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1인 가구가 늘어 소량 포장 식품이 인기라고 합니다. 필요한 채소가 있어도 양이 많으면 꺼려지는데, 소량 판매는 그 부담을 덜어줍니다. 하지만 소량 포장 식품은 중량 대비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모든 식품을 소량으로 판매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냉동보관’입니다. 남은 식품을 얼려도 좋고, 냉동식품을 구입해도 좋습니다.
오늘 알아볼 내용
얼리면 더 좋은 식품 7가지
미국 농무부는 식품을 섭씨 영하 18도 이하에서 지속적으로 냉동보관하면 변질 없이 무기한 보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냉동은 식품 보관에 좋은 선택입니다. 그런데 변질 문제를 떠나 해동 후 맛과 질감을 고려하면 모든 식품이 다 냉동에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얼렸다 해동해도 맛과 질감에 큰 차이가 없고 영양소가 보존돼 ‘얼리면 더 좋은 식품’도 있지만, 맛과 질감이 달라져 냉동이 적합하지 않은 식품도 있습니다. 아래는 우리가 즐겨 먹는 식품 중에서 ‘얼리면 더 좋은 식품’입니다.
1 완두콩
완두콩은 잡곡밥, 볶음밥, 덮밥, 수프, 카레, 조림, 샐러드 등등 많은 요리를 돋보이게 하는 식재료입니다. 고소한 맛과 질감은 물론 색도 이뻐 보는 즐거움도 있지요. 하지만 완두콩은 제철이 아니면 그 맛을 보기 쉽지 않습니다.
완두콩을 좋아한다면 신선한 완두콩을 구입해 비닐팩에 넣어 얼려보세요. 한 번에 소비할 수 있도록 소분해 얼리면 이용할 때 편리합니다. 물론, 마트에서 냉동완두콩을 구입해도 좋습니다. 필요할 때 꺼내 해동하면 되니까요. 맛은 물론 식감도 그대로입니다.
참고로, 말린 완두콩은 조리 전에 오랜 시간 미리 불리는 과정이 필요하고, 게다가 말리는 과정에서 완두콩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비타민C(아스코르브산) 등 열과 빛에 쉽게 파괴되는 영양소가 거의 사라집니다. 반면 냉동보관은 냉동 직전 채소의 영양성분을 거의 그대로 보존합니다. 완두콩은 냉동식품을 구입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2 브로콜리
브로콜리는 미국 시사저널 타임(TIME)이 선정한 10대 슈퍼푸드와 하버드대학교에서 선정한 12가지 슈퍼퓨드에도 오른 채소입니다.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은 물론 섬유질의 효능과 항산화제도 풍부하게 들어 있으니까요.
브로콜리처럼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는 냉동에 적합한 대표적인 채소에 속합니다. 해동 후 질감이 그대로 유지되니까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제거하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비닐팩에 넣어 보관하면 됩니다. 물론 냉동브로콜리는 마트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생산된 지 오래된 ‘말로만 신선한’ 브로콜리보다는 냉동브로콜리가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브로콜리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비타민C 등 열과 빛에 약한 영양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속도로 파괴되는데, 냉동은 영양소 손실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3 시금치
뽀빠이 만화로 널리 알려진 시금치는 실제로도 슈퍼푸드입니다. 만화에 적힌 영양소 표기가 만화가의 실수라는 것이 알려졌음에도, 시금치는 미국 시사저널 타임(TIME)이 선정한 10대 슈퍼푸드에도 들 정도로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채소니까요.
시금치는 우리도 즐겨 먹는 채소입니다. 신선한 푸른빛 그대로인 시금치 무침도 좋고, 구수한 시금치국도 그만이며, 김밥에 들어가는 필수 재료이기도 합니다. 물론, 요즘은 시설재배 덕분에 신선한 시금치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트에 자주 들리지 않거나 식구가 적다면 신선한 시금치보다는 냉동시금치가 나을 수도 있습니다. 시금치는 실온에서 하루만 지나도 영양소 손실이 매우 큰 채소니까요. 살짝 데쳐 얼리면 해동해도 고유 색깔이 유지됩니다.
4 옥수수
옥수수나 초당옥수수는 제철인 여름에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제철이 지나면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맛도 달라집니다. 더군다나 일단 대에서 딴 옥수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영양소 성분이 급격하게 달라집니다. 당분이 전분으로 변하면서 단맛도 줄고 딱딱해지며 옥수수 고유의 풍미도 사라집니다. 그래서 옥수수는 딴지 3일 이내의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유통 단계를 거치다보면 3일을 훌쩍 넘기게 됩니다.
출하된 지 며칠 지난 옥수수보다는 냉동옥수수가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옥수수를 좋아한다면, 제철에 근교로 나가 밭에서 직접 한 망태기 사서 커다란 솥에 넣고 삶아 바로 냉동고에 넣는 것입니다. 가족 수를 고려해 한 번에 먹을 만큼씩 소분해 포장해 냉동하면 더 좋습니다. 해동해 바로 먹어도 좋고 뜨거운 것이 좋으면 다시 살짝 찌거나 구워도 좋습니다. 옥수수 고유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옥수수는 세계적인 식량답게 냉동옥수수 제품도 많습니다. 산지에서 수확한 옥수수를 바로 공장으로 옮겨 급속냉동 처리하기 때문에 영양소 손실도 거의 없고 맛과 질감도 그대로입니다. 밥 지을 때 한 줌 넣어 옥수수잡곡 별미밥을 지어도 좋고, 모짜렐라 치즈를 듬뿍 얹어 치즈 옥수수를 만들어도 좋을 것입니다.
