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 땅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심심할 때나 찾는 먹거리, 하찮은 것’ 정도의 뜻일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많은 사람이 ‘그 하찮은 것’을 찾습니다. 심심해서가 아니라 땅콩에 담긴 영양 성분과 효능이 알려졌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땅콩 이야기입니다.
땅콩은?
땅콩은 우리에게 익숙한 먹거리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도 상당히 오래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땅콩은 여전히 잘 알지 못하는 먹거리 중 하나입니다. 분류에서도 그렇고, 열매가 맺히는 과정에서도 그렇고, 영양 성분에서도 그렇습니다.
땅콩은 콩과에 속한 한해살이풀로, 학명은 에라키스 하이퍼지아(Arachis hypogaea)이며, 원산지는 남미 브라질 및 페루 일대입니다. 땅콩이 원산지인 남미를 벗어난 것은 대항해시대입니다. 남미 지역에 상륙한 유럽인들이 땅콩을 유럽과 아프리카로 전했고, 이어서 중국을 거쳐 18세기 말엽에 우리나라에 전해졌답니다. 미국에 땅콩을 전한 것은 유럽인이 아닌 아프리카 흑인 노예랍니다. 북미 지역에 노예로 팔려 오면서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 퍼뜨린 땅콩을 가져와 목화밭 귀퉁이에 심어 식량으로 삼았답니다.
콩류 또는 견과류
흔히 땅콩을 견과류라 합니다. 이것은 오답일 수도 있고, 정답일 수도 있습니다. 먼저 오답인 경우를 보면, 생물 과목 시험에서 땅콩의 분류학에 따른 위치를 묻는 문제에 견과류라고 답했다면 오답입니다. 땅콩은 생물 분류학에서 ‘콩과 땅콩속’에 속한 식물이니까요.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말할 때는 정답입니다.
견과류라는 용어는 딱딱한(견고한) 껍질 속에 열매(과)가 들어 있는 부류(류)를 가리키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용어니까요. 즉, 콩과라는 용어와 견과류라는 용어는 동일 선상에 있는 용어가 아닙니다. 견과류라는 이름은 생물 분류학에는 없는 명칭으로, 마치 오이를 채소인지 과일인지 묻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과일’은 식물학에서 정의된 용어지만 ‘채소’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견과류’라는 용어도 식물학에는 없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용어니까요. 즉, 땅콩은 분류학에 따라 콩류에 속하고, 견고한 껍질 속에 열매가 들어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견과류라 부릅니다. 이것은 땅콩의 영어명인 피넛(Peanut)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름 자체가 콩(pea)과 너트(nut)의 합성어입니다.
덩이뿌리 또는 덩이줄기
땅콩이라는 이름은 ‘땅속에서 나는 콩’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도 ‘피넛(Peanut)’이라는 이름 외에 ‘그라운드넛(Groundnut)’이라 부릅니다. 그러면 땅콩도 고구마처럼 뿌리가 굵어진 덩이뿌리일까요? 아니면 감자처럼 줄기가 굵어진 덩이줄기일까요?
땅콩은 덩이뿌리도 덩이줄기도 아닙니다. 땅콩이 열매를 맺는 방식은 우리가 흔히 보는 식물과 다릅니다. 땅콩도 콩과에 속한 다른 콩들처럼 꽃이 핍니다. 그런데 땅콩은 수정 후 꽃이 지면 긴 꽃대 아랫부분에 있는 씨방이 줄기처럼 자라는데, 위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땅을 향해 길게 자라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 거기서 여느 콩처럼 꼬투리가 있는 열매를 맺습니다. 신기하지요? 이런 식물을 ‘땅속결실식물’이라 하는데, 땅콩의 분류학에 따른 속명인 에라키스(Arachis)의 뜻이 바로 ‘땅속결실식물’을 뜻합니다.
땅콩의 용도
땅콩은 재배 역사가 긴 작물이지만, 미국에서 지금처럼 땅콩을 먹은 것은 20세기 들어서랍니다. 이전에는 주로 가축 사료로 쓰거나 흑인 노예들이 식량으로 삼았답니다. 미국에서 땅콩이 이렇게 대중적인 먹거리로 자리 잡은 것은 흑인 농학자인 조지 워싱턴 카버의 공로랍니다. 오랜 목화 재배로 미국 남부의 농지가 황폐해지자 땅을 비옥하게 하는 특성이 있는 콩과 식물인 땅콩을 심었고, 그렇게 생산한 땅콩으로 땅콩버터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땅콩을 대중적인 먹거리로 만들었답니다.
지금도 땅콩은 아몬드나 호두 같은 나무에서 나는 다른 견과류에 비해 여전히 저렴합니다. 하지만 영양 성분 함량도 ‘저렴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땅콩은 나무에서 나는 견과류와는 다른 콩과에 속한 작물이지만, 영양 성분은 값비싼 견과류에 못지않으며, 건강상의 효능도 뛰어나답니다.
땅콩의 영양 성분
땅콩의 영양 성분은 품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땅콩 100g에 들어 있는 성분은 대체로 아래와 같습니다.
열량이 높고,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
땅콩 100g에 들어 있는 열량은 567kcal이며, 단백질은 25.8g, 지방은 49.2g, 탄수화물은 16.1g 들어 있는데 이 중 8.5g이 섬유질이며 4.72g은 당분입니다. 단백질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체중에 따르지만, 위의 양은 대체로 하루 권장 섭취량의 절반에 해당하며, 섬유질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약 1/4에 해당합니다.
