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버섯, 멀리서 얼핏 보면 콩나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기다란 줄기와 조그만 머리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외양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팽이버섯은 콩나물만큼이나 다재다능한 식재료이고, 여느 버섯처럼 건강에 좋은 성분이 듬뿍 들어 있어서 ‘수퍼푸드’라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이름이 팽이버섯일까요? 팽이버섯의 특별한 성분과 건강상의 효능 그리고 다이어트 효과까지, 팽이버섯의 모든 것을 알아봅니다.
오늘 알아볼 내용
팽이버섯
‘팽이버섯(Flammulina filiformis )’은 ‘팽나무 고목에서 나는 버섯’이어서 ‘팽나무버섯’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팽나무에서만 나는 것은 아닙니다. 뽕나무나 참나무 등의 활엽수 고목에서도 자라며, 활엽수 톱밥을 이용해 재배합니다. 영어권에서는 ‘에노키 머쉬룸(Enoki Mushroom)’이나 ‘에노키타케(enokitake)’라 부르는데, ‘에노키(Enoki)’는 일본어로 ‘팽나무’를 뜻합니다.
금이버섯, 황금팽이버섯
마트에서 볼 수 있는 팽이버섯은 대개 색이 희고 가늘고 기다란 모양입니다. 그런데 팽이버섯이 모두 흰색은 아닙니다. 야생에서 자란 팽이버섯은 노란색이나 갈색이며, 재배 팽이버섯 중에도 노란색도 있고 갈색도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팽이버섯을 ‘진젼꾸(金针菇)’라 부르는데, ‘금색 바늘 버섯’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중국계 영문 자료에서는 팽이버섯을 ‘에노키 머쉬룸(Enoki Mushroom)’이 아닌 ‘골든 니들 머시룸(Golden Needle Mushroom)’으로 번역합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금이버섯’ 또는 ‘황금팽이버섯’이라 부르는 버섯이 바로 농장에서 재배한 노란색 팽이버섯입니다. 팽이버섯의 재배종이며, 특별한 버섯이 아닙니다.
버섯, 넌 누구니?
흔히 버섯이라고 하면 ‘식물’로 생각하기 쉬운데, 분류체계에서 버섯은 ‘식물계’에 속한 식물이 아니며 ‘동물계’에 속한 동물도 아닙니다. 버섯은 효모 및 곰팡이와 함께 ‘균계’에 들어 있습니다. 즉 버섯은 식물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며 ‘균’의 일종입니다.
식물인듯, 아닌듯
균의 일종인 버섯은 식물과 비슷한 면도 있고 동물과 비슷한 면도 있습니다. 버섯은 식물과 마찬가지로 한 곳에 정주하지만 식물과 달리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작용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버섯은 햇볕이 없는 곳에서 자랍니다. 또한, 생장을 위해 광합성작용을 하지 않는 대신 동물과 마찬가지로 유기물을 분해하고 흡수하는 대사작용을 합니다. 하지만 동물과 달리 장소이동을 하지못하고, 주변에 있는 고목이나 낙엽 또는 나무나 나무뿌리를 분해해 영양분을 얻습니다.
채소인듯, 아닌듯
버섯이 채소인지 아닌지 묻는 질문이 많습니다. 답변하기 모호한 부분이 있기 때문일 텐데, 여기 ‘짧은 답’과 ‘긴 답’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종지부를 찍어도 될 것입니다.
[짧은 답]
짧게 답하면, 버섯은 채소가 아닙니다. 채소의 사전적 의미는 ‘뿌리 잎 줄기 또는 열매를 먹기 위해 밭에서 기르는 초본 식물’입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버섯은 채소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버섯은 ‘식물’이 아니라 ‘균’이기 때문입니다.
