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먹거리가 참 다양해졌습니다. 식단의 서구화로 인해 빵과 육류 소비량은 늘고 그 귀하던 쌀은 남아도는 실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변화는 빵과 육류에서 머물지 않고 ‘건강에 좋은 음식’ 찾기로 이어져, 우리에게 다소 낯선 다양한 먹거리가 소개되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바로 ‘고대 곡물’입니다. 오늘은 건강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는 5가지 슈퍼푸드 고대 곡물을 알아봅니다.

고대 곡물

‘고대 곡물’은 뚜렷하게 정의된 용어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아주 오래 전 고대 시대부터 식량자원으로 재배해 온 작물을 말합니다. 물론 고대 곡물이라고 해서 공룡처럼 화석이 된 곡물이 아니라, 현대에도 재배하는 곡물입니다. 그런데 굳이 ‘고대 곡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런 곡물은 현대 곡물의 대표 격인 쌀과 밀처럼 과도한 개량 과정을 거치지 않아 수천 년 전 당시의 원형이 보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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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곡물의 특징

개량 과정을 거치지 않은 고대 곡물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거칠다’는 단어가 적절할 것입니다. 개량은 우리가 먹기 좋고 맛 좋고 생산량이 많은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먹기 좋고 맛 좋은’ 방식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거친 것은 부드럽게 되었고, 맛없는 것은 맛있는 것’으로 변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이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즉, 고대 곡물의 특징은 우리 몸에 필요한 섬유질과 영양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고대 곡물 vs. 통곡물

블로그 글 중에는 고대 곡물과 통곡물을 혼용한 글도 있습니다. 하지만 둘은 다릅니다. ‘고대 곡물’은 고대 시대부터 재배해 온 곡물을 말하고, 통곡물은 겉껍질만 벗기고 도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곡물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같은 고대 곡물이어도 통곡물일 수도 있고 통곡물이 아닐 수도 있으며, 같은 현대 곡물이어도 통곡물일 수도 있고 통곡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즉, 대표적인 ‘현대 곡물’인 쌀과 밀로 예를 들면, 겉껍질만 벗기고 속 껍질은 그대로 둔 ‘현미’와 ‘통밀’은 ‘통곡물’입니다. 통곡물 역시 건강에 좋은 선택입니다. 통곡물에 관해서는 통곡물이 건강에 좋은 5가지 이유 글을 참고하세요.

건강에 좋은 5가지 고대 곡물

고대 곡물 중에는 우리가 쉽게 먹을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아래는 쉽게 구할 수 있고, 건강에 좋기로 소문난 고대 곡물입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쌀을 대체할 다른 곡물을 찾는다면 아래 다섯 가지 곡물을 고려해 봐도 좋을 것입니다.

아마란스(Amaranth)

아마란스(Amaranth)는 비름과에 속한 한두해살이 식물로, 7천년 전 중남미 지역 원주민들이 재배했습니다. 좁쌀처럼 작고 둥근 씨앗을 통곡물로 이용하기도 하고, 가루 내 이용하기도 하며, 팝콘처럼 튀겨서 그래놀라에 넣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가 비름잎을 나물로 이용하는 것처럼, 아마란스 어린잎은 채소로 이용하기도 하고, 말리거나 덖어서 차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영양성분 특징]
아마란스 100g당 열량은 371kcal로, 백미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영양성분 조성이 다르고, 그 차이 때문에 아마란스를 ‘건강에 좋은 곡물’이라 부릅니다. 아마란스의 탄수화물 함량은 66%이며, 단백질은 14%, 지방은 7%입니다. 참고로, 백미는 약 80%가 탄수화물이며, 지방은 1% 정도로 매우 적고, 단백질도 7% 정도입니다. 또한, 아마란스의 섬유질 함량은 약 7g으로, 백미(1.8g)의 약 3배에 해당합니다. 게다가 아마란스에는 백미에는 거의 들어 있지 않은 비타민C가 하루 권장 섭취량의 약 7% 정도 들어 있습니다.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자세한 것은 아마란스 글을 참고하세요.

퀴노아(Quinoa)

퀴노아(Quinoa) 역시 고대 중남미 지역 원주민들이 이용하던 비름과(명아주아과)에 속한 한해살이 식물입니다. 이름의 뜻이 ‘곡물의 어머니’인 퀴노아(Quinoa)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 식물로 연구하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 UN)에서 2013년을 ‘퀴노아의 해’로 지정하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또한, 하버드대학교에서 선정한 12가지 슈퍼퓨드에도 들어 있을 정도로 건강상의 효능이 널리 알려진 고대 곡물입니다. 모양과 크기는 좁쌀과 비슷하며, 누런색도 있고 검은색도 있습니다. 살짝 익혀 채소와 함께 샐러드로 만들면 좋습니다.

