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는 봄철 대표적인 산나물 중 하나입니다. 봄이 오면 산과 들에 안테나처럼 삐죽이 올라온 고사리는 꺾는 재미도 한몫합니다. 고사리는 제사상에도 오를 만큼 오랜 세월 함께 해온 나물이지만, 고사리만큼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나물도 드물 것입니다.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 부르기도 하고, ‘독성 물질이 들어있다’며 주의를 주기도 합니다. 어떤 나물이기에 그럴까요? 고사리의 특별한 영양성분과 건강 효과를 알아보고, 고사리에 들어 있는 독성 물질과 손질법을 알아봅니다.
오늘 알아볼 내용
고사리 – 산에서 나는 소고기
고사리(Pteridium)는 양치류(fern)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온대 및 난대 지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습니다. 역사도 깊어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 중 하나로 불리기도 하며, 지역에 따라 다양한 변종이 있습니다.
‘고사리’라는 이름은 어느 특정 품종을 일컽는 이름이 아니라 ‘고사리속(Pteridium)’에 속한 모든 종을 일컽는 이름입니다. 영어권에서는 일반적으로 ‘브라켄(bracken)’이라 부르고, 어린순 모양이 바이올린 머리와 비슷해 ‘피들헤드(fiddlehead)’라 부르기도 합니다.
고사리와 고비
고사리와 비슷해 혼동하기 쉬운 식물 중에 ‘고비’가 있습니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먹는 법도 비슷해 그게 그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사리와 고비는 다른 식물로, 먼 친척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분류법에 따르면 고사리는 ‘양치식물강, 고사리목, 고사리과, 고사리속’에 속하고, 고비는 ‘양치식물강, 고비목, 고비과, 고비속’에 속합니다. ‘과(class)’도 다르고 ‘목(order)’도 달라 그리 가깝다고 할 수 없지만, 언뜻 봐서는 같은 식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둘은 잎 모양도 다르고 줄기와 뿌리도 다릅니다. 채취할 때 쉬운 구별법은 줄기가 하나인지 여럿인지 보는 것입니다. 고비는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올라오지만, 고사리는 하나의 줄기만 올라옵니다.
고사리의 특별한 영양성분과 건강 효과
고사리는 생것 그대로 먹지 않고 삶거나 데쳐서 먹습니다. 제철이면 마트에서 생고사리를 살 수 있지만, 대개는 삶아서 말린 고사리를 구입해 물에 불려 무침 나물이나 육개장 국거리로 이용합니다.
이런 ‘건나물’의 영양성분 함량은 같은 무게의 생것이나 데친 것보다 대개 10배 정도 많습니다. 이는 수분 함량 차이 때문인데, 고사리로 예를 들면 생고사리 100g의 수분 함량은 92.30g이지만, 삶아서 말린 고사리 100g의 수분 함량은 7.10g입니다. 말린 고사리는 다시 물에 불려 먹는데, 이때 거의 원래만큼의 수분이 들어갑니다. 즉, 생고사리 100g은 1인분이라 할 수 있겠지만, 말린 고사리 100g은 8~10인분은 될 것입니다. 건나물의 영양성분을 볼 때는 이 차이를 감안해야 합니다.
아래 영양 성분 함량은 ‘생고사리 100g’에 들어 있는 열량과 ‘주영양소’ 함량으로,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 자료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 열량: 22kcal
- 탄수화물: 3.80g
- 지방: 0.17g
- 단백질: 2.90g
- 섬유질: 3.40g (수용성: 0.60g, 불용성: 2.80g)
1 섬유질이 풍부합니다.
생고사리 100g에 들어 있는 섬유질의 양은 3.40g으로, 하루 권장 섭취량의 약 14%에 해당합니다. 참고로, 삶아서 말린 고사리 100g에 들어 있는 섬유질의 양은 42g으로, 하루 권장 섭취량의 168%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삶아서 말린 고사리 100g은 10인분이 넘을 것입니다.
섬유질은 우리 몸에서 소화되지 않고 배설됩니다. 이 과정에서 장내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로 작용해 장건강을 돕고 혈당 수치를 낮추고 심혈관 건강을 돕는 등 다양한 작용으로 건강을 돕습니다. 아래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섬유질의 대표적인 효능입니다.
-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춥니다.
-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춥니다.
- 대사증후군 위험을 낮춥니다.
- 혈당 수치 조절을 돕습니다.
- 유방암 위험을 낮춥니다.
- 대장암 위험을 낮춥니다.
- 변비 완화 작용이 있습니다.
- 게실병 예방 작용이 있습니다.
2 단백질이 풍부합니다.
생고사리 100g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양은 2.90g으로, 체중 60kg인 성인이라면 하루 권장 섭취량의 약 6%에 해당합니다. 참고로, 일반적으로 말하는 단백질 하루 권장 섭취량은 체중 1kg당 0.8g입니다.
단백질은 생명 유지와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성분으로,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사리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9종의 필수 아미노산은 물론 그 외 비필수 아미노산도 거의 다 들어 있는 양질의 단백질입니다. 이 때문에 콩을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 부르는 것처럼 고사리를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 부르기도 합니다.
3 각종 비타민이 풍부합니다.
고사리에는 비타민A, B군, C, E, K 등 거의 모든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아래는 생고사리 100g에 들어 있는 비타민 함량입니다.
