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식료품 코너에서 연한 핑크빛 알갱이가 가득 든 이쁘장한 유리병을 보면 손이 저절로 가곤 합니다. 여느 소금과는 다른 그 빛깔에 이끌려 장바구니에 넣고 검색 창을 열면 ‘히말라야 핑크 소금이 건강에 좋다’는 글들이 보입니다. ‘건강에 좋은 소금’이라니, 소금인데 그럴까?
히말라야 소금
히말라야 소금은 이름처럼 ‘히말라야’ 지역에서 나는 소금입니다. 우리는 소금이라 하면 바다를 생각하지만, 해발 8천 미터가 넘는 산들이 즐비한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도 소금이 납니다. 현재 그곳은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고산지대이지만 아주 오래전에는 바다였고, 지각 변동에 의해 지금과 같은 산맥이 형성된 것이니까요. 이런 곳에서는 바닷물을 염전에 가두고 햇볕과 바람에 수분을 증발시켜 은빛 모래 같은 소금을 얻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돌처럼 굳은 소금을 광석 캐듯 캐냅니다. 그래서 염전이 아니라 ‘소금 광산’이라 부르고, 그렇게 돌처럼 굳은 소금을 ‘암염’이라 부릅니다. 우리에게는 낯선 방식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채굴 방식이 더 흔한 방식이고, 노동집약적인 염전 방식으로 소금을 생산하는 지역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몇 곳 되지 않습니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은 영국 BBC에서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에 들 정도로 장관입니다.
핑크 소금
히말라야 소금은 핑크빛이 감돌아 대개 ‘히말라야 핑크 소금’이라 부릅니다. 이름은 핑크 소금이지만 미색에서 핑크까지 이어진 은은한 색이어서, 이쁜 유리병에 담아 식탁 한켠에 놓으면 그 자체로 보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커다란 소금 덩어리의 속을 파내고 그 안에 전구를 넣어 불을 켜면 은은한 호박색 빛이 방안 가득 퍼지는 ‘히말라야 핑크 솔트 램프’도 있습니다. 소금이 희지 않고 핑크빛이라니, 이래저래 신비한 소금입니다.
다양한 암염 색깔
사실 소금, 즉 ‘염화나트륨’은 ‘무색투명’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금도 무색투명합니다. 하지만 암염은 천일염이나 자염과 달리 대개 색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그 지역 토양에 있는 미네랄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즉, 히말라야 지역 암염에 핑크빛이 감도는 것은 그 암염을 품고 있던 그 지역 토양에 핑크빛을 내는 광물질이 들어 있고, 그 광물질이 암염에도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먹어야 하는 소금
‘소금’ 하면 바로 ‘건강의 적’으로 연결되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생명 유지를 위해서 반드시 소금을 섭취해야만 합니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은 체액의 0.9%에 불과하지만, 우리 몸의 항상성 유지와 신경전도 및 근육 수축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즉, 나트륨이 부족하면 우리 몸은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하게 합니다. 하지만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금처럼 귀해서 소금이라 불렀다지만 지금은 흔하디흔한 것이 소금이고, 그래서 부족보다는 과잉이 문제니까요.
부족이 아닌 과잉이 문제
우리 식단은 맵고 짜기로 유명합니다. 기본양념인 장이 그렇고, 김치가 그러며, 국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소금 부족이 아닌 과잉이 문제입니다. 지금은 많아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WHO 권고량의 수 배에 달하니까요. 그리고 이로 인해 고혈압 등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가 일어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건강에 좋은 소금’ 마케팅이 시작됩니다. 짠맛은 포기할 수 없으니 ‘건강에 좋은 소금’이 있다면 누구든지 그 소금을 선택할 테니까요.
건강에 좋은 히말라야 핑크 소금
히말라야 핑크 소금을 검색하면 이름처럼 ‘장미빛’ 내용이 가득합니다. 모두 ‘히말라야 핑크 소금이 건강에 좋다’는 내용이지요. 그리고 그 근거는 히말라야 핑크 소금에는 정제염과 달리 건강에 좋은 다양한 미네랄이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히말라야 핑크 소금에는 정제염에 없는 다양한 미네랄이 들어 있습니다. 사실 정제염은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제 과정에서 염화나트륨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성분이 제거됩니다.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은 ‘천일염이 정제염보다 좋다’는 근거도 바로 이것입니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에 가둬 햇볕과 바람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얻은 소금이어서 미네랄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요.
히말라야 핑크 소금이 건강에 좋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토양에 있는 미네랄이 소금에 그대로 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미네랄의 효과로 인해 다양한 건강상의 효능이 있답니다. 아래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히말라야 핑크 소금의 잠재적인 건강상의 효능입니다.
히말라야 핑크 소금의 건강상의 효능
- 호흡기 건강을 도울 수 있답니다.
- 피부 노화를 늦추는 작용이 있답니다.
- 숙면을 도울 수 있답니다.
- 혈당 조절을 도울 수 있답니다.
- 전해질 균형 유지를 도울 수 있답니다.
