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이 저에게 코코넛오일에 관해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건강상의 이유와 다이어트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럴만하냐는 것이지요.
이 오일의 효능은 연예인들에 의해 많이 알려진 듯합니다. 안젤리나 졸리와 미란다 커가 건강을 위해 날마다 챙겨 먹는다는 기사가 있었으니까요. 아마도 이 기사 후에 많은 이들이 코코넛 오일에 관심을 두거나, 그들이 했다는 대로 따라 해보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참 좋다니까요. 심장병에도 좋고 암에도 좋고 알츠하이머에도 좋고 위궤양에도 좋고, 기타 등등에도 좋고. 게다가 살도 빠지고. 그런데, 기름을 먹으며 살을 뺀다? 그것도 포화지방 덩어리를?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우리가 먹는 기름은 대개 셋으로 나눕니다. 불포화지방, 포화지방, 트랜스지방입니다. 이중 불포화지방은 우리 몸에 좋은 지방이고,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우리 건강을 해치는 지방으로 알고 있지요. 그리고 불포화지방은 대개 식물성 기름이고, 포화지방은 대개 동물성 기름으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 ‘상식’이 맞긴 하나 봅니다. 하버드대학교 공공보건대학원의 연구 자료에도 그렇게 적혀 있으니까요. 하지만 예외도 있나 봅니다. 위의 하버드대학교 자료 역시 포화지방은 주로 동물성 음식에 들어 있지만, 코코넛오일은 식물성 음식으로 포화지방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달리 생각해볼 여지가 있겠네요. 포화지방이지만 식물성 기름이라니까요.
맞습니다. 포화지방이라고 해서 다 같은 포화지방이 아닌가 봅니다. 많은 이들이 코코넛오일을 이렇게 설명하니까요. ‘이 오일의 92%가 포화지방산이지만, 이 포화지방산 중에서 약 60%가 중사슬 지방산이다. 이런 지방산은 대사 과정이 단순해서 바로 에너지로 쓰이기에 몸에 축적되는 양이 거의 없다. 게다가 이 오일에 들어 있는 중사슬 지방산의 절반 이상이 라우르 지방산이다. 이 지방산은 좋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코코넛오일 효능의 출발점이 이것인가 봅니다. ‘대부분은 포화지방산이지만, 이 지방산은 다르다. 절반 이상이 우리 몸에서 대사가 빨리 진행되는 중사슬 지방산이고, 그래서 몸에 축적되는 양이 거의 없다.’
‘코코넛오일의 지방은 다르다.’ 맞습니다. 다릅니다. 식물성 기름은 대개 불포화지방인데 코코넛오일은 포화지방이니까요. 게다가 우리 몸에서 대사가 빨리 진행돼 바로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는 중사슬 지방산 함량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코코넛오일에 들어 있는 중사슬 지방산 중 대부분은 탄소가 12개인 라우르산으로, 대사과정이 복잡한 장사슬 지방산과 비슷한 특성이 있으며, 게다가 다른 포화지방 함량도 많답니다.
이 오일에 관한 글을 찾아보면 놀랄만합니다. 이것은 외국 자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글들이 그 놀라운 효능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가히 ‘만병통치약’ 수준이라 할 만합니다.
그런데 글을 읽으면서 점점 의문이 들었습니다. 논리가 석연치 않다는 느낌이 든 것입니다. 중사슬 지방산의 대사에 관한 것도, 콜레스테롤에 관한 것도, 무엇인가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이게 사실일까? 여기식 표현으로 하자면 ‘너무 대단해서 믿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학계의 반응은 어떤지 찾아보았습니다. 하버드대학교 공공보건대학원, 하버드대학교 의학대학원, 캘리포니아대학교, 미시간주립대학교, 미국 국립보건원 자료 등.
이 오일의 특별한 효능을 주장하는 이들이 제시한 중사슬 지방산에 관한 대목을 찾아보았습니다. 결론은, 중사슬 지방산의 대사 방식이 다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코코넛오일이 우리 몸에서 지방으로 축적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열량도 다른 오일에 비해 높은 편이고, 좋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은 맞지만,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여서 심혈관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료의 내용 중 몇 대목을 전합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코코넛오일은 다른 식물성 오일보다 전체 콜레스테롤과 나쁜 LDL 콜레스테롤 모두 높였습니다.”
미시간주립대학교
“코코넛오일이 알츠하이머에 좋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려고 먹는다면 심장병 같은 다른 질병의 발병 위험도가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대학교(버클리)
“코코넛오일이 체중 감량에 좋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믿을 만한 증거는 없습니다…… 다른 식용유와 마찬가지로 코코넛오일의 칼로리도 테이블스푼 하나에 약 120칼로리일 정도로 높습니다. 그래서 많이 섭취하면 체중 감량 희망과는 달리 반대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을 건강하게 하고 날씬하게 한다거나 만성적인 질병을 치료할 수 있거나 막을 수 있다는 과대광고를 사지는 마십시오. 이 오일을 좋아한다면 요리에 쓰는 것, 특히 버터나 라드를 대체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올리브유와 카놀라유 그리고 다른 비열대성 오일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하버드대학교 의학대학원
“일부 사람들이 라우르 지방산이 면역력을 높이고, 체중을 줄이고, 암에 좋다고 주장합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 증거는 없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약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과는 반대로, 다른 포화지방과 마찬가지로 라우르 지방산 역시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는 증거는 상당히 많습니다.”
건강에 관한 블로그를 하면서 많은 생각이 오고 갑니다. 여기 저기 블로그를 둘러보면 세상에 널린 것이 만병통치약인데 사람들은 왜 오늘도 병에 시달리며 사는 것인지. 단지 그 음식을 먹지 않아서?
아닐 것입니다. 과장된 측면이 많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 과장에는 상업성이 끼어들었겠지요. 물론 저도 동의하고 믿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세상 모든 음식은 약’이라는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음식을 먹고 건강하게 살아가니까요. 그리고 요즘 같은 약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사람들은 음식을 통해 건강을 유지해 왔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특정 과일 혹은 채소를 마치 만병통치약인 듯 선전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 오일의 놀라운 효능을 주장하는 이들의 주장과 그에 반대하는 학계의 주장을 고려할 때, 아무리 낮춰 잡아도 ‘코코넛오일의 효능은 논쟁 중’입니다. 그리고 효능이 있든 없든 그 논쟁에 제 건강을 걸을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놀라운 효능’에 관한 대답이지, 코코넛오일 자체에 관한 대답이 아닙니다. 그리고 효능이라 말하는 그 모든 것을 믿을 수 없다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세상 모든 음식은 약’이라는 말을 믿으니까요. 무엇이든 ‘적당히’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테지요. 하지만, 대사 과정이 단순해서 이롭다는 주장은 미루더라도, 많은 연구 결과와는 달리,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혈관 질환에 이롭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LDL 콜레스테롤은 그 앞에 ‘나쁜’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을 정도로 건강에 치명적이어서, 적당히 넘길 수 없는 것이니까요.
코코넛오일의 ‘놀라운 효능’에 관해서는 저 자신에게 이 질문을 하면서 마치려 합니다.
- 지금 코코넛오일이 아니면 고칠 수 없는 질병을 앓고 있나요?
- 지금 코코넛오일이 아니면 살을 뺄 수 없나요?
- 논란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이 오일을 써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참고하세요.
콜레스테롤의 종류와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