[영양성분 특징]
퀴노아도 아마란스처럼 단백질과 섬유질이 쌀보다 두 배 이상 많으며, 망간 마그네슘 구리 등 우리 몸에 좋은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특히 퀴노아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대부분의 식물성 단백질과는 달리 우리 몸이 스스로 합성하지 못해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9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들어 있는 ‘완전 단백질’입니다. 게다가 퀴노아에는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퀘르세틴과 캠페롤 등의 플라보노이드도 들어 있어서 다양한 작용으로 건강을 도울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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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씨드(Chia seeds)

치아씨드(Chia seeds)는 꿀풀과에 속한 한해살이풀로, 5천년 전 그곳에 살았던 고대 원주민들이 그 씨앗(seeds)을 주식으로 삼았던 작물입니다. 참고로, 치아(Chia)라는 이름은 고대 마야어로 ‘힘(기운)’을 뜻합니다. 먹으면 힘이 났기 때문이겠지요. 치아씨드의 크기는 조처럼 작고 모양은 타원형입니다.

[영양성분 특징]
치아씨드 100g당 열량은 백미보다 100kcal 정도 더 많은 486kcal입니다. 하지만 탄수화물 함량이 백미보다 훨씬 적고, 섬유질과 단백질 그리고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많습니다. 100g에 들어 있는 섬유질은 쌀의 거의 절반인 42g에 불과한데 그것도 거의 대부분(34.4g)이 섬유질이어서 전분 함량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단백질 함량은 16.5g으로 매우 많으며, 지방 함량도 30.7g으로 매우 많지만 그중 26g이 오메가3 지방산 등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입니다. 또한, 치아씨드는 칼슘 마그네슘 인 등의 미네랄과 항산화제가 풍부하기로 유명합니다.

호라산밀(Khorasan wheat), 카무트(Kamut)

호라산밀(Khorasan wheat) / 카무트(Kamut)는 고대 중동 메소포타미아 지역 또는 고대 이집트 지역의 곡물입니다. 원산지라 추정되는 메소포타미아 호라산 지역명을 따라 ‘호라산밀(Khorasan wheat)’로도 부르고, 미국 곡물회사가 등록한 상표명에 따라 ‘카무트(Kamut)’로도 부릅니다.

[영양성분 특징]
아마란스와 퀴노아는 비름과에 속한 작물이지만, 호라산밀(카무트)는 벼과에 속한 작물입니다. 곡물의 모양은 밀과 비슷하며 크기는 밀의 세 배 쯤 됩니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이 약 15g이며, 섬유질도 9g이 넘습니다. 푹 삶아 오트밀처럼 먹어도 좋고, 수프나 샐러드에 넣어도 좋습니다. 참고로, 호라산밀은 아마란스나 퀴노아와 달리 밀의 일종이므로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이 들어 있습니다. 글루텐 관련 문제가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장(Millet)

기장(Millet)은 ‘벼과’에 속한 한해살이 식물로, 한때 우리에게도 익숙했던 작물입니다. 선사 시대에도 아프리카와 아시아 여러 곳에서 재배했던 기장은 우리나라에서도 구황작물로 재배했었을 뿐만 아니라, ‘오곡’ 중 하나에 들었으니까요. 조와 비슷해 기장만 놓고 보면 조인지 기장인지 구별이 쉽지 않지만, 함께 놓고 보면 조보다 기장이 훨씬 커 쉽게 구별됩니다.

[영양성분 특징]
기장 100g당 열량은 백미와 비슷한 378kcal이지만, 백미보다 섬유질과 단백질 그리고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많습니다. 비타민B군과 철분 마그네슘 셀레늄 등 다양한 미네랄이 들어 있으며,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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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곡물

한때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문구와 함께 ‘신토불이’ 마케팅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농산물 수입 개방에 직면한 상황에서 우리 농촌을 보호하려는 운동이었습니다. 그런 시대를 거쳐 현재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쯤에서 돌아보면, 우리 것이라고 해서 마냥 좋은 것이 아니며, 그게 무엇이든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건강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건강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먹거리 중에서 본인의 상황에 맞는 먹거리가 가장 좋은 먹거리일 것입니다. 위의 5가지 고대 곡물 중에 그런 곡물이 있다면 주식으로 삼아도 좋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