히말라야 핑크 소금의 특별한 성분
일반적인 정제염과 달리 히말라야 핑크 소금은 채취한 그대로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꽃소금처럼 식품 회사 고유의 공정을 거칩니다. 따라서 제품에 따라 성분 조성에 차이가 있습니다. 아래는 미국 농무부 식품 자료에 올려진 히말라야 핑크 소금의 성분표와 식용 소금의 성분표입니다.
히말라야 핑크 소금 100g에 들어 있는 주요 성분
- 열량: 0kcal
- 탄수화물: 0g
- 단백질: 0g
- 지방: 0g
- 섬유질: 0g
- 당분: 0g
- 칼슘: 70mg
- 칼륨: 640mg
- 마그네슘: 20mg
- 나트륨(소디움): 38,667mg
정제염 100g에 들어 있는 주요 성분
- 열량: 0kcal
- 탄수화물: 0g
- 단백질: 0g
- 지방: 0g
- 섬유질: 0g
- 당분: 0g
- 칼슘: 24mg
- 철: 0.33mg
- 칼륨: 8mg
- 마그네슘: 1mg
- 나트륨(소디움): 38,758mg
핑크빛 특별한 소금
위 성분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히말라야 핑크 소금에는 정제염보다 많은 양의 미네랄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이니 ‘히말라야 핑크 소금이 정제염보다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양입니다. 칼슘으로 예를 들면,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한 성인의 칼슘 하루 권장 섭취량은 700~800mg인데, 히말라야 핑크 소금 100g에 들어 있는 칼슘의 양은 70mg입니다. 하루 권장 섭취량의 약 10%에 해당하니, 건강에 좋다고 할만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소금 100g에 들어 있는 칼슘의 양입니다.
소금 하루 권장 섭취량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는 64세 이하 성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1,500mg 미만으로 권고하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하루 2,000mg 미만으로 권고합니다. 소금 100g에 들어 있는 나트륨(소디움)의 양이 약 38,758mg이므로, 2000mg은 소금 약 5g에 들어 있는 양입니다. 즉, 소금 하루 섭취량은 5g 미만이어야 합니다. 위 성분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나트륨(소디움) 함량은 핑크 소금이나 식용 소금이나 비슷합니다.
침소봉대 소탐대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나트륨 하루 권고량 2000mg 미만을 지키려면 하루 소금 섭취량이 5g 미만이어야 하는데, 핑크 소금 5g에 들어 있는 칼슘의 양은 3.5mg이고 이는 칼슘 하루 권장 섭취량의 0.5%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마그네슘 등 다른 성분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 효과는 기대할 수 없는 양입니다.
문제는 ‘히말라야 핑크 소금이 건강에 좋다’는 말이 나트륨(소디움)에 대한 경계심을 느슨하게 만들어 나트륨 과잉 섭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건강에 도움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극히 적은 양의 미네랄을 탐하다가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높일 수도 있으니까요.
호주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도 바로 이것을 지적합니다. ‘핑크 소금에는 영양소가 들어 있지만, 소금으로 섭취한 영양소로 건강 효과를 기대하려면 하루 소금 섭취량이 30g 이상이어야 하며, 이런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게토레이 효능
캐나다 맥길대학교 매거진은 게토레이로 ‘핑크 소금의 효능’을 설명합니다. ‘우리가 하루에 얼마나 적은 양의 소금을 먹는지 고려한다면, 소금에 들어 있는 영양 성분 차이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어떤 기사는 히말라야 소금이 전해질 균형을 돕는다고 말하는데, 이는 사실이지만, 정제염도 그런 작용을 하고 게토레이도 그런 작용을 합니다. 히말라야 소금이 혈압을 낮춘다는 주장은 현실과 정반대의 주장입니다. 소금 흡입이 특정 질환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소금의 건조 특성일 뿐이며 증거도 제한적입니다.’
나쁘지 않고 훨씬 이쁜 소금
그렇다고 히말라야 핑크 소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여느 소금처럼 소금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소금입니다. 그리고 소금이 꼭 음식으로만 쓰이는 것도 아닙니다. 이쁜 유리병에 담긴 핑크 소금과 무드등, 식탁 한 켠에 올려 놓아도 좋고,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아도 좋을 것입니다. 물론 먹는 것도 좋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캐나다 맥길대학교 매거진은 이렇게 글을 맺습니다.
‘히말라야 소금은 다른 소금보다 건강에 이로운 점이 더 많은 것이 아니며, 일반적으로 소금은 건강에 이롭기보다는 훨씬 더 큰 위험을 초래합니다. 하지만 히말라야 핑크 소금을 사용하세요. 천일염보다 나쁘지 않고 훨씬 더 이쁘거든요!’
참고 자료
- Foods: An Analysis of the Mineral Composition of Pink Salt Available in Australia
- Mayo Clinic: Is Himalayan sea salt a healthy alternative?
- McGill University: Is Himalayan Pink Salt Better For You?
- USDA: Food Data Central
- 국민건강보험: 숫자로 알아본 나트륨 섭취와 질병 관계
- 식약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