5 피망 파프리카
파프리카(피망) 역시 영양소 파괴가 빠른 채소입니다. 신선한 파프리카 100g에 들어 있는 비타민C의 양은 하루 권장섭취량의 무려 170%나 되고, 엽산은 12%나 되지만, 열과 빛에 취약해 시간이 지날수록 손실량이 매우 큽니다. 하지만 얼리면 효소 활동이 중지돼 영양소가 거의 그대로 보존됩니다.
신선한 파프리카를 구입해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한 후 비닐팩에 넣어 냉동고에 넣어보세요. 한 번에 소비하기 좋은 양으로 소분하면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여서 냉동해도 맛과 질감도 유지됩니다. 물론, 마트에서 냉동파프리카를 구입하는 것도 좋습니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영양소 손실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피망과 파프리카를 달리 부르는데, 둘은 같은 채소입니다. 피망은 프랑스식 이름이고, 파프리카는 헝가리식/네덜란드식 이름인데, 일본 영향으로 이렇게 같은 채소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입니다.
6 베리류(장과류)
‘얼리면 더 좋은 식품’에서 블루베리 멀베리 아로니아 라즈베리 등 베리류(장과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항암 항염 항노화 등 활성산소가 일으키는 다양한 질병에 대처하는 항산화제를 비롯해 각종 비타민은 물론 다양한 작용으로 건강을 돕는 섬유질도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슈퍼푸드’라 불립니다. 하지만 베리류 대부분은 제철이 아니면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베리류 역시 냉동보관에 매우 좋은 먹거리라는 것입니다. 산지에서 수확한 후 바로 공장으로 옮겨져 적절한 세척 과정을 거친 후 급속냉동하기 때문에 영양소 손실이 거의 없고 맛도 그대로입니다. 한 번 분량으로 소분해 얼렸다가 과일 스무디에 넣어도 좋고, 샐러드에 넣어도 좋고, 그릭요거트에 넣어도 좋고, 그냥 간식으로 먹어도 좋을 것입니다. 건강을 먹는 기분으로요!
7 두부
두부는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단백질이 풍부해 단백질 공급원으로 유명합니다. 물론 두부가 아니어도 소고기 등 단백질 공급원은 많습니다. 하지만 육류에는 건강에 나쁜 포화지방산이 다량 들어 있어서 건강 전문가들은 육류 섭취량을 제한하라고 권고합니다. 게다가 두부는 맛이 중립적이어서 어떤 요리에도 어울리는 장점이 있습니다.
두부는 수분 함량이 많은 식품입니다. 그런 두부를 얼리면 수분이 얼어 빠져나가고, 상대적으로 전체 중량에서 단백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집니다. 게다가 두부를 얼리면 수분이 빠져나가고 조직이 치밀해져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렇게 해서 소고기대체식품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비건은 물론 비건이 아니어도 얼린 두부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냉동에 좋은 식품 vs. 나쁜 식품
냉동보관은 식품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을 일시 중지하는 버튼과 같습니다. 식품을 섭씨 영하 18도 이하로 얼려 보관하면 빛과 공기에 의해 영양소가 파괴되는 광산화를 막을 수 있고, 효소 활동을 억제해 영양소가 분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신선채소와 냉동채소의 영양가를 비교한 여러 연구 결과는 오래 보관된 냉동채소의 영양가가 신선채소와 거의 같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반면, 신선채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영양소 손실이 크게 일어납니다. 하지만 모든 식품이 냉동에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아래는 그 이유입니다.
수분이 적고 섬유질이 많은 식품
어떤 식품이든 얼리면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해동 후 식품의 질감도 모두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냉동은 식품에 들어 있는 수분을 얼리는 방식인데, 식물 세포에 들어 있는 수분이 얼면서 부피가 늘어나 세포벽을 파괴하므로 해동 후 질감이 변하기도 합니다. 즉, 수분이 적고 섬유질이 많은 채소가 냉동에 적합합니다. 이런 채소는 얼음도 적고 세포벽이 강해 덜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오이처럼 수분이 많고 섬유질이 적은 채소는 냉동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런 채소는 얼음이 많고 세포벽이 약해 쉽게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참고 자료
- Food Safety: Cold Food Storage Chart
- J Agric Food Chemistry: Mineral, fiber, and total phenolic retention in eight fruits and vegetables: a comparison of refrigerated and frozen storage
- Mayo Clinic: Mayo Clinic Minute: Benefits of flash-frozen produce
- Tufts University: The Pros and Cons of Frozen Foods
- Uni. Of Minnesota: The science of freezing foods
- CNN: Why frozen fruit and veggies may be better for you than fre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