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만큼 말이 많은 음료도 드물 것입니다. 건강에 나쁘다는 말도 있고, 반대로 건강에 좋다는 말도 있으며, 하루 한두 잔은 괜찮다는 말도 있고, 오히려 하루에 석 잔 이상 마시면 건강에 더 좋다는 말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인터넷 검색창에 ‘커피’와 ‘건강’이라는 키워드를 넣고 검색하면 종잡을 수 없는 기사가 죽 나열됩니다. 그래서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커피와 관련한 논란이 이렇게 많은 것은 커피가 세계인의 대표 음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계 음료 소비량을 보면 차가 커피보다 더 많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커피가 단연 1등입니다. 2020년 우리나라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367잔으로, 세계 평균 소비량인 161잔의 두 배가 넘습니다. 우리나라 성인은 커피를 매일 한 잔씩은 마신다는 것입니다. 밥처럼 매일 먹고 사니 그게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이 가고 그래서 연구를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이왕이면 건강하게 먹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리서치에 돌입했습니다. 도대체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역시 관련 글이 참 많습니다. 그렇게 많은 글 중에서 공신력 있는 자료로 추려 읽어보면 정리되는 것이 있습니다. 대개 이렇게 정리됩니다. ‘커피 자체는 건강에 좋은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지만, 어떤 성분은 사람에 따라 달리 작용하기도 하고, 사람에 따라 처리할 수 있는 양이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설탕 등 커피에 첨가한 것이 건강에 나쁠 수 있다는 것’ 등으로 말입니다.
[달달이 커피]
사실 우리 커피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개화기 시절, 부유층을 중심으로 시작됐으며, 이후 커피 문화를 이끈 것은 원두를 볶아(로스팅)서 분쇄한 후 뜨거운 물로 추출하는 일명 ‘원두커피’가 아니라, 식품 공장에서 만들어 나온 ‘인스턴트 커피’였습니다. 대개 인스턴트 커피 가루를 찻잔에 넣고 물을 부은 후 설탕과 ‘프림’이라 부르던 가루 크림을 넣어 녹여 마셨지요. 어떤 사람은 커피와 설탕과 크림의 비율을 2:1:2로 하고, 어떤 사람은 2:2:2로 하고, 저마다 자기만의 ‘커피 레시피’를 갖고서 ‘다방’에 가서는 ‘둘둘둘로 해줘요’라고 말하기도 했답니다.
그 인기세에 힘입어 어느 식품 회사에서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비율로 미리 섞어 개별 포장한 ‘커피 믹스’를 내놓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달달이 커피’의 인기는 지금도 여전합니다. 도대체 커피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열광할까요? 커피에 들어 있는 특별한 성분이 무엇인지, 그리고 건강상의 효능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커피의 특별한 성분
하버드대학교 공공보건대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커피에는 카페인, 비타민 B2(리보플라빈), 마그네슘, 클로로겐산과 퀴닉산 그리고 카페스톨 및 카월을 포함한 다양한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카페인
커피에 대해 말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카페인입니다. 카페인은 각성 효과가 있는 성분으로, 적당량을 섭취하면 기억력을 높이고 성기능을 개선하며 지구력을 높이는 등의 효능이 있답니다. 물론, 카페인의 처리 능력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본인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리보플라빈
리보플라빈은 비타민B 복합체에 속한 비타민입니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을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작용에 관여하며, 피부와 눈 및 신경계의 건강을 유지하고, 적혈구 생산에 관여하며, 항산화제로 작용해 산화 스트레스가 일으키는 다양한 증상에 대응한답니다.
마그네슘
마그네슘은 우리 몸에서 300종이 넘는 효소 작용에 관여해 기능과 건강을 돕는 중요한 성분입니다. 300종이 넘는 효소 작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그 효능도 다양할 것입니다.
클로로겐산 및 항산화제
클로로겐산 등 폴리페놀 성분은 우리 몸에서 강력한 항산화제로 작용한답니다. 혈압을 낮추고 혈당을 조절하며 항염 및 소염 작용으로 건강을 도우며 노화 방지와 인지력 개선 효능도 있답니다.
커피의 건강상의 효능 9
최근 연구 자료를 보면 커피는 다양한 작용으로 건강을 도울 수 있답니다. 하루 세 잔 이상 마셨을 때 당뇨병 예방 효과가 가장 컸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심지어 하루 10잔 이상 마신 여성에게서 당뇨병 위험이 79%나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본인의 카페인 처리 능력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아래 ‘(적당량의) 커피가 몸에 좋은 이유 9’는 미국 존스홉킨스 의학대학원의 자료에서 인용했습니다.
