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은 재배 역사가 오랜 곡식 중 하나지만, 그 역사가 무색하게도 우리가 잘 모르는 곡식 중 하나입니다. 아마도 보릿고개를 기억하는 세대가 아니라면 기장이라는 이름도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기장을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기장이 어떤 곡식이기에 그럴까요? 기장의 특별한 성분과 건강상의 효능을 알아봅니다.
오늘 알아볼 내용
기장이란?
기장(Panicum miliaceum)은 ‘벼과’에 속한 한해살이 식물로, 신석기시대 유적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재배 역사가 상당한 곡식입니다. 원산지는 인도 지역으로 보기도 하고, 중국 화북 또는 만주 지역으로 보기도 합니다. 영어권에서는 기장을 ‘밀렛(millet)’이라 부릅니다.
오곡 – 다섯 가지 곡식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 문화권에서 곡식을 말할 때 ‘오곡(五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곤 합니다. ‘다섯 가지 주요 곡식’을 뜻하는데, 기장은 쌀 보리 조 콩과 함께 오곡이라 불리는 곡식입니다. 물론, ‘오곡(五穀)’이라는 단어가 문자적으로 ‘다섯 가지 곡식’만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곡백과 풍성한 한가위’라는 말에서 처럼 모든 곡식을 뜻하기도 합니다.
위기 대응 작물 기장
기장은 재배 역사가 오랜 곡물이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밀과 쌀에 밀려났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재배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원산지로 알려진 인도와 니제르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지역 저개발국가에서는 여전히 주요 작물로 재배되고 있으니까요. 죽(스튜)을 끓이기도 하고, 가루를 내 빵이나 스낵을 만들기도 합니다. 현재 기장의 최대 생산국은 인도이며 니제르가 그 뒤를 잇습니다.
2023년 세계 밀렛의 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던 기장이 근래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유엔에서는 2023년을 ‘세계 밀렛의 해’로 정하고 지켰습니다. 기장의 가치가 재평가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기장은 다른 작물에 비해 생육 기간이 짧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며 수확량도 많습니다. 게다가 단백질,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B군 등의 영양소와 섬유질과 항산화제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이 슈퍼푸드라 불리는 귀리와 비교할 정도로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유엔은 기장을 급변하는 기후 조건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 식량작물로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기장의 특별한 성분과 건강상의 효능
기장 100g에 들어 있는 대영양소 함량은 아래와 같습니다.
- 칼로리: 378kcal
- 단백질: 11g
- 탄수화물: 72.9g
- 지방: 4.2g
1 탄수화물
기장 100g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의 양은 72.9g이며, 이 중 8.5g이 섬유질입니다. 섬유질은 우리 몸에서 소화되지 않지만, 다양한 작용으로 건강을 돕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여성의 섬유질 하루 충분 섭취량은 20g이며, 성인 남성의 하루 충분 섭취량은 30g입니다.
2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
기장 100g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양은 11g으로, 성인의 하루 권장 섭취량의 약 20%에 해당합니다. 단백질 함량이 보여주는 것처럼 기장에는 히스티딘 등 9종의 필수아미노산과 그 외 여러 비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필수 아미노산은 우리 몸에 필요하지만 우리 몸에서 합성하지 못하므로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아미노산입니다.
3 지방
기장 100g에 들어 있는 지방의 양은 4.2g이며, 이 중 대부분이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며, 포화지방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4 미네랄
기장에는 철분, 칼륨, 마그네슘, 인, 아연, 구리, 망간, 셀레늄 등 우리 몸에 필요한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기장 100g에 들어 있는 철분의 양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17%에 해당하며, 마그네슘은 27%, 아연은 15%, 구리는 83%, 망간은 71%, 셀레늄은 5%가 들어 있습니다. 마그네슘과 셀레늄은 우리 몸에서 강력한 항산화제로 작용한답니다.
5 비타민
기장에는 비타민B군의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기장 100g에 들어 있는 비타민B1(티아민)의 양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35%에 해당하고, 비타민B2(리보플라빈)는 22%, 비타민B3(니아신)는 30%, 비타민B5(판토텐산)는 17%, 비타민B6는 23%가 들어 있습니다. 또한, 여성들의 비타민이라 부르는 비타민B9(엽산)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21%가 들어 있습니다.
