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련 글에서 사포닌(Saponin)을 보셨다면 그게 무엇인지 궁금했을 것입니다. 어떤 글에서는 사포닌이 건강에 좋은 성분이라고 하고, 어떤 글에서는 영양소 섭취를 방해하는 성분이라고도 하니까요. 물론, 둘 다 맞습니다. 사포닌이 어떤 성분이기에 그럴까요?
오늘 알아볼 내용
사포닌(Saponin)이란?
사포닌(Saponin)은 여러 식물에 들어 있는 화합물로, 나무껍질 잎 줄기 뿌리 심지어 꽃에 이르기까지 식물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성분입니다. 사포닌(Saponin)이라는 이름은 이 물질을 ‘비누풀속(Saponaria)’ 식물에서 추출해 비누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비누’를 뜻하는 영어단어 ‘솝(soap)’도 여기에서 유래합니다. 참고로, 사포닌은 해삼 등 일부 해양생물에서도 발견됩니다.
사포닌의 건강상의 효능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 경험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말일 텐데,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보아도 어긋나지 않는 말인 듯합니다. 현대 과학 이전에 약은 자연에서 얻었는데, 그렇게 약으로 쓰인 물질은 다름 아닌 식물이 자기 생존을 위해 생성한 독성 물질이니까요. 맛이 쓰고 독이 있어야 벌레든 동물이든 덤비지 않을 테니까요. 식물은 자기를 보호하려고 만든 물질이지만, 우리는 그 성분을 섭취해 병원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합니다. 건강 관련 글에서 자주 보이는 ‘파이토케미컬’이 이것이고, 사포닌도 식물성 생리활성 물질(파이토케미컬)입니다.
근래 들어 사포닌에 관한 연구가 한창입니다. 인삼(홍삼) 사포닌 진세노사이드뿐만 아니라 콩 등 여러 식물에서 사포닌을 추출해 건강상의 효능을 연구합니다. 그 결과 사포닌은 우리가 인삼을 통해 알고 있는 것처럼 다양한 작용으로 건강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아래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포닌의 잠재적인 건강상의 효능입니다.
- 면역계 강화를 도울 수 있습니다.
- 노화 지연 효과가 있습니다.
- 당뇨병 증상 완화 및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안정을 도울 수 있습니다.
- 항염증 작용으로 만성적인 질병 증상 완화를 도울 수 있습니다.
- 피부 노화 지연 및 피부 건강을 도울 수 있습니다.
- 항종양 작용이 있습니다.
사포닌(Saponin)이 풍부한 식품
사포닌은 비누풀 외에도 다양한 식물에 들어 있는 성분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인삼은 물로 인삼과 마찬가지로 두릅나무과에 속한 두릅, 더덕, 도라지, 콩, 퀴노아, 시금치, 토마토 등 사포닌이 들어 있는 식물은 많습니다. 그중 사포닌의 원조 격인 ‘비누풀’과 사포닌 함량이 많은 식품을 소개 합니다.
1 비누풀 솝워트 사포닌
비누풀은 비누풀속(Saponaria)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원산지는 유라시아 지역이며 우리나라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시베리아와 북미지역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 있습니다. 영어명은 ‘솝워트(Soapwort)’인데, 풀어쓰면 우리말 이름처럼 ‘비누(Soap) 풀(wort)’입니다.
비누풀은 뿌리는 물론 잎과 줄기를 비비면 거품이 나올 정도로 계면활성제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서 천연 비누라 불릴 정도인데, 오래전에는 비누풀 뿌리와 잎을 물에 담가두었다가 흘러나온 즙을 물비누로 썼답니다. 바로 이 성분이 사포닌이고, 그래서 비누풀입니다. 전통적으로 비누와 세정제 외에도 기침과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 치료 약재로 사용했습니다. 채소로 이용한 것은 아닙니다.
2 인삼 사포닌 진세노사이드
인삼은 우리가 잘 아는 약재로, ‘고려인삼’은 우리 문화를 상징하는 문양에도 등장할 정도로 그 위상이 높습니다. 이름이 ‘고려인삼’인 것은 고려시부터 자연산 인삼(산삼)을 재배하기 시작해 널리 퍼졌기 때문입니다.