1 더 오래 살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여성의 주요 사망 원인인 관상동맥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신장 질환으로 치명적인 상황에 이를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2 포도당 또는 설탕을 더 잘 처리할 수 있습니다.
연구 결과 밝혀진 것은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3 심부전 발병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하루에 한두 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약해진 심장이 우리 몸에 충분한 양의 혈액을 펌핑하기 힘든 상황인 심부전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4 파킨슨병 발병 가능성을 낮춥니다.
카페인은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낮출 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환자가 몸의 움직임을 더 잘 조절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5 간 건강을 돕습니다.
일반 커피와 디카페인 커피 모두 간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 결과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간효소 수치를 건강하게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6 DNA가 더 강해질 것입니다.
강배전(다크로스트) 커피는 DNA 손상을 줄입니다. 이런 DNA 손상은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우리 몸의 세포에서 복구하지 않으면 암이나 종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7 대장암 발병 확률을 낮춥니다.
여성 23명 중 한 명에게서 대장암이 발병합니다. 연구원들은 일반 커피와 디카페인 커피 모두가 대장암 발병 위험도를 26% 낮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8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미국인 알츠하이머 환자 중 거의 2/3가 여성입니다. 하지만 커피 두 잔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알츠하이머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원들은 하루에 두세 잔의 커피를 마시는 65세 이상의 여성이 일반적으로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9 뇌졸중 발병 위험도를 낮춥니다.
하루에 적어도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성에게서 뇌졸중 발병 위험도가 낮은데, 뇌졸중은 여성 사망 원인 중 네 번째 주요 원인입니다.
커피를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
어떤가요? 존스홉킨스 의학대학원에서 내 놓은 자료를 보니 커피를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나요? 하지만 잠시 참아보세요. 위에서 본 것처럼 좋은 것이라고 해서 모두에게 좋은 것이 아니며, 커피라고 해서 다 같은 커피가 아니니까요. 날마다 즐기는 커피지만 더욱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해요.
먼저 카페인 섭취량에 신경 써야 합니다.
커피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8온스(약 236ml) 커피 한 잔에 들어 있는 카페인의 양은 약 95mg이랍니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성인의 하루 카페인 최대 섭취 권고량은 400mg입니다. 8온스 컵이라면 3~5잔에 해당합니다.
첨가물에 신경 써야 합니다.
과거 우리가 주로 소비하던 커피는 인스턴트 커피에 설탕과 가루 크림을 넣은 것이었습니다. 이때 커피와 함께 넣은 설탕과 크림에 신경 써야 하고, 이 외에도 풍미를 더하려고 넣는 시럽 등에 신경 써야 합니다. 건강에 유익하다는 커피는 이렇게 첨가물을 넣은 커피가 아니니까요.
카페인 처리 능력을 확인하세요.
카페인 반응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답니다. 한 잔만 마셔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여러 잔을 마셔도 바로 잠이 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카페인 처리에 문제가 있다면 커피가 제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한들 본인에게 맞지 않는 것입니다. 당연히 피해야 합니다.
임신 중이거나 모유 수유 중이라면 피해야 합니다.
본인의 상태도 다르고, 또한 태아나 영아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답니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임산부의 하루 카페인 최대 섭취 권고량은 300mg입니다. 임신 중이거나 모유 수유 중이라면 먼저 산부인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이 외에도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약을 먹고 있거나, 특별한 상황이 있다면, 먼저 의료 전문인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
인스턴트 커피가 주류이던 우리나라에 일명 ‘원두커피’가 등장한 것은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 올림픽 즈음이랍니다. ‘쟈뎅’이 그 시절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문을 연 커피 전문점이었다지요. 그렇게 ‘원두커피’가 소개되면서 원두커피를 즐기는 데 필요한 다양한 도구도 소개되었습니다. 크게 두 종류인데, 하나는 볶은(로스팅) 커피를 곱게 분쇄하는 기구(그라인더)이고 다른 하나는 ‘커피를 뽑는’ 기구입니다.
커피 분쇄기(그라인더)
그라인더는 작동 방식에 따라 수동과 전동으로 나뉘고, 분쇄 방식에 따라 크게 칼날 방식과 맷돌 방식으로 나뉩니다.