- 비타민A: 367mcg
- 비타민C: 5.56mg
- 비타민E: 13.77mg
- 비타민K: 366.64mcg
- 티아민(비타민B1): 0.05mg
- 리보플라빈(비타민B2): 0.78mg
- 니아신(비타민B3): 4.56mg
- 엽산(비타민B9): 398mcg
비타민A는 하루 권장 섭취량의 3.57%에 해당하며, 비타민C는 2.58%, 비타민E는 1.18%, 비타민K는 무려 54.13%에 해당합니다. 또한, 리보플라빈의 양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약 10%에 해당하며, 여성의 비타민이라 부르는 엽산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약 14%에 해당합니다.
4 각종 미네랄(무기질)이 풍부합니다.
고사리는 미네랄(무기질)의 좋은 공급원입니다. 칼륨, 칼슘, 마그네슘, 아연, 망간, 인, 철, 셀레늄, 몰리브덴 등 우리 몸에 필요한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아래는 생고사리 100g에 들어 있는 미네랄(무기질)의 양입니다.
생고사리 100g에 들어 있는 망간의 양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약 35%에 해당하고, 칼륨은 8.71%, 마그네슘은 7.30%, 아연은 7.88%, 인은 9.57%, 철은 7.33%가 들어 있습니다. 모두 우리 몸에서 다양한 대사 작용에 조효소로 쓰이는 성분입니다.
5 항산화제가 풍부합니다.
고사리에는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비타민A, C, E 등의 비타민은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하며 마그네슘, 망간, 셀레늄, 아연 등의 무기질(미네랄)도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합니다. 또한, 우리 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여러 종의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성분도 들어 있습니다.
항산화제는 이름 그대로 ‘산화를 억제하는 성분’을 말합니다. 쉬운 예로, 철에 녹이 스는 것이 산화인데, 이로 따라 철은 부식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몸에서도 활성산소로 인한 산화가 일어나 세포가 변질되고 염증이 일어나는 등 다양한 질병을 발생합니다. 항산화제는 바로 이런 산화 작용을 억제해 세포를 지키는 역할을 하는 성분입니다.
고사리의 독성 물질
고사리와 관련한 논란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고사리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기력이 쇠약해진다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위 두 가지는 사실입니다. 즉, 고사리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 것도 맞고, 고사리에 기력을 떨어뜨리는 물질이 들어 있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먹는 방법에 따라 달라집니다.
발암물질 ‘프타퀼로사이드(Ptaquiloside)’
고사리에는 ‘프타퀼로사이드(Ptaquiloside)’라는 발암성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이 물질은 소나 염소 등 반추동물에서 출혈을 일으키며, 비반추동물에서 종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위암 발병률이 높은 것을 이 물질과 연결 짓기도 하는데, 이 물질이 동아시아지역에서 자라는 고사리에 많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암 유병률과 고사리의 연관성은 입증되지 않았답니다.
‘프타퀼로사이드(Ptaquiloside)’은 수용성 물질이며 열과 알칼리에 약한 특성이 있습니다. 삶아서 오랜 시간 우리면 상당량 제거됩니다. 특히 알칼리에 약한 특성을 이용해 삶을 때 소금을 넣어 삶으면 더욱 좋습니다.
티아민 분해 효소 ‘티아미나아제(Thiaminase)’
‘티아민(Thiamine)’은 비타민B군에 속한 8개의 비타민 중 가장 먼저 확인된 비타민이어서 ‘비타민B1’이라 부릅니다. 우리 몸에 티아민이 부족할 때 일어나는 대표적인 질병이 ‘각기병’입니다. 각기병(脚氣病)은 이름 그대로 ‘다리에서 기운이 빠져나가 약해지는 질병’으로, 식욕저하 무기력 무감각 근육약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 병의 영어명은 ‘베리베리(beriberi)’인데, 스리랑카 원주민 언어로 ‘할 수 없어, 할 수 없어’라는 뜻으로, 이 병의 증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고사리에는 티아민을 분해하는 효소인 ‘티아미나아제(Thiaminase)’가 들어 있습니다.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기력이 약해진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인데, 티아미나아제 역시 열에 약합니다. 충분히 삶는 것으로 상당량 제거할 수 있습니다.
고사리 손질법
고사리는 우리가 오랜 세월 먹어온 대표적인 산나물입니다. 하지만 날것 그대로 먹으면 독성 물질도 함께 먹게 됩니다. 열과 물에 약한 특성을 이용해 독성 물질을 제거한 후 먹어야 합니다. 아래는 고사리 손질법입니다.
고사리 손질법
- 끓인 물에 소금을 넣으세요.
- 고사리를 넣고 10분 이상 푹 삶으세요.
- 물을 갈아주며 충분히 헹굽니다.
- 물을 서너번 갈아주면서 12시간 정도 우립니다.
주의 사항
고사리에는 섬유질, 단백질,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및 항산화제가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고사리에는 발암 물질의 일종인 ‘프타퀼로사이드(Ptaquiloside)’도 들어 있고, 티아민 분해 효소인 ‘티아미나아제(Thiaminase)’도 들어 있어서, 생것 그대로 먹어서는 안 되고, 먹기 전에 열과 물로 그런 물질을 제거해야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열과 물에 약한 비타민C와 비타민B군에 속한 여러 비타민도 함께 손실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충 삶거나 대충 우려서는 안 됩니다. 수용성 비타민은 다른 음식이나 보충제로 보충하면 될 일입니다.
참고 자료
- Cornell University: THIAMINASES
- foods: Edible Far Eastern Ferns as a Dietary Source of Long-Chain Polyunsaturated Fatty Acids
- foods: Nutritional and Antioxidant Potential of Fiddleheads from European Ferns
- Tocicological Sciences: Pteridium aquilinum and Its Ptaquiloside Toxin Induce DNA Damage Response in Gastric Epithelial Cells, a Link With Gastric Carcinogenesis
- 식약처: 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