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채식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전에는 그리 흔하지 않았고, ‘유난스럽다’는 시선도 있었지만, 이제는 쉽게 볼 수 있고 특별한 시선도 없는 듯합니다. 그런데 채식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어떤 사람은 채식주의자라면서 우유를 마시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계란을 먹기도 하며, 어떤 사람은 생선을 먹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정말 식물성 식품 외에는 먹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왜 그럴까요? 그리고 채식 식단이 왜 좋다는 걸까요?
오늘 알아볼 내용
채식 그리고 채식주의
채식(菜食)은 ‘식물에서 유래한 음식을 먹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채식으로 살아가는 식생활을 ‘채식주의’라 하며, 그렇게 사는 사람을 ‘채식주의자’라 합니다. 영어권에서는 ‘베지테리언(Vegetarian)’이라 부릅니다.
채식주의 식단, 다시 말해서 ‘베지테리언 다이어트’에는 국민 간식이라는 양념치킨도 없고, 삼겹살도 없으며, 햄버거도 없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빠진 베지테리언 다이어트를 왜 선택할까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일 것입니다. 하나는 ‘건강’이고, 다른 하나는 ‘지속 가능한 지구’라는 가치관입니다.
건강한 먹거리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대에는 ‘뚱뚱한 배’를 ‘사장배’라 부르기도 했지만, 먹거리가 풍성한 요즘은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며 그 자체로도 질병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비만과 질병이 육식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등 육류에 들어 있는 성분이 성인병 요인 중 하나라는 것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채식 식단을 선택합니다.
지속 가능한 지구
최근 몇 년 사이 환경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습니다. 손 쓰기 쉽지 않은 산불도 그렇고, 들어붓듯 쏟아지는 폭우도 그렇고,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환경이 더 이상 지속될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한 단어 ‘환경 문제’로 요약되는데, 그 중심에 ‘지구 온난화’가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라고 하면 대개 석유 등 화석 연료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화석 연료를 줄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화석 연료만 지구 온난화의 요인인 것은 아닙니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먹거리’ 문제입니다.
축산업이 ‘지속 가능한 지구’에 커다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가축 사육에 들어가는 물과 풀의 양이 상상을 초월하고, 그렇게 신선한 풀이 가축의 먹이로 사라지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줄어들며, 가축이 사는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도 상상을 초월하니까요. 그 모든 것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물과 풀을 가축에게 먹여 한 줌의 먹거리를 얻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물과 풀(채소)을 바로 먹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가치관에 따라 ‘채식주의’를 선택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베지테리언의 종류
하지만 ‘채식주의자’라고 해서 다 같은 것도 아닙니다. 베지테리언은 어느 한 날, 그러니까 ‘세계 환경의 날’이나 ‘지구의 날’ 등 어느 특정한 날 하루만 채식으로 사는 ‘이벤트’가 아니라, 날마다 채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베지테리언을 선택하면 국민 간식이라는 양념치킨도 없고, 삼겹살도 없으며, 햄버거도 없습니다. 먹거리에 상당한 제약이 있어서 외식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채식 방식이 등장합니다. 철저하게 채식을 지키는 방식도 있고, 일부 동물성 식품을 허용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베지테리언(Vegetarian)은 크게 둘로 나뉘는데, 하나는 엄격한 ‘베지테리언(Vegetarian)’이고, 다른 하나는 일부 동물성 식품을 허용하는 ‘세미 베지테리언(Semi-Vegetarian)’입니다. 그리고 이 안에서 허용하는 음식에 따라 ‘베지테리언’에 5가지, 세미베지테리언에 3가지 등 총 8종의 방식이 있습니다.
1 베지테리언(Vegetarian)
엄격한 의미의 베지테리언(Vegetarian)으로, 동물에서 유래한 음식은 모두 배제하는 방식도 있고, 일부 동물에서 유래한 음식을 허용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1) 비건(Vegan)
20세기 중엽에 시작된 비건 식단은 모든 동물성 식품과 동물에서 유래한 식품을 배제합니다. 생선이나 육류는 물론, 우유 등 유제품과 달걀도 먹지 않고, 오직 식물성 식품만 먹습니다. 그래서 ‘비건 식단’을 ‘완전한 채식 식단’이라 부릅니다.
(2) 프루테리언(Fruitarian)
프루테리언 다이어트은 식물성 식품 중에서 과일과 견과류 및 씨앗류만 허용합니다. 매우 드문 방식이며 그래서 ‘극단적인 채식 식단’이라 부릅니다.
(3) 락토 베지테리언(Lacto-vegetarian)
락토(lacto)는 ‘우유(milk)’를 뜻하는 라틴어 어근 ‘lact-’에서 유래합니다. 즉, 락토 베지테리언(Lacto-vegetarian)은 채식 식단에 우유와 꿀을 허용합니다.
(4) 오보 베지테리언(Ovo-vegetarian)
오보(ovo-)는 ‘알(egg)’을 뜻합니다. 계란처럼 갸름한 형태를 ‘오발(oval)’이라 부르는 것도 여기서 유래합니다. 즉, 오보 베지테리언(Ovo-vegetarian)은 채식 식단에 계란을 허용합니다. 물론, 육류에 속하는 닭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5) 락토오보 베지테리언(Lacto-ovo-vegetarian)
락토오보 베지테리언(Lacto-ovo-vegetarian)은 채식 식단에 우유, 꿀, 계란을 허용합니다.