6 글루텐 프리
기장은 귀리와 마찬가지로 글루텐 프리 곡물입니다.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은 반죽에 점성과 탄력성을 더해 부드러운 빵과 쫄깃한 국수를 만들 수 있지만, 소화에 문제가 있다면 피해야 합니다. 기장에는 글루텐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기장의 건강상의 효능
기장은 다른 통곡물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건강상의 이점이 있습니다. 섬유질과 단백질 그리고 다양한 미네랄과 비타민B군의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 있으니까요. 아래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통곡물 기장의 잠재적인 건강상의 효능입니다.
-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습니다.
- 혈전 생성을 막아 뇌졸중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 혈당 수치를 낮출 수 있습니다.
- 유방암과 대장암 등 일부 암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 프리바이오틱스로 작용해 장 건강을 도울 수 있습니다.
- 변비 완화 및 개선 효과가 있습니다.
성분 함량에서 본 것처럼 기장에는 철분, 마그네슘, 아연, 셀레늄, 망간 등의 미네랄과 비타민B군의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철분은 혈액 생성에 필요하며, 마그네슘은 우리 몸에서 300가지가 넘는 작용으로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킵니다. 아연 셀레늄 망간 등의 미네랄은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해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엽산은 적혈구 생산을 돕고 선천적 결손증을 예방하며 정신 건강을 돕습니다. 모두 기장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성분입니다.
기장과 조
곡물 중에 기장과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조인데, 얼핏 보면 기장인지 조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하나씩 별도로 놓고 보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색도 비슷하고 모양도 비슷하니까요. 하지만 둘을 함께 놓고 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큰 것이 기장
무엇인가 매우 작은 것을 말할 때 ‘좁쌀만하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렇듯 조는 곡물 중에서 가장 작은 곡물로 통합니다. 둘은 색도 모양도 비슷하지만, 알갱이 크기가 다릅니다. 둘 중 알갱이가 작은 것이 조이고, 큰 것이 기장입니다.
물론, 식물 분류에 따른 차이는 명확합니다. 둘 다 ‘벼과’에 속하지만, 조는 ‘강아지풀속’에 속하고, 기장은 ‘기장속’에 속한 식물입니다. 이삭을 보면 조 이삭은 강아지풀을 닮았고, 기장은 벼 이삭을 닮아서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밀렛
영어권에서는 기장을 밀렛(millet)이라 부르지만, 밀렛(millet)이 기장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도 밀렛으로 부르고 수수도 밀렛으로 부르니까요. 다시 말해서 영어권에서 밀렛이라는 이름은 알갱이가 작은 곡물을 부를 때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구분하면, 기장은 ‘프로소 밀렛(proso millet)’ 또는 ‘커먼 밀렛(common millet)’이라 부르고, 조는 ‘폭스테일 밀렛(foxtail millet)’이라 부르며, 수수는 ‘소검 밀렛(sorghum millet)’이라 부릅니다. 재미 있는 것은, 우리는 조 이삭을 강아지꼬리(강아지풀)처럼 생겼다고 하는데, 영어권에서는 여우꼬리처럼 생겼다고 한다는 것입니다.
기장 요리
- 기장밥: 기장 요리 중에서 가장 익숙한 것은 기장밥일 것입니다. 기장만으로 기장밥을 지어도 좋고, 쌀에 기장을 섞어 잡곡밥을 지어도 좋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식감이 좋지 않아 피했던 음식이지만, 이제는 건강을 챙기며 별미로 먹어도 좋을 것입니다. 기장밥을 지을 때는 쌀과 달리 물에 담가 미리 불려야 합니다.
- 오트밀 대용: 오트밀 요리를 즐긴다면 오트밀 대신 기장을 넣어도 좋습니다. 시리얼, 쿠키, 머핀, 샐러드 등 오트밀 대신 넣어보세요.
- 수프를 걸쭉하게 만들 때 밀가루 대신 사용해도 좋습니다.
주의 사항
기장은 인류가 오랜 세월 먹어온 곡물로 대체로 안전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본인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기장에는 섬유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소화와 관련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평소 섬유질 섭취량이 적었다면 섭취량을 조금씩 늘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 자료는 의료상의 정보가 아닌 일반적인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참고 자료로 이용하시고, 본인에게 특별한 상황이 있거나, 약을 먹고 있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먼저 의료 전문인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참고 자료
- AHA: Whole Grains, Refined Grains, and Dietary Fiber
- FAO: International Year of Millets 2023
- Journal of Food Biochemistry: Nutritional and functional roles of millets-A review
- Whole Grains Council: Health Benefits Of Mill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