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라고 하면 전선이 떠오르고, 피해야 할 중금속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구리는 은 다음으로 전기 전도성이 높은 금속이고, 우리 몸에 축적되는 중금속입니다. 하지만 구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 중 하나로, 영양소 목록에도 들어 있습니다. 오늘은 구리가 우리 몸에서 구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얼마나 필요한지 그리고 구리 함량이 많은 음식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광물질 영양소 구리
광물질이라고 하면 토양에 섞여 있어서 광산에서 채굴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광물질이라고 해서 토양에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들어 있고, 심지어 칼륨 철 구리 등 일부 광물질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성분을 ‘무기질’ 또는 ‘미네랄(minerals)’이라 부르며, 40여 종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중금속 구리
‘무거운 금속’을 뜻하는 중금속(重金屬)이라는 이름은 크게 두 가지로 쓰이는데, 하나는 화학에서 사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건강과 관련해 사용하는 것입니다.
화학에서 금속을 경금속과 중금속으로 나누는 기준은 원자의 비중입니다. 이 기준에 따라 구리는 중금속에 속합니다. 이렇듯 원자의 비중에 따라 결정되기에 중금속 이름 그 자체에는 좋고 나쁨의 의미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즉, 중금속이라고 해서 모두 건강에 해로운 것도 아니고, 경금속이라고 해서 모두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건강과 관련해 사용할 때는 다릅니다.
우리가 ‘중금속’이라는 용어를 접하는 것은 대개 건강 관련 뉴스를 통해서일 것입니다.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가로수의 중금속 오염이라든지, 농약에 의한 중금속 오염이라든지, 그런 뉴스 말입니다. 이렇게 건강에 쓰일 때 중금속은 함께 쓰인 ‘오염’이라는 단어가 뜻하는 것처럼 ‘건강에 해로운 물질’이라는 의미가 강합니다.
[경금속 중독?]
화학 분류에서 알루미늄(AI)은 경금속입니다. 하지만 알루미늄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이 아니며, 우리 몸에 쌓여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건강 분야에서는 ‘중금속 알루미늄 중독’이라 말합니다.
반대로, 화학 분류 기준에서 구리는 중금속입니다. 하지만 구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 중 하나이기에 ‘중금속’이라 부르지 않고 ‘영양소(무기질)’라 부릅니다. 물론 구리 역시 우리 몸에 필요 이상으로 누적되면 독성을 일으키는데, 이때도 ‘중금속 중독’이라 하지 않고 ‘구리 과다증’이라 합니다.
미량영양소 무기질(미네랄) 구리
구리(Cu, copper )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 중 하나로, 성인의 몸에 약 50~120mg이 있습니다. 일부 비타민은 우리 몸에서 합성되기도 하지만 무기질은 우리 몸에서 합성되지 않아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데, 요구량이 ‘미량영양소’라 부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적은 양도 하루 필요량이 100mg 이상인 무기질은 ‘다량무기질’이라 부르고, 그보다 적은 양이 필요한 무기질은 ‘미량무기질’이라 부릅니다. 다량무기질의 단위는 ‘밀리그램(mg)’을 사용하며, ‘미량무기질’의 단위는 ‘마이크로그램(mcg)’을 사용합니다. 구리는 ‘미량무기질’에 속합니다.
구리의 건강상의 효과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 중 미네랄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4%입니다. 40여 종의 미네랄은 비타민과 마찬가지로 우리 몸을 구성하고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등 수많은 작용으로 건강을 돕습니다. 구리도 그런 미네랄 중 하나입니다. 아래는 구리의 건강상의 작용입니다.
- 에너지 생산을 돕습니다.
- 철분 흡수를 돕고 이용률을 높입니다.
- 적혈구 세포 생성을 돕습니다.
- 뼈 형성을 돕습니다.
- 결합 조직 건강을 돕습니다.
- 신경 전달물질 합성 및 활성화를 돕습니다.
- 항산화제로 작용해 활성산소를 중화시킬 수 있습니다.
구리는 우리 몸에서 수십 가지 효소의 조효소로 사용돼 대사 과정에 관여합니다. 하나의 원소가 서로 다른 대사 작용에 관여하기 때문에 양 조절이 필요합니다. 어떤 작용에는 구리가 많은 것이 좋다 해도, 그 많은 것이 다른 작용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구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상반된 결과를 보이기도 합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자료는 두 가지 상반된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데, 하나는 ‘심혈관 건강’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것입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구리 섭취량이 많으면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혈중 구리 농도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알츠하이머병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구리 섭취량이 많은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반대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혈중 구리 농도가 그 병이 없는 사람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구리는 결핍도 문제이고 과잉도 문제입니다.
