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 베리가 참 많아졌습니다. 십여 년 전, 그러니까 2천년대 초엽에 블루베리가 등장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 하나 둘 늘어나 이제는 그 수를 세는 데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랍니다. 모두 다 건강에 좋은 ‘슈퍼 푸드’라는 이름을 달고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다들 항산화 성분을 말합니다.

맞습니다. 베리류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합니다. 대부분의 베리가 그렇습니다. 적게 들어 있는 베리도 여느 과일보다 많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베리는 ‘항산화 성분의 보고’입니다. 그 베리들을 모았습니다. 커다란 접시에 한 줌씩 모아 놓고, ‘모둠 베리’ 파티를 해 볼까요?

항산화 성분이 많은 베리

링곤베리

링곤베리
링곤베리는 주로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에서 나는 베리로, 북미의 크랜베리와 비슷합니다. 색도 비슷하고, 맛도 비슷하고, 먹는 법도 비슷합니다. 그만큼 둘은 닮았습니다. 아직 낯선 분들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요즘 많은 이들이 찾는 베리 중의 하나입니다. 바로 항산화 성분 때문이지요.

링곤베리는 항산화 성분 스코어가 공개된 베리 중에서 생과일로는 단연 윗자리를 차지합니다. ORAC 스코어는 20,300입니다. 상당히 높지요? 물론 음식의 효능이 이 스코어에 모두 들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음식에는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고, 그 작용 또한 다양하니까요. 하지만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어서 스코어를 올렸습니다. 또한, 이 베리는 섬유질 함량이 풍부해요. 100g에 3.7g이 섬유질입니다. 섬유질은 소화뿐만 아니라 혈압과 콜레스테롤 등 다양한 작용으로 건강을 돕습니다.

크랜베리

크랜베리
링곤베리를 소개했으니 크랜베리도 해야겠어요. 둘이 닮았다고 했으니까요. 크랜베리는 주로 북미에서 나는 베리로, 이 베리로 만든 소스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칠면조와 함께 대표적인 추수감사절 음식입니다. 칠면조 요리에 곁들여 나오는 바로 그 붉은색 소스입니다. 이 베리 역시 항산화 성분이 많이 들어 있고, 섬유질과 비타민C의 함량도 풍부합니다.

크랜베리는 링곤베리보다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건포도처럼 말린 크랜베리는 여성들이 좋아하는 주전부리이기도 하지요. 건강상의 효능이 다양한 베리입니다. 자세한 것은 여기에서 확인하세요.

블루베리

블루베리
우리에게 일찌감치 소개된 베리입니다. 한때 매우 귀한 슈퍼 푸드 중의 슈퍼 푸드였습니다. 가격도 그랬습니다. 매우 비싼 과일 중 하나였지요. 하지만 국내에서도 재배하는 요즘은 가격도 많이 내렸고,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입니다. 블루베리 이후 많은 베리가 ‘슈퍼 푸드’ 이름을 달고 등장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블루베리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블루베리는 여전히 블루베리니까요.

블루베리 100g의 열량은 57kcal이고, 섬유질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10%가 들어 있습니다.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이 많습니다. 100g에 비타민C는 하루 권장 섭취량의 16%가 들어 있고, 비타민K는 24%나 들어 있습니다. 미네랄 중 망간의 함량이 풍부합니다. 100g에 하루 권장 섭취량의 17%가 들어 있습니다.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 등 다양한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비타민C, E, A, 그리고 망간도 항산화제로 작용합니다.

빌베리

빌베리
빌베리라는 이름은 낯선 이들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이 베리를 보면 ‘아, 이거 나도 먹어봤어!’ 하실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양도 색도 블루베리와 비슷하니까요. 웬만해서는 구별하기 힘들 것입니다. 얼마나 비슷한지 북미에서도 빌베리를 ‘야생 블루베리’라 부르기도 하고 ‘유러피안 블루베리’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베리는 링곤베리와 마찬가지로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에서 나는 베리입니다.

이 베리 역시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합니다. 다양한 효능이 보고된 성분이지요. 신선한 과일로는 구하기 쉽지 않겠지만, 말린 것과 분말은 구할 수 있습니다.

