해롭다는 술이 건강에 좋은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패러독스’라 부른 것입니다. 1991년, 이 내용이 매스컴을 통해 전해지자 미국에서는 레드와인 소비량이 폭증했답니다.
물론, 이것은 과학에 기반한 연구 결과가 아닙니다. 일반적인 프랑스인의 식단은 미국인의 식단보다 건강에 좋은 채소와 과일도 더 많이 들어가지만, 이것도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레드와인의 재료인 적포도에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이나 안토시아닌 등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건강에 좋은 작용을 하는 것은 맞습니다.
적포도주와 지중해식 식단
지중해식 식단(Mediterranean diet)은 ‘심혈관 질환과 음식의 상관관계 연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식단으로, 20세기 중엽 이탈리아 등 지중해 지역 사람들의 일상적인 식단을 말합니다. 통곡물 채소 과일이 주재료이며, 단백질 공급원으로 붉은고기가 아닌 생선과 닭고기를 이용하고, 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올리브유를 이용하며, 레드와인을 곁들입니다. 즉, 지중해식 식단에도 레드와인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중해식 식단의 건강 비결이 모두 레드와인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음식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입니다.
인삼주와 노봉방주
인삼주는 우리나라 대표 ‘건강 술’이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 요즘은 다소 시들해졌다고는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인삼 사랑’은 세계적일 것입니다. 불로초나 명약 같은 환상도 다소 들어 있을 정도니까요. 물론 인삼에 사포닌의 일종인 진세노이드 등 건강에 좋은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 인삼으로 담근 술이니 ‘효능’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세간에는 이런 유의 술이 많습니다. 호흡기 건강에 좋다는 도라지에 소주를 부어 도라지주를 담그기도 하고, 원기 회복에 좋다는 당귀에 소주를 부어 당귀주를 담기도 하며, ‘정력’에 좋다며 뱀이나 ‘말벌집(노봉방)’에 소주를 부어 술을 담그기도 합니다. 물론 그 효능이 어느 정도인지는 검증되지 않았으며,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는 뱀이나 말벌집을 식품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건강에 좋은 ‘알코올’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널리 쓰인 ‘소독용 에탄올’은 정말 ‘건강에 좋은 알코올’입니다. 세계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코로나바이러스’도 제거하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음료’로서의 알코올 효능이 아닙니다. 생각해 보면, 인삼주에서 건강에 좋은 것은 인삼이지 알코올(술)이 아니며, 적포도주에서 건강에 좋은 것은 적포도이지 알코올(술)이 아닐 것입니다. 사포닌을 비롯한 인삼에 들어 있는 약효 성분이 건강에 좋은 것이고, 레스베라트롤을 비롯한 적포도에 들어 있는 약효 성분이 건강에 좋은 것이지, 알코올 자체의 약효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삼은 ‘인삼주’가 아니라 그냥 먹어도 건강에 좋고, 적포도도 ‘포도주’가 아니라 그냥 먹어도 건강에 좋지만, 알코올 그 자체를 건강에 좋은 음료라고 말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바꿔 말해, 음료로서 알코올 자체에 건강상의 효능이 있다면 위스키도 마다할 이유가 없고, 고량주도 마다할 이유가 없으며, 소주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위스키나 고량주나 소주를 건강에 좋은 술이라 말하지 않으며, 오히려 건강에 나쁜 ‘독주’라고 말합니다. 사실 ‘음주’는 ‘흡연’과 함께 건강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금하는 것입니다. 건강에 좋은 재료를 왜 건강에 나쁜 재료에 담가 건강에 좋다고 말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알코올 허용량, 하루 얼마나?
우리는 흔히 ‘술은 적당히 마시면 괜찮다’고 말하고, ‘한두 잔’은 괜찮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적당히’가 문제이고, 그 ‘한두 잔’이 문제입니다. ‘적당히’가 어느 정도 양인지 분명하지 않으며, 잔도 크기가 달라 잔 나름이며, 술에 따라 알코올 함량(도수)도 다릅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적당히’나 ‘한두 잔’이라는 모호한 표현 대신 ‘정확한 규정’을 알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아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규정입니다.