구리 하루 권장 섭취량
아래는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서 제안한 구리의 하루 권장 섭취량입니다. 단, 영아는 ‘권장 섭취량’이 아닌 ‘충분 섭취량’입니다. 권장 섭취량은 대다수 사람의 필요량을 충족시키는 수준을 말하고, 충분 섭취량은 영양소 필요량을 정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가 부족한 경우 건강한 사람에게서 부족할 확률이 낮은 영양소 섭취량을 말합니다.
영유아
- 5개월 이하 영아: 240mcg
- 6개월~11개월 영아: 310mcg
- 1~2세 유아: 280mcg
- 3~5세 유아: 320mcg
남자
- 6~8세: 440mcg
- 9~11세: 580mcg
- 12~14세: 740mcg
- 15~18세: 840mcg
- 19세 이상: 800mcg
여자
- 6~8세: 440mcg
- 9~11세: 580mcg
- 12~14세: 740mcg
- 15~18세: 840mcg
- 19세 이상: 800mcg
- 임신부: +130mcg
- 수유부: +480mcg
구리 결핍 및 과다
무기질(미네랄)은 적어도 문제 많아도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은 ‘한국인 대상 보충 고갈 실험 결과가 보고된 바가 없어 미국과 캐나다의 자료를 활용하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구리 결핍
미국 국립보건원(NIH) 자료는 ‘미국에서 구리 결핍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상 식단에서 충분한 양의 구리를 섭취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셀리악병 환자, 희귀 유전 질환인 멘킨스병 환자, 고용량 아연 보충제를 섭취하는 사람에게서 결핍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답니다. 아연이 구리 흡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구리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결핍 징후입니다.
- 빈혈증
- 고콜레스테롤혈증
- 골다공증, 골절
- 감염 증가
- 피부 색소 손실
구리 과다
우리 몸은 사용하고 남은 구리를 효율적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에게서 구리 독성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희귀 유전 질환인 윌슨병 환자에게서 구리 과다로 인한 독성이 발견될 수 있으며, 드물지만 부식된 구리 소재 용기를 사용할 때도 과다로 인한 독성 문제도 보고되기도 했답니다. 아래는 구리가 너무 많을 때 나타나는 징후입니다.
- 복통,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 소화기 문제
- 간 손상
구리가 풍부한 음식
구리는 많은 음식에 들어 있는 영양소입니다. 물론 음식에 따라 구리의 함량이 다른데, 우리 몸은 구리를 능률적으로 흡수합니다. 음식에 구리 함량이 적으면 구리의 체내 흡수율이 증가하고, 구리 함량이 많으면 체내 흡수율이 감소합니다.
구리 함량이 많은 식품 10
구리 함량이 많은 음식에는 내장육, 조개류, 버섯류, 견과류, 씨앗류, 통곡물, 코코아 등이 있습니다. 아래는 해당 식품 100g에 들어 있는 구리 함량입니다.
- 팬에 구운 소간: 14,588mcg
- 말린 표고버섯: 5,200mcg
- 캐슈넛: 2,200mcg
- 다크 초콜릿(코코아 70~85%): 1,800mcg
- 태평양 굴: 1,600mcg
- 알래스카 킹크랩: 1,200mcg
- 검정콩 서리태(대두): 1,005mcg
- 병아리콩: 806mcg
- 통곡물 귀리: 630mcg
- 찰 기장: 616mcg
주의 사항
구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무기질(미네랄) 중 하나로, 날마다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입니다. 일반적인 방식에 따라 음식을 통해 섭취할 때는 안전하답니다. 하지만 고용량 섭취는 주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 따르면 성인의 구리 하루 ‘상한 섭취량’은 10,000mcg입니다. ‘상한 섭취량’은 ‘건강에 해로운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최대 영양소 섭취량’을 말합니다. 물론 이런 섭취량은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합니다. 따라서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이 상한 섭취량은 물론 권장 섭취량도 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 권고한 성인의 구리 하루 권장 섭취량은 800mcg이며, 우리나라 보건 당국이 참고한 미국과 캐나다 보건 당국에서 권고하는 미국인과 캐나다인의 구리 하루 권장 섭취량은 900mcg입니다.
이 자료는 의료상의 정보가 아닌 일반적인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참고 자료로 이용하시고, 건강상의 문제가 있거나, 약을 먹고 있거나, 특별한 상황이 있다면 먼저 의료 전문인의 적절한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참고 자료
- Harvard School Of Public Health: Copper
- Mount Sinai: Copper
- NIH: Copper
- USA TODAY: Fact check: Health benefits of drinking from copper cups needs more study
- 보건복지부: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
- 식약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