수동 방식은 커피통에 커피를 넣고 손잡이(레버)를 돌려 가는 방식이고, 전동 방식은 손으로 레버를 돌리는 일을 전기 모터가 대신합니다. 수동 방식은 수동 방식대로 가는 재미가 있고, 전동 방식은 많은 양을 편하게 갈 수 있어 좋습니다. 맞아요. 수동 방식 그라인더에 잘 볶은 커피콩을 넣고 천천히 손잡이를 돌려 갈면 커피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그윽한 커피향이 방안 가득 퍼져나가니까요. 사무실이어도 좋고, 서재여도 좋습니다. 그 자체로 요즘 흔히 쓰는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공원에 나가 커피를 내린다면 조그만 수동 그라인더가 제격이겠지요. 하지만 시간이 없을 때는 속도전이 필요합니다. 버튼을 눌러 후다닥 갈아치우고 원하는 커피를 내려야 하니까요. 이래저래 수동과 전동 둘 다 필요한가 봅니다.
또한, 칼날 방식은 주방에서 사용하는 ‘믹서’처럼 칼날이 돌면서 커피콩을 가는 방식이고, 맷돌 방식은 내부에 두 개의 기어가 있고 그 기어 사이로 커피콩이 들어가 으깨지는 방식입니다. 칼날 방식은 칼날이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커피 알갱이 사이사이에 공기가 유입되는 문제와 굵기(분쇄도)를 조절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어서, 대개 맷돌 방식을 선호합니다. 맷돌 방식은 칼날 회전으로 인한 문제도 없고, 두 개의 기어 사이를 조절하는 것으로 분쇄도를 균일하게 조절할 수도 있으니까요.
사이펀, 드리퍼, 그리고 장비빨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그렇겠지요. 하지만 장인은 흔하지 않아 여전히 ‘장비빨’이 먹히나 봅니다. 커피를 추출하는 도구에도 변천사가 있습니다. 그 도구들에는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의 고민이 스며들었습니다. 그중에는 실험실 도구 같은 것도 있고, 이게 뭐냐 싶은 ‘깔때기’도 있습니다. 몇 가지만 나열합니다.
- 사이펀(Siphon): 모양이 실험실 도구 같습니다. 19세기 중반에 영국인이 만든 것으로, 위아래 두 개의 유리병(물통)을 가느다란 관으로 연결하고, 물이 끓으면서 일어나는 기압차를 이용해 커피를 추출합니다. 조금은 어두운 곳에서 물을 담은 유리병 아래에 알코올 램프를 켜 물을 데우노라면 유리병에 투사된 램프 불빛이 예쁘게 퍼져나갑니다. 물론,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와 함께 퍼져나가는 커피향도 좋습니다.
- 에스프레소 머신: 20세기 초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시작된 추출 방식으로 가늘게 분쇄한 커피에 고온 고압의 물을 투과 시켜 추출합니다. 짧은 시간에 진한 커피가 나옵니다. 요즘 커피전문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기계이며, 가정용도 널리 보급되었습니다.
- 드리퍼(Dripper): 20세기 초에 독일인 멜리타 여사가 개발한 것으로, ‘깔때기’처럼 생긴 드리퍼가 전부입니다. 추출 방식도 매우 간단합니다. 컵이어도 좋고, 병이어도 좋습니다. 적당한 물통 위에 드리퍼를 올리고 드리퍼 안에 여과지를 깐 후, 적당량의 커피를 넣고 끓인 물을 부어내립니다. 요즘은 종류가 다양해서, 드리퍼 바닥에 구멍이 하나인 것도 있고, 세 개인 것도 있으며,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도 있고, 도자기로 만든 것도 있으며, 스테인리스 철판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여과지를 쓰지 않아도 되는 드리퍼도 있습니다.
- 커피 메이커: ‘원두커피’와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끈 커피 추출 도구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드리퍼 추출 방식을 전기의 힘을 빌려 ‘원터치’로 바꾼 것이지요. 커피 바스켓에 커피 가루를 넣고 물통에 물을 부은 후 스위치를 누르면, 잠시 후 마시기 좋은 커피가 만들어집니다.
- 프렌치 프레스: 유리병과 지름이 유리병 내경과 같은 피스톤처럼 생긴 플런저(거름망)로 이뤄졌습니다. 커피 가루를 유리병(비커)에 넣고 끓인 물을 부은 후 거름망 손잡이를 쥐고 천천히 눌러 커피 찌꺼기는 병 아래로 밀어 내리면서 커피 우린 물을 분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프랑스에서 개발했답니다. ‘커피 프레스’라고도 부릅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커피 추출 도구가 있습니다. 커피 가루를 물과 함께 넣고 끓이는 작은 냄비 같은 터키식 재즈베(Cezve)도 있고, 끓은 물이 순환하며 커피를 추출하는 퍼컬레이터(Coffee percolator)도 있으며, 이탈리아인 가정이라면 거의 다 갖고 있다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작은 형태인 모카포트(Moka pot)도 있고,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수동으로 압력을 가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기구도 있으며, 편하게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개별 포장한 캡슐형 커피를 사용하는 커피머신도 있습니다.