아로니아 (초크베리)

아로니아

원산지가 북미인 이 베리는 초크베리라는 이름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아로니아‘로 더 잘 알려졌습니다. 초크베리라는 이름은 이 열매의 맛에서 온 것입니다. 맛이 입을 일그러트릴 정도로 시고 떫으니까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 등 플라보노이드와 카로티노이드 등 다양한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ORAC 스코어가 공개된 베리 중에서 윗자리에 있습니다. ORAC 스코어는 16,062입니다.

아로니아는 요즘 많은 이들이 찾는 베리 중 하나일 거예요. 주로 항산화 성분 때문일 것입니다. 항암 작용과 심혈관 질환 예방은 물론 체중 감량과 피부 미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니까요.

엘더베리

엘더베리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베리 목록에 엘더베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상당히 많은 양이 들어 있으니까요. 이 베리는 겨울철이면 인터넷 육아 카페에서 인기 있는 품목 중 하나지요. 원산지인 유럽에서 오래전부터 감기에 약재로 써왔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약을 먹기 싫어하니 이것으로 대신하려는 것이지요.

섬유질 함량이 풍부합니다. 100g에 하루 권장 섭취량의 28%나 들어 있습니다. 이것만 풍부한 것이 아닙니다. 비타민C는 무려 60%나 들어 있고, 비타민A도 12%나 들어 있으며, 비타민B군 함량도 풍부합니다. 물론 각종 미네랄도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비타민C와 A는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성분입니다. 이뿐 아니라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도 풍부합니다. 항암 작용과 소염 작용에서 감기와 피부 미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효능이 있답니다.

블랙 라즈베리 (복분자)

복분자
라즈베리는 우리가 산딸기라 부르는 그것입니다. 유럽과 아시아 북미 등 세계 각지에 널리 퍼져 있는 베리로, 200종이 넘는답니다. 우리는 산딸기를 모양이나 특성에 따라 여러가지 이름으로 부르지요. 멍석딸기도 있고, 줄딸기도 있어요. 그리고 복분자도 있지요. 영어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라즈베리를 열매 색에 따라 다양하게 부릅니다. 그리고 그중에 블랙 라즈베리가 있습니다. ‘검은 산딸기’입니다. 우리 산딸기 중에 복분자가 여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이 베리는 색상이 보여주듯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같은 라즈베리 중에서도 항산화 성분이 가장 많습니다. 빨간색 산딸기인 레드 라즈베리와 비교하면 거의 네 배입니다. 또한, 섬유질 함량도 풍부합니다. 항암과 소염 작용 외에도 다양한 효능이 있습니다. 자양강장 효과도 있고, 여성 건강에도 좋답니다.

블랙커런트

블랙 커런트
요즘 많은 분이 찾는 베리 중에 블랙커런트가 있습니다. 원산지가 북유럽과 북아시아 지역인 이 베리는 오래전부터 감기와 같은 질병에 써 왔답니다.

이름에 ‘블랙’이 있습니다. 색상이 보여주듯,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합니다. 놀라운 것은 비타민C의 함량입니다. 100g에 하루 권장 섭취량의 무려 302%가 들어 있답니다. 비타민C 역시 항산화제로 작용합니다. 302%라니 너무 많은 것 아닌가 걱정하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권장 섭취량은 최대치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비타민C는 수용성 비타민입니다. 우리 몸이 쓰고 남은 것은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이런 성분이 다양한 작용으로 우리 몸의 건강을 돕습니다.

멀베리 (오디)

멀베리
오디는 뽕나무 열매입니다. 영어권에서는 ‘멀베리’라 부릅니다. 요즘은 그렇지 않겠지만, 뽕나무는 오래전에는 흔하던 나무입니다. 필요했으니까요. 오디 (멀베리)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누에의 먹이인 뽕잎이 필요했습니다. 북미에서도 자주 보입니다. 근처 공원에 이 나무가 있어서, 까맣게 익은 열매를 따 먹어보니 어렸을 때 먹었던 그 맛 그대로입니다.