2 세미 베지테리언(Semi-Vegetarian)
‘락토 베지테리언’과 ‘오보 베지테리언’은 동물에서 ‘유래한’ 식품을 허용하지만, 세미 베지테리언은 여기에 일부 동물성 식품을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1)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
페스코(pesco)는 이탈리아어로 ‘생선’을 뜻하는 ‘빼쉐(pesce)’에서 유래한 것으로,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은 채식에 생선 등 해산물을 허용하는 방식을 말하며, 여기에 우유와 계란을 허용하기도 합니다. 줄여서 ‘페스카테리언’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2) 폴로 베지테리언(Pollo-vegetarian)
폴로(pollo)는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로 ‘닭고기’를 뜻합니다. 즉, 폴로 베지테리언(Pollo-vegetarian)은 채식에 닭고기와 칠면조 등 가금류를 허용한 방식이며, 우유와 계란 그리고 생선도 허용하기도 합니다. 줄여서 ‘폴로테리언(Pollotarian)’으로 부릅니다.
(3)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은 영어로 ‘유연한’ 또는 ‘융통성 있는’을 뜻하는 ‘플렉서블(flexible)’과 ‘채식주의자(vegetarian)’을 합쳐 만든 것으로, 이름 그대로 ‘융통성 있는 채식주의자 식단’입니다. 즉, 채식을 기본으로 하여 동물성 식품은 융통성 있게 추가하는 방식입니다.
베지테리언 식단의 건강 효과
채식 기반의 식단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플렉시테리안’ 식단의 일종인 ‘지중해식 식단’일 것입니다. 연구 결과는 채식 식단이 ‘나쁜’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염증을 줄이며, 면역계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건강을 돕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래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채식 식단의 잠재적인 건강상의 효과입니다.
- 심혈관 건강을 돕습니다.
-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 혈당 수치 개선을 돕습니다.
- 암 발병 위험도를 낮춥니다.
- 인지력 향상 등 정신 건강을 돕습니다.
- 건강한 체중 관리를 돕습니다.
- 면역계를 강화해 전반적인 건강을 돕습니다.
주의 사항
식단에 제한된 음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균형 있는 영양소 섭취는 더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면, 식물성 음식만 허용하는 ‘완전 채식 식단(비건, Vegan)’은 비타민B12, 칼슘, 비타민D, 철분, 오메가3 지방산, 단백질 등 몇몇 영양소 섭취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식단을 구성할 때 어떤 식품에 어떤 영양소가 들어 있는지 살피세요. 또한, 식단에 채소, 과일, 콩류, 통곡물, 견과류와 씨앗류, 올리브오일 등 가능한 한 다양한 음식을 넣고, 구성을 달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전문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 영양 보충제를 추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건강을 위해 선택한 다이어트가 건강에 해로우면 안 되니까요.
유리 구두
지금까지 알려진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무려 3만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는 이름 붙은 모든 다이어트 ‘방법’을 말하는 것인데, 음식의 종류에 따라 나누면 크게 ‘채식 기반 다이어트’와 ‘그렇지 않은 다이어트’로 나뉠 것입니다. 여기에서 넣고 빼는 개별 음식의 종류와 양을 조절해 3만 종의 다이어트 방법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마치, 빨강 노랑 파랑 세 가지 물감을 적절히 섞어 형형색색 다양한 색상을 만드는 것처럼요.
그중 ‘베지테리언 다이어트’는 건강에 좋고, 체중 감량에도 좋으며, ‘지속 가능한 지구’라는 ‘지구 건강, 환경 건강’에도 매우 좋은 삶의 방식입니다. 물론, 본인에게 맞아야 합니다. 제아무리 이쁜 ‘왕자의 유리 구두’라도 발에 맞아야 신을 수 있으니까요.
다행스러운 것은 ‘채식 식단’이라고 해서 ‘비건(Vegan)’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세미 베지테리언 식단을 보면 약간의 관심만 있어도 누구나 쉽게 따를 수 있는 식단이고,’ 영양학’ 측면에서도 비건보다 더 균형 잡히고 건강한 식단일 것입니다. 건강에 관심이 있고, 우리 다음 세대가 행복하게 살아야 할 ‘지속 가능한 지구’에 관심이 있다면, 플렉시테리언 식단으로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플렉시테리언 식단은 딱딱한 유리 구두가 아닌 ‘유연한 가죽 구두’입니다. 본인의 발에 맞춰 조금만 손을 봐도 신고 걷기에 큰 불편함이 없을 것이고, 십리쯤 걷고, 이십리쯤 걷고, 하루 이틀 사흘, 그렇게 걷다보면 그 어떤 구두와도 바꾸지 않을 아주 편한 구두가 될 것입니다. 그리 걷다보면 ‘건강’도 길동무 되어 함께 걷고, ‘가이아 지구’도 길동무 되어 함께 걸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
- British Heart Foundation: Keeping a vegetarian diet balanced
- Harvard Medical School: Becoming a vegetarian
- Heart & Stroke Foundation of Canada: Vegetarian diets
- Johns Hopkins Medicine: How to Maintain a Balanced Diet as a Vegetarian or Vegan
- Medline Plus: Vegetarian diet
- Missouri Medicine: A Look at Plant-Based Diets
- NHS: The vegetarian diet
- Forbes: The Vegetarian Diet: A Complete Gu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