이렇게 도구가 다양한 것은 커피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좋아하는 맛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같은 커피를 사용해도 기구에 따라 다른 맛이 나니까요. 커피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장비빨이 한몫한다고 생각한다면 즐겨볼 만합니다.
핸드드립, 콜드브루, 그리고 감성빨
음식 맛은 손맛이라고 했던가요? 커피도 음식이기에 그런가 봅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장인의 세계에서는 손놀림 하나하나에 따라 맛도 다르다니까요. 본인의 손맛이 별로라고 생각하시나요? 상관없습니다. 장비빨에 더해 감성빨이 주는 맛과 멋도 있으니까요.
커피의 세계에는 추출 도구뿐만 아니라 추출 방식에 따른 구별도 있습니다. 크게는 커피 메이커 같은 자동 추출 방식과 드리퍼 같은 수동 추출 방식으로 나뉠 것입니다. 그중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알쏭달쏭한 몇 가지만 나열합니다.
- 핸드드립(Hand-drip): 이름을 풀면, ‘손으로 물을 떨구는’ 추출 방식 정도겠네요. 발로 내린 커피도 있으려나? 이런 류의 작명은 웬만하면 일본에서 시작하나 봅니다. 전기 ‘커피 메이커’로 추출하는 방식과 차별화하기 위해 내세운 이름일 텐데,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멜리타 여사가 드리퍼를 고안한 그때도 사용한 ‘원초적 추출 방식’이니까요. 컵이든 포트든 커피를 받을 통 위에 드리퍼를 올리고, 드리퍼 안에 여과지를 깐 후 분쇄한 커피를 넣고, 커피 가루에 끓인 물을 부어 추출합니다. 물론 ‘손으로 직접’이요.
- 푸어오버(Pour-over): 이름을 풀면, ‘물을 위에서 쏟는’ 추출 방식입니다. 당연히 멜리타 여사가 사용한 방법도 이것이고, 핸드드립도 이것입니다. 핸드드립 방식은 주둥이가 가늘고 긴 구스넥 주전자로 물을 섬세하게 부어내리고 푸어오버 방식은 물을 적당히 부어내리는 것이어서 다른 방식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때그때 ‘내리는 사람 마음’이며, 그렇게 구별하는 곳은 일본과 그 영향권에 있는 지역뿐이랍니다.
- 더치커피(Dutch coffee): 이름을 풀면, ‘네덜란드식 커피’입니다. 이 역시 일본에서 만든 이름으로, 정작 네덜란드에서는 모르는 방식입니다. 시원한 물 또는 상온의 물로 추출하는 방식으로, 물을 오랜 시간 한 방울 한 방울 떨궈 추출하다 보니 위생 문제가 제기되곤 합니다.
- 콜드브루(Cold brew): 이름 그대로 시원한 물 또는 상온의 물로 추출합니다. 주로 커다란 유리병(카라페)에 커피와 물을 넣고 오랜 시간(대개 12~24시간) 우린 후 드리퍼와 여과지로 걸러내는 방식으로 추출하는데, 이런 방식을 ‘침출식(浸出式)’ 콜드브루라고 부릅니다. 유리병 대신 프렌치 프레스를 사용해 여과의 불편함을 줄이기도 합니다. 또한, 더치커피에서 설명한 것처럼, 물을 오랜 시간 한 방울 한 방울 떨궈 추출하는 방식을 ‘점적식(點滴式)’ 콜드브루라고 부릅니다. 침출식이라는 말은 ‘물에 담가’ 우려낸다는 뜻이고, 점적식이라는 말은 ‘물방울을 점점이 떨군다’는 뜻입니다. 핸드드립과 푸어오버를 구분하는 것처럼 더치커피와 콜드브루를 구분하기도 하지만, 핸드드립이 푸어오버이듯 더치커피도 콜드브루입니다. 콜드브루는 신맛이 적고 맛이 순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른 추출법도 있습니다. 우리는 대개 자동으로 하든 수동으로 하든 커피를 담은 통에 물을 통과 시켜 추출하지만, 터키식은 재즈베(Cezve)라는 주전자에 커피와 물을 넣고 달이듯 끓여 마십니다. 단순한 방식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방식이 커피 추출의 가장 초기 형태랍니다.
참고 자료
- 매일경제: 한국은 커피 공화국, 검고 뜨거운 커피에 중독된 한국인
- 헬스조선: 당뇨병 걱정 되세요? 매일 ‘블랙커피’ 두 잔 드세요
- Harvard Medical School: Coffee
- Johns Hopkins Medicine: Heal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