까맣게 익은 멀베리(오디) 역시 안토시아닌이 풍부합니다. 이 성분은 잘 익은 것에 더 많습니다. 흰색보다는 자주색, 자주색보다는 검은색 열매에 많습니다. 식물의 색소니까요. 오디 (멀베리)는 한의학에서도 약재로 써온 건강에 좋은 베리입니다.

씨벅톤 (비타민나무)

씨벅톤
씨벅톤의 우리나라 이름은 ‘산자나무’이지만, 흔히 ‘비타민나무’라 부릅니다. 그 이유는 비타민 함량이 많기 때문이지요. 이와 비슷하게 씨벅톤의 학명도 ‘말을 빛나게 하는 나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비실거리던 말을 건강한 말로 바꾸는 나무라는 것이지요.

이름에 걸맞게 비타민 함량이 풍부합니다. 품종에 따라 편차가 있으나, 100g에 비타민C는 적어도 하루 권장 섭취량의 7배가 들어 있습니다. 비타민C는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합니다. 또한, 씨벅톤에는 플라보노이드 항산화 성분과 아미노산도 풍부합니다. 거칠고 병약한 말을 윤기 있고 건강한 말로 바꾸는 나무랍니다. 비타민이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랍니다.

구기자 (고지베리)

구기자

고지베리는 우리가 한약재로 쓰는 구기자입니다. ‘울프베리’로 부르기도 합니다. 위의 열 가지 베리는 신선한 그대로 먹지만, 구기자는 대개 말린 것을 씁니다. ORAC 스코어 역시 말린 고지베리의 스코어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 목록의 뒷자리에 놓았습니다.

말린 고지베리 (구기자)에는 단백질과 섬유질 그리고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또한, 다른 과일과는 달리 아미노산 함량이 풍부하고, 다양한 항산화 성분도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한약재로 써온 역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다양한 효능이 있습니다.

아사이베리

아사이베리
아사이베리는 브리질 아마존강 일대에 퍼져 있는 열매로, 쉽게 산패되기 때문에 생과일을 구하기는 쉽지 않고, 주로 주스나 파우더 형태입니다. 이 베리의 항산화 성분 수치가 상당합니다. 무려 102,700입니다. 링곤베리보다 약 다섯배나 많고, 아로니아보다 약 여섯배나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광고에서 이 숫자를 내세워 다른 베리와 비교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스코어는 생과일로 측정한 것이 아니라 파우더로 측정한 것입니다. 생과일에는 수분 함량이 많지만, 파우더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생블루베리 100g 중 수분이 84.2g이고, 생크랜베리 100g 중 수분이 87.3g입니다. 생과일과 파우더를 같은 양으로 측정한다면 큰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참고로, 포도씨 추출물의 ORAC 스코어는 108,130이고, 차가버섯 추출물은 146,700이며, 말린 로즈마리 잎은 160,820입니다. 아사이베리 파우더의 ORAC 스코어를 어느 생과일의 스코어와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거지요.

물론 아사이베리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에 좋은 슈퍼 푸드입니다. 섬유질, 지방산, 아미노산, 비타민A, 다양한 항산화 성분 등 건강에 좋은 성분이 듬뿍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ORAC 스코어가 생과일이 아니어서 목록의 뒷자리에 놓았습니다. 각종 성인병은 물론 피부 미용에 이르기까지 효능이 많습니다.

정리

커다란 접시여도 좋고, 구절판이어도 좋아요. 위의 베리들을 한 접시에 모아 놓고 ‘따로 또 같이’ 먹는다면 어떨까 싶어요. 한 줌씩 덜어내 ‘모둠 베리’ 접시를 만들고 그 위에 플레인 요거트를 살짝 얹어도 좋겠지요? 신선한 채소도 조금 넣고 올리브유를 얹어 지중해식 식탁을 꾸며도 좋겠어요. 한 알 한 알, 입안에서 톡 터지며 다가오는 신선한 느낌. ‘과일 맛’을 넘어 ‘건강 맛’일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더 건강한 밥상으로, 더 건강했음 좋겠어요.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