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지나 봄이 오면 산과 들에 새싹이 돋아납니다. 보기만 해도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저절로 활짝 펴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게 싱그러운 봄바람 따라 산보하듯 들에 나가 나물도 뜯습니다. 가히 목가적인 풍경이지요. 그런데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봄 풍경이 그렇지만은 않았답니다. 해가 바뀌어 맞이하는 첫 계절에 ‘춘궁기’라는 또 다른 계절이 겹쳐왔으니까요. 그 시절 어머니와 누이는 바구니를 들고 춘궁기를 넘겨줄 나물을 찾아 산과 들로 나가야 했던 것이지요.
어쩌면 나물은 먹고 싶어서 먹었던 식재료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먹었던 식재료였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독성 때문에 꺼리는 풀마저 뜯어 먹었으니까요. 바로 춘궁기 ‘초근목피’입니다. 하지만 이제 세월이 바뀌어 나물은 먹고 싶어서 찾고 건강 때문에 찾는 귀한 식재료입니다. 특히 자연에서 채취하는 산나물이라면 더 귀한 대접을 받는데, 그런 나물 중에 ‘두릅’이 있습니다. 두릅이 어떤 나물인지, 어떤 특별한 성분이 들어 있고 건강상의 효능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알아봅니다.
오늘 알아볼 내용
두릅나무, 두릅
두릅나무(Aralia elata)는 ‘두릅나무과(Araliaceae)’에 속한 나무로, 우리나라 일본 중국 및 러시아 동부 지역에 자생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봄철 새로 난 어린싹을 ‘두릅’이라 부르는데, 향과 맛이 좋아 귀한 대접을 받는 나물입니다. 일반적으로 두릅이라고 하면 ‘두릅나무의 어린 새순’을 말하지만, ‘두릅’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습니다.
두릅의 종류
- 두릅(참두릅): 봄철 두릅나무에서 난 새순을 말합니다. 엄나무(음나무)순과 구별하기 위해 ‘참두릅’이라 부르기도 하고, 땅두릅과 구별하기 위해 ‘나무두릅’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 개두릅: 봄철 음나무(엄나무)에서 난 새순을 말합니다. 음나무(엄나무) 역시 ‘두릅나무과’에 속한 나무지만, 두릅나무와는 달리 가지가 많고 가시도 더 많고 억셉니다.
- 땅두릅: 위의 두 종은 나무의 새순이지만, 땅두릅은 두릅나무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인 독활(獨活)의 새순입니다. 독활(獨活)이라는 이름은 이 풀이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다가 ‘혼자(獨)’ ‘흔들려서(活)’ 붙은 이름이랍니다. 나무가 아닌 풀에서 나는 두릅이어서 ‘땅두릅’이라 부릅니다. 참두릅과 달리 가시가 없고 잔털이 있으며 줄기에 붉은색이 있습니다.
셋 모두 ‘두릅나무과’에 속한 식물이지만, 독활은 나머지 둘과 달리 풀입니다. 그런데 분류학으로 보면 엄나무(음나무)는 ‘엄나무속(Kalopanax)’에 속하고, 두릅나무와 독활은 ‘두릅나무속(Aralia)’에 속해 둘이 더 가깝습니다. 또한, 다른 두릅과 달리 독활은 맛과 향이 독특해 꺼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 글은 ‘두릅나무’ 새순인 참두릅을 다룹니다.
총목, 총근피, 총목피, 목두채, 목말채
두릅나무의 한자명은 ‘총목(摠木)’이며, 뿌리껍질 말린 것을 ‘총근피(楤根皮)’라 부르고, 나무껍질 말린 것은‘총목피(楤木皮)’라 부르며 한약재로 씁니다. 두릅은 ‘총목’ ‘머리’ ‘끝’에서 나는 채소여서 ‘목두채(木頭菜)’라 부르기도 하고 ‘목말채(木末菜)’라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는 주로 나무의 새순만 나물을 먹지만, 뿌리와 나무껍질을 비롯해 줄기와 잎 모두 약재로 사용합니다. 전통적으로 당뇨병, 관절통, 요통, 신경계통 질병 치료에 사용했답니다.