인삼(Panax ginseng)은 ‘두릅나무과(Araliaceae)’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원산지는 우리나라와 만주 및 연해주 지역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인삼을 ‘고려인삼’이라 부르는데, 이는 자연산 인삼(산삼)을 처음으로 재배하고 육성한 때가 고려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한방에서 인삼은 약성이 뛰어난 약재입니다. 그런 약성 성분 중 하나가 사포닌의 일종인 ‘진세노사이드’입니다. 참고로, 인삼의 속명 ‘파낙스(Panax)’는 ‘모든’을 뜻하는 그리스어 ‘판(Pan)’과 ‘약, 치료’를 뜻하는 ‘아옥스(axos)’에서 온 것으로, 모든 것을 다 치료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삼의 쓴맛이 바로 사포닌 진세노사이드로 인한 것입니다.
3 대두(검은콩) 사포닌 소야사포닌
우리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콩도 사포닌이 풍부한 식품 중 하나입니다. 두부나 콩국을 만들 때 콩을 물에 담가 불리거나 삶을 때 흰거품이 일어나는데, 이는 바로 사포닌 성분 때문입니다. 콩에 들어 있는 사포닌이어서 ‘소야사포닌(soyasaponin)이라 부릅니다. 콩류 특유의 텁텁한 맛이 사포닌에 의한 것입니다.
콩류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선정한 12가지 슈퍼푸드에도 들어 있는 ‘슈퍼 푸드’입니다. 특히 대두 검은콩에는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안토시아닌과 소야사포닌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4 두릅 사포닌
두릅나무(Aralia elata)는 인삼과 마찬가지로 ‘두릅나무과(Araliaceae)’에 속한 나무로,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지에 자생합니다. 봄철 새로 자란 어린싹을 ‘드룹’이라 부르는데, 향과 맛이 좋아 귀한 대접을 받는 나물입니다. 우리는 주로 나무의 새순만 나물을 먹지만, 뿌리와 나무껍질을 비롯해 줄기와 잎 모두 약재로 사용합니다. 전통적으로 당뇨병, 관절통, 요통, 신경계통 질병에 사용합니다.
인삼과 마찬가지로 두릅 역시 사포닌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두릅나물의 씁쓸한 맛이 바로 사포닌으로 인한 것인데, 약성도 두릅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트리테르페노이드 사포닌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방 약재 총목피는 바로 두릅나무 껍질을 말린 것입니다.
5 카사바 유카 사포닌
유카(Yuca)로도 부르는 카사바(Cassava)는 열대성 덩이뿌리식물로, 원산지는 브라질 파라과이 등 열대 지역입니다. 같은 덩이뿌리여서 멀리서 얼핏보면 고구마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고구마보다 길고 껍질도 거칠어 어떻게 보면 칡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버블티에 들어가는 쫄깃한 펄이 바로 카사바(유카)의 전분으로 만든 것입니다.
카사바(유카)는 열량에 비해 혈당지수가 낮고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도 많으며 글루텐도 들어 있지 않아 건강에 좋은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카사바(유카) 잎에 사포닌도 풍부하게 들어 있답니다. 열대성 작물이지만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재배합니다.
6 기장 사포닌
벼과에 속한 작물 기장은 신석기시대에도 재배한 유서 깊은 곡식으로, 쌀 보리 조 콩과 함께 ‘오곡’이라 불릴 정도로 널리 재배하던 작물입니다. 영어명은 ‘밀렛(Millet)’입니다. 밀과 쌀의 수확량이 늘면서 잊혀졌던 곡물인데, 웰빙붐과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유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수확량이 많아 저개발국가 작물로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건강팩이라 불릴 정도로 건강에 좋은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으니까요.
