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먹거리라면 무조건 좋은 줄 알았지만, 경제 발전과 함께 먹거리가 풍성해지면서 ‘골라 먹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특히 건강에 관심이 커지면서 맛보다도 건강에 좋고 나쁨이 먹거리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준이 문제입니다. 같은 먹거리를 두고 어떤 사람은 좋다 하고 어떤 사람은 나쁘다 하니까요.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로 시작된 사견이 인터넷을 타고 전해지고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이 수긍하는 공적 의견이 되기도 하는데, 그런 생각 중에는 ‘오해’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오해 중에 건강도 있고 식품도 있습니다. 마케팅이 끼어들기 좋은 자리니까요. 미국 휴스턴감리회병원은 그런 오해 중 5가지를 골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제목은 ‘영양사가 파헤친 영양 관련 5가지 오해(5 Nutrition Misconceptions Debunked by a Dietitian)’입니다. 그 다섯 가지 오해를 풀어봅시다.
참고로, 휴스턴감리회병원(Huston Methodist Hospital)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병원으로, U.S.News & World Report에서 선정한 ‘2024~2025 미국에서 가장 좋은 병원’ 20곳 중 하나입니다.
1 오해 1: 설탕은 건강에 해롭다.
첫 번째가 설탕입니다. 한때는 명절 선물로 주고받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지만, 지금은 ‘건강 5적’ 중 하나라고 불릴 정도로 ‘건강에 나쁘다’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휴스턴감리회병원 영양사는 그런 비판 모두가 정당한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과일이나 우유에도 많은 양의 설탕이 들어 있지만,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제 단백질 등 우리 몸에 유익한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그렇게 먹는 설탕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영양사의 조언
주의해야 할 설탕은 오로지 설탕뿐인 정제설탕, 꿀, 커피시럽 같은 것들이지만, 이런 설탕도 모두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당뇨병 등 건강에 문제없고 체중 조절에 문제가 없다면 괜찮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섭취량을 지켜야 하는데, 성인 남성은 하루 36g, 성인 여성은 하루 24g입니다. 문제는 설탕 그 자체가 아니라 섭취량입니다.
과도한 설탕 섭취는 우리 몸에 염증을 증가시키므로 삼가야 합니다. 설탕 섭취량을 챙기려면 첨가당에 주의해야 합니다. 커피에 무심코 넣은 설탕이 하루 섭취량을 훌쩍 넘을 수도 있으니까요. 350ml 탄산음료 1캔에 들어 있는 설탕의 양은 이미 39g입니다.
2 오해 2: 유기농은 비유기농보다 건강하다.
두 번째 흔한 오해는 유기농 먹거리가 비유기농 먹거리보다 건강에 좋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유기농’이라는 단어와 관련된 오해입니다. 유기농이라는 것은 생태적 균형을 증진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며 합성 화학 물질 사용을 줄이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인데, 여기에 건강과 직결되는 것은 없으니까요. 즉, 유기농 농법으로 생산한 먹거리에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이 더 많은 것은 아니며, 우리 몸은 독성 물질 처리 능력이 대단해서 건강에 문제없다면 일반적인 방식으로 생산한 먹거리에 들어 있는 화학 물질로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영양사의 조언
휴스턴감리회병원 영양사는 유기농 농산물이 더 건강하다는 오해는 마케팅의 산물이라고 지적합니다. 물론 지속 가능한 환경이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렇게 유기농을 강조하면 비싼 비용 때문에 지금도 부족한 과일과 채소 섭취량이 더 줄어들 염려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건강 때문이라면 식단에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넣어야 합니다. 그것이 유기농이든 아니든, 신선 채소든 냉동 채소든 걱정할 필요도 없답니다.
3 오해 3: 붉은 고기와 유제품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
수년 전까지만해도 음식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는 이것이 오해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 몸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매우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서, 음식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심장협회(AHA)에서는 더 이상 콜레스테롤 하루 섭취량을 제한하지도 않습니다.
영양사의 조언
신경 써야 할 것은 음식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과도한 설탕과 포화지방 그리고 전체 칼로리 섭취량’입니다. 많은 연구 결과는 체중이 증가함에 따라 콜레스테롤 수치도 함께 증가하고, 포화지방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니까요.
4 오해 4: 다이어트 프로그램 없이는 체중 감량이 불가능하다.
휴스턴감리회병원 체중감량 전문 영양사는 ‘어떤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선택하든지 과대광고는 사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왜냐하면 이들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장기적인 체중 관리를 도울 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따라 식단에서 탄수화물과 지방을 제거하면 체중을 줄일 수는 있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장기간 지속하기는 어렵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살이 찌게 되니까요.
영양사의 조언
병원 체중 감량 센터에 속한 영양사들이 진정으로 믿는 체중 감량과 건강한 체중 유지의 비결은 ‘절제’입니다. 식사 준비할 때 아래 사항을 확인하세요.
- 접시의 절반은 비전분 채소로 채우셨나요?
- 접시의 1/4은 살코기 단백질로 채우셨나요?
- 접시의 1/4은 전분이 많은 탄수화물로 채우셨나요?
간단하게 말해서, 한 끼 식사에서 절반은 비전분 채소여야 하고, 나머지 절반 중 절반은 단백질 식품으로 채워야 하며, 그 나머지는 전분 탄수화물로 채우라는 것입니다. 우리식으로 하면 밥이 전분 탄수화물에 해당하는데, 한 끼 식사에서 밥이 차지하는 비중이 1/4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5 오해 5: 식물성 우유는 일반 우유보다 건강하다.
요즘 두유, 귀리유, 아몬드유, 코코넛유 등 식물성 우유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이는 식물성 우유가 일반 우유보다 건강에 더 좋다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식물성 우유가 일반 우유보다 건강에 더 좋다는 인식이 있는데, 휴스턴감리회병원 영양사는 그것은 오해라고 지적합니다.
식물성 우유가 시장에 등장한 이유는 유당(락토스) 불내증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유당불내증은 우유에 들어 있는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우리나라 사람 약 75%가 여기에 해당한답니다. 우유를 마신 후 설사 등 소화 관련 문제가 있다면 유당 불내증일 수 있습니다. 식물성 우유는 이렇게 유당 불내증으로 인해 우유를 마실 수 없는 사람을 위해 만든 질감이 우유와 비슷한 음료로, 여기에는 유당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들 식물성 우유가 일반 우유보다 칼로리가 낮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칼로리가 낮다는 것이 건강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영양사의 조언
일반 우유의 큰 이점 중 하나는 단백질인데, 두유를 제외한 다른 식물성 우유에서는 그 이점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또한, 코코넛유는 식물성 식품임에도 불구하고 포화지방 함량이 너무 많다는 문제도 있고, 귀리유에는 탄수화물 함량이 너무 많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유당불내증이라든지 우유 특유의 맛이 싫다든지 그런 문제가 아니라면 굳이 식물성 우유를 찾을 일이 아닙니다. 우유는 식물성 우유가 대체할 수 없는 건강에 좋은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으니까요. 유당불내증이 있다면 유당을 걸러낸 ‘락토스프리 우유’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참고 자료
- Huston Methodist: 5 Nutrition Misconceptions Debunked by a Dietitian
- American Heart Association: Here’s the latest on dietary cholesterol and how it fits in with a healthy diet
- U.S.News & World Report: U.S. News Best Hospitals 2024-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