인삼(산삼)과 두릅나무
우리가 잘 아는 인삼(산삼)도 ‘두릅나무과(Araliaceae)’에 속한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인삼(산삼)에 약성 성분인 사포닌 진세노사이드가 많은 것처럼 두릅에도 사포닌 트리테르페노이드가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두릅의 특별한 성분
한방에서 두릅나무는 뿌리와 줄기 잎 모두 약재로 이용합니다. 하지만 이 글 ⎡영양성분⎦에서는 주로 ‘두릅나무 새순 참두릅’만 다룹니다. 우리가 음식으로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참두릅이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생 참두릅 100g에 들어 있는 영양성분입니다. 영양성분 데이터는 식약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참고로, 아래 비타민류와 미네랄류의 함량은 하루 권장섭취량 대비 함량입니다. 미량 영양소는 질량으로 표기하면 그게 어느 정도 양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두릅 섭취량을 200g으로 늘리면 해당 영양성분의 섭취량도 두 배로 늘고, 두릅 섭취량을 줄이면 해당 영양성분의 섭취량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1 칼로리 및 대량영양소
생 두릅도 여느 생채소처럼 수분 함량이 많습니다. 수분 함량이 많으므로 그만큼 다른 성분 함량이 적고 그에 따라 열량도 적습니다. 섬유질 함량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약 12%입니다.
2 미네랄류
- 칼슘: 하루 권장 섭취량의 6.86%
- 칼륨: 하루 권장 섭취량의 15.63%
- 철분: 하루 권장 섭취량의 14%
- 인: 하루 권장 섭취량의 17.57%
- 구리: 하루 권장 섭취량의 11.62%
- 마그네슘: 하루 권장 섭취량의 16.51%
- 망간: 하루 권장 섭취량의 74.07%
- 아연: 하루 권장 섭취량의 17.53%
- 몰리브덴: 하루 권장 섭취량의 16.80%
- 나트륨: 하루 권장 섭취량의 0.05%
- 셀레늄: 하루 권장 섭취량의 2.64%
미네랄(무기질)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우리 몸에서 각종 대사 작용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입니다. 우리 몸이 생성하지 못하므로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합니다. 특히, 인 마그네슘 구리 망간 아연 셀레늄 등은 항산화제로 작용해 다양한 질병 요인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합니다. 두릅에는 이런 미네랄이 매우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3 비타민류
- 비타민A: 하루 권장 섭취량의 26.43%
- 티아민(비타민B1): 하루 권장 섭취량의 21.92%
- 리보플라빈(비타민B2): 하루 권장 섭취량의 25.57%
- 니아신(비타민B3): 하루 권장 섭취량의 11.93%
- 판토텐산(비타민B5): 하루 권장 섭취량의 49.24%
- 비오틴(비타민B7): 하루 권장 섭취량의 %
- 엽산(비타민B9): 하루 권장 섭취량의 20.50%
- 비타민C: 하루 권장 섭취량의 23.74%
- 비타민E: 하루 권장 섭취량의 11.73%
- 비타민K: 하루 권장 섭취량의 461.26%
우리 몸에서 비타민과 미네랄이 하는 일은 비슷합니다. 차이는 비타민은 유기화합물이지만 미네랄은 무기질이라는 것입니다. 일부 비타민은 우리 몸에서 합성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데, 총 13종이 있습니다. 두릅에는 그중 10종이 들어 있고, 함량도 매우 풍부합니다. 참고로, 들어 있지 않거나 함량이 너무 적은 비타민은 피리독신(비타민B6), 코발라민(비타민B12), 비타민D 등 총 3종뿐입니다.
4 항산화제
항산화제는 어떤 특정한 하나의 물질이 아니라, 우리 몸에서 활성 산소가 일으키는 산화 작용을 억제하는 다양한 물질을 아울러 부르는 이름입니다. 비타민A, C, E 같은 비타민도 항산화제이고, 마그네슘 인 아연 셀레늄 망간 구리 등 여러 미네랄도 항산화제로 작용합니다. 또한, 식물에 들어 있는 물질 중 비타민도 아니고 미네랄도 아니지만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물질도 있는데, 그런 물질을 파이토케미컬(식물 화학물질)이라 부릅니다. 이는 식물이 벌레나 초식동물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물질인데, 식물 고유의 색과 관련된 색소도 있고, 맛과 향에 관련된 물질도 있습니다. 두릅에는 우리 몸에서 강력한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사포닌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두릅의 씁쓸한 맛이 바로 사포닌 때문입니다.
두릅의 건강상의 효능
우리가 잘 아는 인삼(산삼)도 ‘두릅나무과(Araliaceae)’에 속한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두릅나무과에 속한 수백 종의 식물이 모두 인삼(산삼)처럼 약효가 뛰어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두릅나무는 약효가 뛰어난 약용 식물로, 뿌리는 물론 줄기와 잎까지 모두 약재로 써왔습니다. ‘총근피(楤根皮)’와 ‘총목피(楤木皮)’입니다.