기장은 섬유질과 단백질 및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많습니다. 또한, 비타민B군의 비타민과 철분 마그네슘 등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게다가 기장은 ‘글루텐 프리(gluten-free)’ 곡물이며, 강력한 항산화제인 사포닌도 다량 들어 있는 곡물입니다. 글루텐 소화에 문제가 있어도 안심하고 드실 수 있습니다. 기장이 든 오곡밥도 좋고 잡곡밥도 좋을 것입니다.
7 시금치 사포닌
‘뽀빠이 시금치 효능’에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시금치는 여전히 건강에 좋은 ‘슈퍼 채소’입니다. 열량도 낮고, 섬유질은 풍부하며,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및 항산화제도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시금치는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비타민의 보고입니다. 시금치 100g에 들어 있는 비타민A의 양이 하루 권장 섭취량의 무려 180%나 되고, 비타민C는 47%, 비타민E는 14%가 들어 있고, 여성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엽산(B9)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49%가 들어 있습니다. 또한, 우리 몸에서 300가지가 넘는 대사 작용에 필요한 항산화제 마그네슘도 하루 권장 섭취량의 20%가 들어 있고, 루테인 제아잔틴 사포닌 등의 강력한 항산화제가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항산화 작용, 항영양소 작용
‘약과 독은 같다’ 했습니다. 적당량을 사용하면 약이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것이지요. 일차적으로 사포닌은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성한 독성물질입니다. 하지만 그런 독성물질 중 어떤 것은 우리 몸에서 약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항산화제가 바로 그런 물질입니다.
항산화 작용
독버섯의 맹독이나 사포닌 모두 식물이 자기 보호를 위해 만든 물질입니다. 초식 동물이 그런 물질이 든 식물을 먹으면 당연히 불편함을 초래합니다.
그 불편함은 독버섯의 맹독처럼 치명적일 수도 있고, 일시적인 소화 문제일 수도 있으며, 특정 영양소 흡수를 방해하는 작용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불편함 때문에 초식 동물은 그 식물을 외면하게 되고, 식물은 생존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런 물질이라고 해서 모든 동물에게 맹독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동물 저마다 소화 정도가 다르고, 적당한 양이라면 오히려 건강에 좋은 물질도 있습니다. 식물이 자기 보호를 위해 만든 물질이 우리 몸에서도 비슷한 작용으로 건강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그런 물질을 항산화제라고 부르는데, 사포닌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인삼이 맞지 않는다
식물이 자기 보호를 위해 생성한 물질은 초식 동물이 먹었을 때 불편함을 초래하게 되는데, 그 불편함은 독버섯의 맹독처럼 치명적일 수도 있고, 소화 불량 같은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영양소 흡수를 방해하는 물질을 ‘항영양소(antinutrient)’라 하는데, 사포닌도 그런 물질입니다.
인삼이 본인에게 맞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면 인삼에 들어 있는 사포닌인 진세노사이드 소화 문제일 수 있습니다. 날콩을 먹었을 때 일어나는 소화 관련 문제도 콩에 들어 있는 소야사포닌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몸에 사포닌 소화 효소가 많다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테니까요. 또한 우리는 경험에 의해 축적해 온 ‘음식 문화’가 있습니다. 콩을 예로 들면, 오랜 시간 물에 불리고 삶는 조리 방식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에 좋은 고단백질 식품으로 바꿨습니다.
주의 사항
건강에 문제가 없고 일반적인 방식에 따라 음식으로 섭취할 때는 대체로 안전하지만, 사포닌 소화에 문제가 있다면 구토 두통 설사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답니다. 특히, 일반적인 음식이 아닌 사포닌 추출물 제품이거나 기능성 식품이라면 주의해야 합니다.
이 자료는 의료상의 정보가 아닌 일반적인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참고 자료로 이용하시고, 질병이 있거나 약을 먹고 있거나 임신이나 알레르기 등 특별한 상황이 있다면 먼저 의료 전문인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참고 자료
- Int J Molecular Sciences: Perspectives on Saponins: Food Functionality and Applications
- Food Chemistry Advances: Saponins: A concise review on food related aspects, applications and health implications
- Springer Nature: Saponin Synthesis and Function
- Springer Nature: Plant food anti-nutritional factors and their reduction strategies: an over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