’한 잔’의 양
건강에서 말하는 ‘술 한 잔’에서 ‘잔’은 우리가 사용하는 ‘잔’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술은 술에 따라 알코올 함량(도수)이 달라 일반적인 ‘잔’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술 ‘한 잔’을 ‘순수 알코올 0.6액량온스’로 정의합니다. 미국에서 1액량온스는 29.57mL이므로 0.6액량온스는 17.74mL입니다. 또한, 알코올 도수 ‘10도’ 짜리 술이라면 술 100mL에 ‘순수 알코올’ 10mL가 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아래는 술 종류에 따른 ‘한 잔’의 예입니다.
- 5도 맥주: ‘5도’ 짜리 맥주 100mL에는 들어 있는 순수 알코올은 5mL이므로, 한 잔은 약 350mL입니다.
- 12도 와인: ‘12도’ 짜리 와인 100mL에 들어 있는 순수 알코올은 12mL이므로, 한 잔은 약 150mL입니다.
- 40도 위스키: ‘40도’ 짜리 위스키 100mL에 들어 있는 순수 알코올은 40mL이므로, 한 잔은 약 45mL입니다.
참고로, 미국 국립보건원은 ‘술 한 잔’의 양을 ‘순수 알코올 14g’으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알코올의 부피(mL)를 질량(g)으로 환산할 때는 부피에 0.8을 곱하면 됩니다. 즉, ‘5도’ 짜리 맥주 100mL에는 들어 있는 순수 알코올은 5mL이므로, 이를 질량으로 환산하면 ‘5mL에 0.8을 곱한 값인 4g입니다. 술병에 적혀 있는 도수를 보고 매번 이렇게 질량(g)으로 환산하는 것보다는 ’17.74mL(약 18mL)’로 기억하는 것이 편할 것입니다.
하루에 몇 잔?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하루 적정 알코올 섭취량을 성인 남성은 1~2잔 이내, 성인 여성은 1잔 이내라고 규정합니다. 즉, 남성은 ‘순수 알코올’로 하루 35mL 이내, 여성은 18mL 이내입니다. ‘잔’이라는 모호한 표현보다는 알코올양으로 기억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물론 이 양도 ‘건강한 사람’에 한해서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피해야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
세계보건기구(WHO)는 ‘술의 적정 섭취량’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소위 말하는 안전한 양의 음주를 말할 수 없습니다. 술 문제는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에 있지 않습니다. 어떤 술이든지 음주자의 건강 위험은 첫 방울부터 시작됩니다. 우리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사실은 더 많이 마실수록 더 해롭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술은 덜 마실수록 더 안전합니다.”
그래도 좋은 술
레드와인은 건강에 좋기로 소문난 ‘지중해식 식단’에 들어 있는 것 맞습니다. 식사와 함께 레드와인 한 잔은 근사한 이미지도 있어서 정신 건강에도 좋을 것이고, ‘기분 좋은’ 분위기는 통전적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알코올 대사에 문제가 없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알코올 대사에 문제가 있다면 ‘근사한 적포도주 한 잔’도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포도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삼주도 마찬가지고 도라지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료의 약효 성분은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좋은 사람과 함께 건강에 좋은 술을 마시고 싶다’면 아래 요령에 따라 찾으면 될 것입니다.
더 좋은 술 선택 요령
술이라고 해서 다 같은 술이 아닙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독주도 있고 도수가 낮은 술도 있습니다. 가능한 한 도수가 낮은 술을 선택하세요. 그리고 가능한 한 레드와인 같은 건강에 좋은 성분이 들어 있는 술을 선택하세요.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남성은 ‘순수 알코올’로 35mL이고, 여성은 18mL입니다. 이것이 ‘건강에 더 좋은 술 선택 요령’입니다. 건강에 좋은 알코올은 없습니다. 아직 술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시작할 이유는 없습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