[긴 답]
긴 답은 ‘용어’ 정리에서 출발합니다. ‘식물’과 ‘채소’라는 용어는 같은 위치에 있는 단어가 아닙니다. ‘식물’이라는 용어는 ‘생물학’에서 정의된 용어지만, ‘채소’라는 용어는 생물학이 아닌 요리 분야에서 사용하는 일상적인 용어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과학과 일상의 문제인데, 이와 비슷한 예는 상당히 많습니다. 땅콩은 과학적으로 콩류에 속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견과류의 대명사격으로 통하고, 대나무는 초본식물인데 일반적으로는 나무라 합니다. 채소라는 용어를 과학이 아닌 ‘요리 용어’로 놓고보면 여유있는 답이 가능합니다. 굳이 버섯만 놓고 따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사전적으로 버섯은 채소가 아닙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는 채소라 해서 틀렸다고 몰아붙일 일도 아닐 것입니다. 미국 농무부(USDA)에서는 버섯을 채소류에 넣고 있으며, 세계 유수 영양학 관련 자료에서도 채소로 간주하니까요. 일상적인 용법을 적용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사전은 없는 단어를 만들어 쏟아놓는 펌프가 아니라 이미 있는 물을 쓰기 좋게 담아 놓는 그릇 같은 것입니다. 일상적 용례와 맞지 않는 정의가 걸린다면 그 정의를 이렇게 고치면 될 것입니다. ‘채소는 먹기 위해 재배하는 초본 식물과 버섯’으로요. 이렇게 하면 과학적 용법과도 상충되지 않습니다.
팽이버섯의 특별한 영양 성분
버섯을 말할 때 대개 ‘향이 좋다’는 말을 하는데, 팽이버섯은 다른 버섯과 달리 특별한 향이 없습니다. 독특한 개성이 없어 보이지만, 바로 이것이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 팽이버섯의 개성입니다. 향이 없어 다른 식재료와 충돌하지 않으며, 자신의 감칠맛과 쫄깃한 식감으로 그 음식에 풍미를 더합니다. 거기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섬유질과 영양소 그리고 다양한 항산화제는 음식에 건강을 더합니다. 아래는 신선한 팽이버섯 100g에 들어 있는 영양 성분입니다.
1 칼로리가 매우 낮습니다
신선한 팽이버섯 100g당 칼로리는 약 37kcal입니다. 칼로리가 낮은 식품은 일반적으로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체중 감량 다이어트에도 좋습니다.
2 섬유질이 풍부합니다
신선한 팽이버섯 100g에 들어 있는 섬유질의 양은 약 2.7g으로, 하루 권장 섭취량의 약 10%에 해당합니다. 특히 균류인 팽이버섯에는 게나 새우 같은 갑각류에 들어 있는 동물성 섬유질인 키토산이 들어 있습니다. 키토산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압을 낮추며 면역계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작용으로 건강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다양한 작용으로 건강을 돕는 섬유질 베타글루칸도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3 비타민B군의 좋은 공급원입니다
티아민(B1)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약 19%가 들어 있고, 리보플라빈(B2)은 15%, 니아신(B3)은 44%, 판토텐산(B5)은 27%, 비타민B6는 6%, 흔히 여성들의 비타민이라 부르는 엽산(B9)은 12%가 들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동물성 식품에서 볼 수 있는 비타민D와 혈액응고와 뼈건강을 돕는 비타민K도 들어 있습니다.
4 다양한 미네랄의 좋은 공급원입니다
팽이버섯에는 철분, 칼슘, 마그네슘, 인, 아연, 구리, 망간, 셀레늄 등 다양한 미네랄이 들어 있습니다. 셀레늄은 우리 몸에서 강력한 항산화제로 작용합니다.
5 각종 아미노산이 풍부합니다
팽이버섯에는 9종의 필수 아미노산을 비롯하여 생명체의 기본 구성 요소인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필수 아미노산 함량을 살펴보면, 히스타딘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8%가 들어 있고, 이소류신 6%, 류신 5%, 라이신 6%, 메티오닌 4%, 페닐알라닌 17%, 트레오닌 10%, 트립토판 14%, 발린 13%입니다. 이 외에도 감칠맛의 성분인 글루탐산을 비롯한 다양한 비필수 아미노산이 들어 있습니다.
6 다양한 항산화제가 들어 있습니다
팽이버섯에는 퀘르세틴, 카테킨, 엘라그산, 클로로겐산, 갈산, 카페산, 페룰산 등 다양한 폴리페놀과 셀레늄 등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미네랄이 들어 있습니다.
팽이버섯의 건강상의 효능
위에서 본 것처럼 팽이버섯에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고, 신진대사 기능을 조절하는 비타민과 미네랄은 물론 활성산소에 대응하는 항산화제도 들어 있습니다. 게다가 열량도 낮고 우리 몸에서 다양한 작용으로 건강을 돕는 섬유질도 풍부합니다. 이런 이유로 버섯을 건강식품이라 부릅니다. 아래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팽이버섯의 잠재적인 건강상의 효능입니다.