비타민 B군의 비타민과 비타민 E가 풍부
100g에 들어 있는 티아민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43%에 해당하며, 리보플라빈은 8%, 니아신은 60%, B6는 17%, 엽산은 60%가 들어 있고 판토텐산은 18%가 들어 있습니다. 또한, 비타민 E는 하루 권장 섭취량의 42%가 들어 있습니다.
미네랄이 풍부
100g에 들어 있는 칼륨의 양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9%에 해당하며, 철분은 25%, 마그네슘은 42%, 인은 38%, 칼륨은 20%, 나트륨은 1%에 해당합니다. 또한, 아연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22%, 구리는 57%, 망간은 97%에 해당하며, 강력한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셀레늄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10%에 해당합니다.
항산화 성분이 풍부
땅콩에는 올레산, 파라쿠마르산, 레스베라트롤 등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식물성 화합물이 다량 들어 있습니다. 항산화제는 우리 몸에서 활성 산소가 일으키는 세포 변질과 노화 그리고 다양한 질병에 대응하는 역할을 합니다. 100g에 들어 있는 항산화 능력 수치는 3,166입니다. 이 수치는 나무 견과류인 피스타치오나 호두 보다는 낮지만 캐슈넛보다는 높으며, 대부분의 과일과 채소보다도 높습니다.
땅콩 효능
2015년,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실린 땅콩에 관한 연구 자료가 있습니다. 이 연구 자료는 땅콩 섭취와 사망률의 연관성을 조사한 것으로, 40에서 79세의 성인 약 20만 6천 명이 참가한 대단위 연구입니다. 참가자들은 아프리카계 저소득층 미국인과,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는 중국인입니다.
5년 반에 걸친 추적 조사 결과 규칙적으로 땅콩을 섭취한 미국인 그룹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21%가 낮았으며, 6년 반에서 12년에 걸친 추적 조사 결과 규칙적으로 땅콩을 섭취한 중국인 그룹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중국인 그룹보다 17%가 낮았답니다. 불포화지방산, 섬유질, 비타민, 페놀 항산화 성분, 아르기닌과 다른 파이토케미컬(식물성 화합물)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너트류는 심혈관 질환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답니다.
아래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땅콩의 효능입니다.
- 콜레스테롤 안정을 도울 수 있습니다.
- 혈압 안정을 도울 수 있습니다.
- 심혈관 건강을 도울 수 있습니다.
- 인슐린 항상성을 개선해 당뇨병 예방을 도울 수 있습니다.
- 담석 예방을 도울 수 있습니다.
- 뇌 건강을 도울 수 있습니다.
- 암 발병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답니다.
- 변비 개선을 도울 수 있습니다.
- 체중 감량 다이어트를 도울 수 있습니다.
고르기, 보관법, 먹는 법
고르기
땅콩을 구입할 때는 포장된 제품이든 벌크로 파는 것이든 잘 살펴봐야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회전율이 빠른 상점에서 구입하는 것입니다.
껍질이 있는 땅콩은 무거운 것이 좋고, 흔들었을 때 덜컥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소리가 크면 너무 마른 것일 수 있습니다. 또한, 껍질이 갈라지거나 반점이 있거나 손상된 것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껍질을 벗긴 땅콩은 알이 고르고 색이 산뜻하며 찌든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합니다. 찌든 냄새가 나는 것은 산패한 것이므로 먹어서는 안 됩니다.
보관 방법
땅콩은 지방이 많아 생각보다 쉽게 산패합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구입하는 것보다 귀찮더라도 적은 양으로 자주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남은 것은 밀폐 용기에 담아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가능한 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고, 냉동시키면 상당히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습니다.
먹는 법
땅콩은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볶아서 스낵으로 먹어도 좋고, 잘게 분쇄하여 샐러드나 다른 요리에 넣어도 좋습니다. 건강을 위해 장기간 먹는 것이라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좋고, 당분을 첨가하지 않은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땅콩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1온스(약 28.5g)입니다.
부작용 및 주의 사항
땅콩은 대체로 안전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 우리나라는 미주 지역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땅콩 알레르기 반응은 응급을 요할 정도로 그 정도가 심합니다. 알레르기가 있다면 피해야 합니다.
- 적절한 방법으로 보관하지 않은 땅콩은 발암 물질인 아플라톡신을 발생시키는 균에 감염될 수 있습니다.
- 많은 양을 먹으면 소화와 관련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이 외에도 본인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자료는 의료상의 자료가 아닌 일반적인 정보입니다.
참고 자료로 이용하시고,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특별한 상황이 있거나, 약을 먹고 있다면, 땅콩 섭취 전에 의료 전문인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참고 자료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땅콩
- JAMA Network: Prospective Evaluation of the Association of Nut/Peanut Consumption With Total and Cause-Specific Mortality
- Oxford Academic: A randomized trial on the effects of flavorings on the health benefits of daily peanut consumption
- ScienceDirect: Chapter 103 – Health Benefits of Peanut (Arachis hypogaea L.) Seeds and Peanut Oil Consumption
-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Frequent nut consumption and decreased risk of cholecystectomy in wo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