전통적인 사용
두릅나무는 우리나라와 중국 및 일본 전통의학에서 약재로 써왔습니다. 관절염, 요통, 당뇨병, 위경련, 간염, 변비 등 다양한 질병에 사용합니다. 지금처럼 성분 분석에 따른 사용은 아니었겠지만, 해당 질병의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직접 관찰하면서 그 약성을 확인했을 것입니다.
두릅의 잠재적인 건강상의 효능
두릅의 약성이 단지 전통의학에서만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두릅나무의 질병 치료 효과에 대한 약리학적 연구가 다양하게 이뤄져, 두릅나무의 다양한 잠재적인 건강상의 효능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런 약성 성분의 중심에는 우리 몸에서 강력한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플라보노이드 및 트리테르페노이드 사포닌 성분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릅나무는 항염, 진통, 항균, 항바이러스, 간보호, 심혈관 보호, 신경계 보호, 물질대사 조절, 항종양 등 광범위한 약리학적 작용으로 건강을 도울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삼에 진세노사이드 사포닌이 있다면, 두릅에는 트리테르페노이드 사포닌이 있습니다. 게다가 두릅에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도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이 모든 성분이 상호작용해 건강을 도울 것입니다.
두릅 조리법
일반적인 두릅 조리법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숙회 방식입니다. 이 외에도 여느 야채튀김처럼 두릅에 전분을 입혀 기름에 튀기는 두릅튀김도 있고, 간장이나 고추장에 푹 담가 절인 두릅장아찌도 있습니다. 대개 숙회로 먹기에 다소 억센 두릅을 장아찌로 만듭니다.
가능한 한 짧고 적게
식재료에 들어 있는 영양소 함량은 조리 과정에서 줄기도 합니다. 영양소 중에는 열에 파괴되고 물에 녹는 영양소도 있는데, 비타민C와 비타민B군 등 수용성 비타민이 대표적입니다. 비타민C는 채소와 과일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영양소입니다. 물로 인한 영양소 손실을 줄이려면 찜이나 전자레인지 조리법이 어느 정도 도움 될 것입니다. 가능한 한 물과 접촉하는 시간을 줄이고, 가능한 한 열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입니다.
독성 제거
하지만 반드시 물이 있어야 하는 식재료도 있습니다. 그것은 독성 때문인데, 두릅도 그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무릇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며 살아갑니다. 식물도 예외가 아니어서, 외부 요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그런 예가 바로 독성 물질입니다. 벌레든 초식동물이든, 자신을 먹었을 때 해를 입혀 다시는 먹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두릅이나 고사리 같은 산나물뿐만 아니라 밭에서 재배한 가지나 시금치 같은 채소에도 그런 물질이 들어 있어서 반드시 독성을 제거한 후 먹어야 하는데, 그 방법이 오랜 시간 물에 담가 우리거나 삶거나 데치는 방법입니다. 열은 식물의 세포 조직을 파괴해 독성 물질이 물에 더 쉽게 녹아 나오도록 만듭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렇게 사용한 물은 독성 성분이 있으므로 버려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두릅은 독성 물질이 있어서 신선한 그대로 먹어서는 안 됩니다. 데치는 조리 과정을 통해 독성을 빼야 하는데, 오랜 시간 물에 담가 삶지 말고 뜨거운 물에 짧은 시간 데쳐 독성을 제거합니다. 이때 물에 식초를 조금 넣으면 독성 물질 분해가 더 잘 됩니다.
주의 사항
두릅은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먹어온 봄나물입니다. 건강한 사람이 일반적인 방식에 따라 데쳐서 먹는다면 대체로 안전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본인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약을 먹고 있거나, 특별한 상황이 있다면 약성 식품을 장기간 먹기 전에 먼저 전문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참고 자료
- Int. J. Mol. Sci.: Protective Effects of Total Saponins of Aralia elata (Miq.) on Endothelial Cell Injury Induced by TNF-α via Modulation of the PI3K/Akt and NF-κB Signalling Pathways
-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Traditional uses, phytochemistry, pharmacology, toxicity and quality control of medicinal genus Aralia: A review
- Medicinal Chemistry: A Review on a Medicinal and Edible Plant: Aralia elata (Miq.) Seem.
- Phytomedicine: Aralia elata var. mandshurica (Rupr. & Maxim.) J.Wen: An overview of pharmacological studies
- 식약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