- 면역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작용이 있습니다.
- 혈압을 낮추는 작용이 있습니다.
- 심혈관 건강을 도울 수 있습니다.
- 기억력 및 학습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 항종양 및 항암 작용이 있습니다.
- 항균 작용이 있습니다.
- 항염 작용이 있습니다.
- 장 건강을 도울 수 있습니다.
- 체중 감량 다이어트를 도울 수 있습니다.
팽이버섯의 체중 감량 효과
‘팽이버섯 다이어트’가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팽이버섯에 들어 있는 베타글루칸 등 체지방 분해 작용이 있는 성분 때문인데, 인터넷에 올려진 후기를 보면 효과 ‘있다’ ‘없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팽이버섯 같은 섬유질이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은 채소는 베타글루칸이 아니어도 체중 감량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과 혈압 조절 등 건강에 매우 좋은 식품입니다. 하지만 팽이버섯은 식품이지 처방약이나 특효약이 아닙니다. 베타글루칸이 다이어트에 좋다고 해도 그 실험은 고농도 추출물로 진행한 실험이지 극히 적은 양이 들어 있는 음식으로 진행한 실험은 아닐 것입니다.
사실 체중이 늘고 주는 것은 섭취한 칼로리와 소모한 칼로리에 따릅니다. 섭취량보다 소모량이 많으면 그 차이만큼 체중이 줄고, 섭취량이 소모량보다 많으면 그만큼 체중이 늘게 되어 있는 게 우리 몸입니다. 체중 감량을 원한다면 식단에 팽이버섯처럼 섬유질이 많은 식품의 양을 늘리고 전체 칼로리 섭취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공부에 왕도가 없는 것처럼 다이어트에도 왕도는 없습니다.
팽이버섯을 이용한 요리
특별한 향이 없고 식감이 쫄깃한 팽이버섯은 다재다능한 식재료입니다. 야생에서는 겨울철에 나는 겨울버섯이지만, 시설 재배가 널리 퍼지면서 연중 어느 때나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버섯을 구입할 때는 무르지 않은 것을 골라야 합니다. 아래는 팽이버섯 요리의 몇 가지 예입니다.
- 매운탕, 찌개 등 탕류 요리에 좋습니다.
- 해물찜에 넣어도 좋습니다.
- 소고기와 같이 볶아 소고기버섯볶음을 만들어도 좋습니다.
- 리조또, 샤브샤브, 카레 같은 요리에 넣어도 좋습니다.
- 수프, 스튜, 볶음 요리에 좋습니다.
주의 사항
팽이버섯은 우리에게 익숙한 먹거리입니다. 일반적인 방식에 따라 섭취할 때 대체로 안전하지만 본인의 상황에 따라 특정 성분에 대한 부작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버섯류를 섭취할 때는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 2020년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수입한 팽이버섯으로 인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4명이 죽고 30명이 입원할 정도로 큰 문제였는데, 리스테리아균 감염으로 밝혀졌습니다. 임신부가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되면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쳐 유산이나 미숙아로 태어날 수 있는 중한 병입니다. 예방법은 섭취 직전에 깨끗이 씻어 조리하는 것입니다.
- 버섯은 그 자체로 ‘균 덩어리’입니다. 물론 식용 가능한 버섯은 대체로 안전하지만 적절한 섭취 방법을 따라야 합니다. 대부분의 버섯에는 약간의 독성과 식중독균이 있어서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합니다.
이 자료는 의료상의 정보가 아닌 일반적인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참고 자료로 이용하시고, 질병이 있거나 약을 먹고 있거나 특별한 상황이 있다면 먼저 의료 전문인의 적절한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참고 자료
- BioMed Research International: Hypolipidemic and Antioxidant Activity of Enoki Mushrooms (Flammulina velutipes)
- Food & Nutrition Research: Nutritional impact of adding a serving of mushrooms to USDA Food Patterns – a dietary modeling analysis
- Frontiers in Pharmacology: Golden Needle Mushroom: A Culinary Medicine with Evidenced-Based Biological Activities and Health Promoting Properties
- Harvard School Of Public Health: Mushrooms
- Nutrition Today: Mushrooms—Biologically Distinct and Nutritionally Unique
- USDA: Eat healthy with MyPlate
- USDA: 식Mushrooms, enoki, raw
- CNN: 4 deaths, 30 hospitalizations linked to listeria outbreak in recalled enoki mushroo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